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지난해 8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일가 지분 20%로 일원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이 입법 예고됐지만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공정위의 법개정 추진에 대해 강신업 변호사(법무법인 하나)는 "개편안은 공정경제로 첫 발을 내디뎠다는 의미가 있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재계를 관통하는 화두인 '자유시장 경제'만큼 중요한 것이 '공정경제'"라며 "정당과 기업 경제주체들이 '공정거래'를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며 개편안이 다루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순환출자 해소, 사익편취행위 금지 등은 모두 공정경제의 하위 요소라"고 덧붙였다.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 (사진=신민경 기자)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 (사진=신민경 기자)

— 공정위가 자산 2조~5조원 미만 중견기업에 대한 사익편취 제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어떻게 보나.

"옳은 방향이다.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으로만 향하던 칼을 사각지대의 중견기업까지 확대함으로써 무관용 원칙을 보여주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재정비 된 상태다. 하지만 5조 이하 규모에선 일감 몰아주기의 단골 방식인 부동산 관리· 광고· 시스템통합(SI) 부문을 대놓고 활용하는 기업들이 아직 많다. 비상장 가족경영이 주를 이루는 중소기업들과는 달리 상장된 준대기업들은 폐해의 규모가 크다."

—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최근 CJ그룹 내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의 경영권 승계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듯 SI업체를 통한 편법 행위는 재계 곳곳에서 관찰된다. SI계열사를 세운 뒤 오너 일가 지분을 집중시키고 일감을 몰아줘 승계를 마련하는 식이다. 상장 중견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기업 총수의 소유가 아니란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기업 승계를 각 계열사와 연결지어 주주들에게 심리적 물적 피해를 끼쳐선 안 된다. 개편안에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 구분을 없애고 20%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지침이 반영된 것도 상장사를 향한 특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 대표적 제재 대상으로 아모레퍼시픽과 농심, SPC그룹 등이 꼽히는데 이들의 '수직 계열화' 논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단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기업이 제품의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공급사슬을 계열사로 구성하는 게 수직 계열화다. 현대차가 계열사로부터 부품을 공급 받고 운송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같은 구조다. 잇단 사례만 봐도 수직계열화를 통하면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효과가 있다. 다만 이런 방식의 장점을 취하려면 계열사간 거래를 기존 공시제도보다 세세하게 공개하면 된다. 비상장사는 상장사로 유도하고 총수 일가의 지분을 제한하는 등 권고 사항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 (사진=신민경 기자)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 (사진=신민경 기자)

— 그간 공정위 제재가 기소까지 이어진 사례는 드문데 조성욱 위원장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합법의 탈을 쓴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잡아내려면 기업의 생리를 잘 알아야 한다. 미꾸라지를 빨리, 많이 잡으려면 잦은 실사를 통해 그물망을 촘촘히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일탈 행위가 어렵도록 입법을 통해 보완해나가면 된다. 공정위가 기업의 의중보다 한발짝 앞선 생각을 하지 못한다면 경제검찰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2017년 초까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공보이사를 지냈으며 지난달 바른미래당에 '1호 인사'로 영입되며 당 대변인에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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