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CJ CGV에 '우리집 거실' 닮은 '밝은 영화관' 생겼다
[르포] CJ CGV에 '우리집 거실' 닮은 '밝은 영화관' 생겼다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4.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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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점에 '씨네앤리빙룸' 개관…'영화관=어둡다' 관념 탈피
거실 소파 '안락함'에 영화관 '집단 안정감-특별함' 모두 충족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사람들은 자기 집 거실을 좋아한다. 집마다 개인 차는 있겠지만 거실엔 집 냄새가 짙게 밴 폭신한 소파와 눈부신 햇빛을 살짝 감춰줄 커튼이 있어서다. 야밤에 거실 전등을 끄고 텔레비전 화면으로 영화를 보는 일은 즐겁다. 하지만 활동의 제약이 없는 터라 끝자막이 나오기도 전에 휴대전화를 만지기 십상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비싼 값 주고 영화관에 발을 들이는 듯하다. 집단이 함께하는 영화관에선 몰입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한 공간에 갇혀 일시정지 누를 새 없이 온 정신을 영화에만 집중해야 한다. 

거실 속 소파가 주는 '안락함'과 영화관이란 장소가 풍기는 '집단 안정감과 특별함'을 모두 충족하는 곳이 생겼다. CJ CGV(이하 CGV)가 거실에 대한 로망을 담은 신규 특별관 '씨네앤리빙룸'을 30일 서울 성동구 소재 CGV 왕십리에 개관했다.

거실과 영화관의 조합 소식에 '어둠에 잠긴 거실'의 모습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씨네앤리빙룸이 기존 영화관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지점은 '상영 중 영화관 내 조명 규정' 관한 고정관념을 탈피했단 것이다. 통상 영화 관람 시 불은 꺼지고 관객들은 예의 상 휴대전화 사용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CGV는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도 개인의 편안하고 자유로운 영화 관람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적당한 조도의 밝은 관람 환경은 오히려 LED스크린의 화질을 극대화하고 이로써 휴대전화 불빛으로 인한 관람 방해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CGV의 생각이다. 성인제 CGV 컬처플렉스사업팀장은 "나초 집으려다 소스에 손 담그고,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불빛에 놀라거나 혹시 중요한 전화 아닐까 마음 졸이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은 불편요소를 해소하면서 고정관념처럼 박힌 어두운 상영관 개념에서 벗어나 밝은 상영관이 주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고 싶었다"고 했다. 

씨네앤리빙룸(3관) 좌석표. (사진=신민경 기자)
씨네앤리빙룸(3관) 좌석표. (사진=신민경 기자)
성인제 CGV 컬처플렉스사업팀장이 씨네앤리빙룸에 관해 설명 중이다. (사진=신민경 기자)<br>
성인제 CGV 컬처플렉스사업팀장이 씨네앤리빙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상영관 안내를 받고 씨네앤리빙룸에 들어섰다. 집의 대문을 형상화한 듯한 분홍색 상영관 문을 열고 나니 분홍빛 벽에 세련된 타일 바닥으로 꾸며진 화사한 입장로가 펼쳐졌다. 병 안에 든 작은 꽃들이 벽면을 가득 채웠고 옆엔 크고 둥그런 전신 거울이 붙어 있었다. 통상 어두운 영화관에 들어선다면 거울을 볼 필요가 없을 텐데, 영화관 내부가 밝으니 들어서기 전 옷매무새를 다지게 된단 점이 재밌고 신선했다.

