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과 편법, 그 사이에 선 CJ
합법과 편법, 그 사이에 선 CJ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5.27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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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자녀들에 경영권 승계 작업 '시동'
SI업체 통한 지주사 지분 첫 보유엔 의견 '분분'
"효과적인 상속 수단" vs "정상적인 작업 아냐"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CJ그룹이 최근 비상장사인 올리브네트웍스 분할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고 경영권 승계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재현 CJ 회장이 자녀가 지분을 다수 갖고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기업을 성장시킨 뒤 지주사에 편입시키는 방식을 차용했단 점에서 이들 경영 승계 과정이 편법적인 재계 관행을 그대로 따랐단 시각이 있다. 반면 일각에선 시스템통합(SI) 업체를 통한 지분가치 상승 행위는 위법하지 않으면서 경영상 효율은 최적화하므로 이를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는 입장도 대두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CJ는 일감몰아주기 논란 여지를 없앴다. 지난달 29일 CJ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IT부문을 분할해 지주사로 편입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리브영과 IT부문이 다른 법인으로 분리됐고 이 가운데 IT부문만 지주사에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현재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은 이 회장의 자녀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17.97%)과 이경후 CJ ENM 상무(6.91%) 등을 포함한 회장 일가가 45%가량 보유 중이다. 또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대한통운 등 그룹 계열사에서 거둬가는 수익이 높은 편인데,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17.8%에 달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적용 기업으로 '회장 일가 지분이 20%(비상장사) 이상이거나 내부거래비율이 매출의 12%(또는 200억원 이상)인 법인'을 꼽고 있다. 이 점에 의거할 때 CJ올리브네트웍스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과 내부거래율이 제재 수준을 훨씬 웃돈다. 따라서 이번 IT부문 분할·편입조치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내부거래 비중을 대폭 낮출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일감 몰아주기 양상은 통상 정보기술 서비스를 담당하는 SI사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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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자들과 백브리핑을 진행했다. (사진=신민경 기자)

CJ가 공정위의 감시망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4세 경영 승계의 윤곽도 그리고 있단 게 업계 중론이다. 분할과 합병 과정에서 이 부장이 주식교환(교환 비율 1대 0.5444487)을 통해 지주 지분을 처음 갖게 돼서다. 이 부장과 이 상무는 각각 CJ 주식 2.8%와 1.2%를 갖게 됐다. 이후 이 부장은 인적분할로써 지분 17.97%을 취득한 올리브영을 성장시켜 상장을 추진하는 등 자신의 지분가치를 최대한 늘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최승재 최신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은 디지털투데이에 "삼성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잦은 물류와 전산 용역을 맡는 삼성SDS를 통해 오너 일가의 지분가치를 높이고 장악력을 꾀하고자 한 성공 선례를 따라 국내 재계도 SI업체를 활용해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활용 중이다"면서 "신설 비상장회사의 덩치를 키워 그룹 지배권을 이어받는 게 현재로선 가장 효과적인 상속 수단이다"고 했다. 이번 CJ 승계 과정도 공정위 규제 해소와 경영권 승계 시동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단 얘기다.

반면 CJ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주요 대기업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활용하는 편법 수단을 CJ 역시 관행적으로 차용했단 판단에서다. 보안성을 빌미로 실제 전문성은 결여된 SI계열사를 세운 뒤 회장 일가 지분율을 집중시키고 일감을 몰아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정상적인 승계 작업으로 볼 수 없단 평가다. 

이와 관련해 김상국 경희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싼 값에 계열사 주식을 증여 받은 자녀가 일감 몰아주기로써 짧은 시간 내 네 곱절의 승계 재원을 구성한 것은 분명한 편법승계다"면서 "가치평가가 모호한 점을 활용해 흔히 비상장사를 활용하는데 시중에서 책정된 가격이 아니므로 이번 주식교환 비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일단 이번 개편 작업을 통해 CJ의 IT부문 내부거래는 비중 제한에서 벗어나게 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따르면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20%가 넘는 지주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된다. 현재로선 이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나 김 위원장이 꾸준한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단 점에서 CJ가 다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설 가능성도 언급된다.

김 교수는 "장기 투자가 가능하단 점에서 상속에 따른 오너 경영은 기업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국세청이 상속세와 증여세를 크게 내리는 등 제도적 보완을 하면 지금처럼 업계 내 상속 수단이 편법적으로 자행되는 일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기업집단 전문 경영인 정책 간담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CJ 승계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개별 기업 관련 사안은 말씀드릴 게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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