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주회사인 (주)LG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실질적인 그룹 경영권을 갖게 됐다. 구 회장은 승계 과정에서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보유 주식 11.28% 가운데 8.76%를 상속받았다. 이로써 구 회장은 (주)LG 주식 총 15%를 거머쥐었다. 앞으로 남은 건 상속에 따른 세금 문제다. 구 회장이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는 7000억원이 넘는다. 이를 두고 재계뿐 아니라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말들이 많다. 한편에선 그룹을 물려 받을 때 세법이 규정한 세액을 납부하는 것은 당연지사라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가족기업이 다수를 이루는 우리나라에서 투자 촉진과 일자리 활성화를 꾀하려면 상속세율을 낮추고 가업상속세 공제대상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광모 회장, 전체 상속분의 70% 상속세로 내야

구 회장 등의 (주)LG 지분에 관한 상속세는 총 9179억원이다. 이 가운데 구 회장 단독으로만 약 7134억원를 내야 한다. 특수관계인 상속에 적용되는 20% 할증을 받는 데다 세율 역시 최고치인 50%가 적용돼서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의 상속개시일인 5월 20일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 동안 (주)LG의 평균 주가는 7만8627원이다. 특수관계인 할증 20%를 적용하고, 상속 규모가 30억원 이상일 때 적용하는 최고세율 50%를 곱하면 구 회장이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율은 전체 상속액의 70%가 된다. 

구 회장 등 상속인들은 연부연납(세금 일부를 장기간 분할 납부하는 제도)에 따라 앞으로 5년 동안 상속세를 나눠 낼 수 있다. 이에 오는 11월 말 1차로 상속세를 납부할 예정이다.

재계는 구 회장 일가가 낼 상속세 납부액이 역대 국내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낸 총수일가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측이다. 신 회장 등 유족들은 물납방식을 통해 상속세 1840여억원 냈다. 

(이미지=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상속세 납부는 '당연한 도리'

학계에서는 구 회장이 세법에 따라 부과된 세금을 투명하게 내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부의 불균형과 편향 문제를 개선해 계층간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게 정부 역할이기 때문이다. 

최기호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법에 의거해 내야 하는 금액이 있다면 내야 한다. 최대주주는 일반주주와는 달리 특혜가 많기 때문에 할증 20%가 적용되는 것도 당연하다. 정부는 구광모 회장이 많은 주식을 증여 받은 것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주주가 된 것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은 LG그룹 3세 경영자인 구본무 전 회장의 아들로, 구 전 회장의 건강 악화로 4세 경영을 본격화하게 됐다. 구 회장은 지난 2006년 LG전자의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해 작년 1월에는 경영전략팀 상무를 맡았다. 하지만 지난 6월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하기까지 두드러진 경영성과를 내놓은 바 없다. 

이에 관해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자산 과세와 상속된 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 않다. 소수에 편중된 자산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면서 "구본무 전 회장이 이룩한 자산의 지분을 구광모 회장이 넘겨받는 데 있어 그가 경영권 인수자로서 적임자인지 증명할 길도 없다. 그런 구 회장이 LG그룹의 경영권과 지분을 물려 받기 위해서는 마땅한 세액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세법에서 정한대로 70%의 과세율을 매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역설했다.

투자 촉매제는 '상속세 완화'

이와는 반대되는 의견도 제시된다. 과도한 세금 부담은 기업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독일을 포함해 '대륙법'을 따르는 다수 국가들은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재벌가(家)의 변칙적인 상속과 증여를 통한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과세 강도를 높이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업이 고용유지와 창출을 다그칠 수 있도록 조세부담 완화와 기업승계 원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업상속세의 거시경제적 효과 및 가업상속 과세특례제도 개선방안' 일부 발췌 (자료=한국중견련, 중견기업연구원, 법무법인바른)

우리나라는 가업상속에 관해 대륙법을 따른다. 대륙법을 따르는 독일, 스페인 등은 가족기업 비중이 44% 이상이다. 대륙법의 반대편에는 영미법이 있는데, 이는 가족기업 비중이 24% 이하인 호주, 영국, 미국 등이 이를 따른다. 대륙법을 이끄는 대표적 국가인 독일의 경우, 제조업의 85%가 가족기업이다.  

이에 대해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대륙법을 따르는 국가의 기업들은 대부분 가족기업이다. 우리 업계도 가족기업이 다수를 이루는데, 이들의 투자 촉매제로 작용하는 것이 상속세다. 현재 고용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기를 부양하려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들에게 과세하는 상속세율이 과도하면 기업은 투자 여력이 있어도 투자를 기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중견기업과 대기업은 가족기업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아 가업승계와 상속 문제가 빈발한다. 만일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속 문제에 직면했을 경우, 상속세액 부담으로 인해 시스템 리스크(개별 기업의 부실위험이 국가의 경기 부실화를 이끔)를 초래할 수 있다. 과도한 상속세액은 궁극에는 투자 위축을 일으켜 기업들의 잠재투자를 제거한다는 게 라 원장의 의견이다. 

라 원장은 "기업승계는 자금의 상속이 아닌 지분의 상속을 의미한다"며 "기업의 생산요소는 기술, 자본, 노동이다. 즉 기업승계는 이 3요소를 이어 받는 것을 일컫는다. 노동력, 기술력과 각종 설비자본 등은 고용과 연관성이 크다. 이 항목들이 온전히 상속돼야 기업이 고용유지를 할 수 있고 투자도 활발하게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 법무법인 변호사도 "현재 우리나라의 가업상속세 공제대상에 대기업은 포함이 안된다"며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매출액 3000억원 이상 기업은 공제대상이 아니다. 기업인들은 상속세로 납부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를 분할하고 매각하는 등 굴절을 감행하면, 기업경제와 투자가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속세를 완화하는 대신 이후 기업들이 높은 매출액을 거둬들일 때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도 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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