상영관 내부는 마치 우리가 '꿈꾸는 거실에 대한 환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테리어로 조성됐다. 10곳으로 나눠진 구역엔 회색, 파란색, 흰색, 노란색 등 저마다 세련된 색감과 어울린 좌석들이 배치돼 있었다. 스크린 하단엔 벽난로 시각 효과를 주는 디스플레이가 놓여져 있어 보기 좋았다. 벽난로 디스플레이 옆엔 화초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거실' 하면 연상되는 화초와 벽난로를 스크린 부근에 배치함으로써 영화 관람 시 관람자들이 피로한 눈을 잠시 쉬게 할 수 있게 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반면 기자가 생각했던 거실 분위기가 아니어서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벽면에 점철된 분홍빛 창문들은 성당에서 자주 보이는 아치모양이었다. 원색적 색감과 파스텔색감을 교차한 벽면과 천장, 바닥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북유럽식 인테리어를 연상케 했다. 갖가지 화초와 정겨운 집 가구 등으로 둘러싸여 서정적인 분위기가 전해지는 거실을 상상했던 기자에게 이곳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씨네앤리빙룸 벽면과 천장.(사진=신민경 기자)
씨네앤리빙룸 내 소파.(사진=신민경 기자)

씨네앤리빙룸은 거실형 극장 개념에 맞춰 시네마 LED스크린을 도입했다. 여기엔 가로 10m의 대형 화면에 최대 300니트 밝기와 4K 해상도가 적용됐다. 이 때문인지 사측에서 영화 라라랜드 도입부를 잠시 틀어줬을 때, 운전자들의 역동적인 군무가 보다 생생하고 입체감 있게 전달됐다. 물어보니 이는 일반관의 갑절 밝기 화면으로, 2D뿐만 아니라 3D 입체 영화까지 상영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영상을 볼 때 기자의 오른편엔 조명기기가, 왼편엔 100% 화면 밝기를 한 동료 기자의 노트북이 있었지만 이로 인해 시야가 방해 받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이 고즈넉히 밝으니 오히려 시야가 탁 트인 듯했다. 기자도 별다른 죄책감 없이 영상 상연 중에 휴대전화를 켜 카카오톡 새 메시지를 확인했다. 상당히 개방화한 영화 관람 문화를 경험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좌석은 가죽 소파 25개로 구성됐다. 소파 1개당 2명이 앉을 수 있어 최대 50명까지 관람 가능하다. 각 구역은 양 옆과 앞뒤 공간을 2m 이상 확보해 관람 시 단차에 대한 불만은 적을 듯했다. 또 소파마다 다소 높은 칸막이를 설치해 사적인 권리가 보장된 상태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또 각 좌석엔 다리를 편하게 받쳐 주는 간이의자와 탁자, 베개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관람 중 가방 등 짐을 놓을 곳이 없어 불편함을 느꼈었는데 바로 앞에 널찍한 탁자가 있어 정말 편했다. 또 간의의자를 보고선 잦은 무릎 수술로 인해 영화관에서 한 자세로 있는 것을 못 견디는 기자의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가 늘 영화를 보는 도중 저려오는 다리를 어딘가에 올려두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영화 관람 환경을 보다 편안하게 만들기 위한 사측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각 소파 옆엔 간이 조명기기가 2인당 1개씩 배정돼, 영화를 보는 중간에도 필요에 따라 껐다 켰다 하면 된다. 말로만 듣던 무선 휴대전화 충전기도 소파 1곳당 1개씩 구비돼 있었다. 오전 10시 30분 배터리가 73%일 때 올려놓았고 40분이 지나 확인해 보니 86%가 돼 있었다. 통상 영화 상영시간이 120분 내외인 점을 고려할 때,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만족할 정도론 충전해 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보기엔 그럴싸한 좌석들이 오히려 관람 시 불편을 겪게 만드는 것 같아 아쉬웠다. 기자는 두번째 줄인 B열 5,6 소파 가운데 B6 자리에 앉았다. 소파에 기대 영상을 보려고 하니 목이 뻐근하고 아팠다. 소파 높이가 사람의 목 높이까지 못 미쳐서다. 만일 목을 뒤로 기대 보려면 쿠션을 뒤에 받치거나, 엉덩이를 최대한 앞으로 빼서 보는 수밖에 없는 듯했다. D열의 좌석에도 앉아봤는데 D열에선 스크린의 밑부분이 살짝 가려서 보였다. 기능성 소파가 들어선들 스크린을 제대로 보려면 허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봐야 하는 것이다. 만일 용이한 관람을 원한다면 C열에 있는 좌석 10개 내에서 자리 선택을 하는 게 좋을 듯 싶다. 더불어, 에어소파와 유사한 형태의 폭신하고 촉감 좋은 소파를 기대했건만, 이곳에서 만난 소파는 생각만큼 느낌이 좋진 않았다. 

