[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롯데피해자연합회(이하 피해자연합회)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일본 롯데홀딩스 방문을 하루 앞둔 5일, 이들 행동이 갑질 근절에 효력을 미칠지 의견이 분분하다. 

피해자연합회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오는 6일 일본으로 건너가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공동대표)과의 면담을 시도한다. 롯데 계열사들과 거래하던 중소기업 임직원들과 자영업자들이 입은 불공정 피해를 알리고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피해자연합회와 추 의원은 또 쓰쿠다 사장에게 롯데의 갑질 피해실태를 조사할 '한국롯데갑질피해특별조사팀' 발족을 요청할 계획이다.

피해자연합회는 롯데마트·롯데수퍼·롯데상사 납품업체와 롯데백화점·롯데쇼핑몰 입점업체, 롯데건설 하도급업체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롯데로부터 원가 이하의 납품 강요, 판매수수료 일방 인상, 물류비·인건비 전가와 공사대금 미지급, 계약 만료 전 일방적 매장 폐쇄, 제품 구매 약속 불이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면서 1인 시위와 집회, 기자회견,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을 지속해왔다.

피해자연합회와 추 의원은 먼저 방문 첫날 오후 2시 일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홀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후 2시 30분부터는 도쿄 소재 롯데홀딩스 건물 앞에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일본 방문에 관해 추 의원실은 "여러 차례 롯데에 갑질로 인한 억울한 도산 사례를 호소해왔으나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면서 "한국롯데는 문제 해결의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판단, 일본 롯데 공동대표와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선 2월 초 추 의원이 신 회장에게 갑질 피해업체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을 요청했으나 롯데 측에서 이를 거절한 바 있다.

일본대사관 집회 당시 입원 중이던 김정균 전 성선청과 대표(롯데피해자연합회 회원)가 참여했다.
일본대사관 집회 당시 입원 중이던 김정균 전 성선청과 대표(롯데피해자연합회 회원)가 참여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재계에선 가시적인 성과를 낼지 의문 부호를 붙이고 있다.

피해자연합회와 추 의원의 이번 일본 롯데 방문은 일정 조율 끝에 한 차례 미룬 것이다. 애초에 정의당 측이 일본 롯데본사를 방문하기로 했던 날인 2월 20일 오후엔 오히려 신 회장의 '원롯데' 통합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홀딩스는 지난 20일 일본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와 관련한 항소심에서 지난해 10월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신 회장이 1년 만에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 복귀하게 된 것. 이로써 롯데홀딩스의 지배구조는 기존 '쓰쿠다 사장의 단독대표 체제'에서 '신 회장-쓰쿠다 사장의 2인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 다시 올라서면서, 그가 국내 주력 계열사뿐만 아니라 롯데의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커졌다. 우선 신 회장은 한·일 롯데를 통합운영하게 돼 그간 보류했던 호텔롯데 상장을 우선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를 통해 한국 롯데계열사 다수를 지배하고 있다. 또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일본주주가 보유 중이다. 

즉 신 회장이 한국 롯데계열사에 온전한 힘을 행사하기 위해선 호텔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상장을 통해 일본주주의 비중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운 듯하다. 일본 롯데의 지배력이 약화됨에 따라 전문경영인 출신 쓰쿠다의 한국 롯데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 또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연합회와 정의당의 쓰쿠다 면담 노력이 큰 성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되는 까닭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쓰쿠다 사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는 적대적 관계지만 신 회장과는 같은 편에 서 왔다"면서 "신 회장이 한국롯데의 주력 계열사 소유를 넘어 한·일 롯데의 실질 지배권을 넘보는 상황에서, 쓰쿠다 사장이 피해자연합회와 유의한 면담을 나눌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반면 이들의 방일은 한국 롯데계열사들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일본에 알림으로써 그룹 신뢰도를 깍아내린다는 점에서 유의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먼저 NHK 외부연구원과 동아시아일본학회 학술위원장을 역임한 이연 선문대 사회과학대학 학장은 "일본은 특히 자국보다도 기업이미지에 예민한 국가다. 갑질과 관련해서 시위가 일어난 사례도 많이 없다. 따라서 이번에 피해자연합회-정의당이 공개적으로 집회를 열고 이것이 일본 언론에도 보도된다면, 롯데는 일본 사회에서 기업이미지 추락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전 한국겅정거래학회 부회장)도 "롯데는 청년들이 꼽은 착취기업 대상에 오를 정도로 유독 갑질로 구설에 올랐다"며 "신 회장이 얼마전 일본롯데 공동대표로 복귀한 상황에서, 일본 사회에 신 회장 일가의 부패행위가 알려진다면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어 윤 교수는 "지배구조만 정비하면 기업 경영에 걸림돌은 없다고 생각하는 건 구시대적 경영방식"이라면서 "갑질임을 인정하고 자사로부터 피해 입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 곪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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