씨네앤리빙룸 내 소파.(사진=신민경 기자)
씨네앤리빙룸 내 소파.(사진=신민경 기자)

조금은 찌뿌드드한 기분으로 상영관 구경을 마칠 수도 있었지만 씨네앤리빙룸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독보적으로 웅장한 '음향효과'가 기자의 마음을 다시 들뜨게 했다. 이 상영관엔 세계적인 사운드 시스템인 하만의 LED스크린 전용사운드 시스템이 활용됐다. 소리를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천장에 추가로 스피커 6대를 달아 '스카이 3D 사운드효과'를 체험케 했다. 이에 더해 서라운드(입체 음향) 저음부 강화를 위한 '임팩트 서라운드 우퍼 시스템'을 통해 공간감 있는 소리 구현에도 힘쓴 듯 했다. 실제로 크고 풍부한 음향 덕분에 위아래에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영화 중간중간 감탄사와 질문을 연발하는 습관을 가진 주변 친구가 생각났다. 그 친구와 함께 영화 보는 게 내키지 않았었는데 이런 곳이라면 함께 좋은 추억 쌓으며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상영 시작 20분 전부터는 이른바 '컬처 타임'이 진행된다. 관람 전 음악을 들으며 스크린에 뜨는 세계 명화를 감상할 수 있다. 혹은 그 시간에 상영관 내 포토존 공간에서 사진 촬영을 하거나 각 탁자에 구비된 잡지를 볼 수도 있다. 이때 CGV 왕십리점 씨네카페에서만 판매 중인 '애프터눈 티세트'를 구입해 먹으면 좋을 듯 싶다. 애프터눈 티세트엔 커피와 샌드위치, 미니 데니쉬, 마카롱이 들었다. 

이번 씨네앤리빙에 앞서 지난해 7월 먼저 개관한 씨네앤포레(자연회귀스타일 영화관)는 지난 한 해간 평일 객석률 45%를 달성해 이달 26일 광주 금남로 2호점과 베트남 하노이 글로벌 1호점을 개장했다. 성공적인 평일 집객률을 두고 일반관에서 30%가 거론되는 점을 감안하면 씨네앤포레는 관람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성 팀장은 "앞선 흥행세를 이어 이번 씨네앤리빙룸의 목표도 '연일 매진'으로 잡았다"면서 "30일 오늘부터 3관 이름으로 예매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예매 가격은 평일 2인 기준 5만원이고 주말엔 5만5000원이다. 평일과 주말 모두 조조로 관람하는 경우 4만5000원에 예매 가능하다. 최소 2인부터 가능하며 혼자서는 예매가 불가하다. 누구의 집에나 존재하는 거실이란 공간의 특성을 활용해 관람자에게 친숙함과 편안함을 제공하려 했겠지만, 비싼 가격이 그 선한 의도를 깎아 먹는다.

비용을 따로 떼 놓고 생각한다면 이곳은 '영화 모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적격인 듯하다. 극중 나오는 인상 깊은 대사를 저장하고 싶을 때가 종종 생기는 데 언제든지 휴대전화를 켜서 받아적을 수 있다. 또 영화에서 기록할 만한 미장센이나 연출, 숨은 의미 등을 메모지에 틈틈이 기록하는 일도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개방적이고 밝은 씨네앤포레가 영화 모임 참여자들에겐 효과적인 모임 장소로 인식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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