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국토교통부가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김천지역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대리점장이 임의대로 올린 수수료를 부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리점장이 요율을 부당하게 산정한 데 대해 회사가 중재안을 내놓으며 택배기사들을 회유하고자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김천지회는 종전 김천출장소 대리점장과의 계약 과정에서 '대리점 수수료에 관한 협의'를 요구한 바 있다. 많은 대리점장들이 대리점수수료 책정 기준이나 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최소 5%, 최대 30%의 수수료를 공제하고 있어서다. 지점마다 요율이 상이한 점 또한 김천지회의 불만을 높였다. 때문에 김천지회는 추후 과도한 요율로 조정될 경우를 대비해 당시 대리점장과 수수료율 7~8% 수준으로 합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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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11시 참여연대에서 열린 '생활물류서비스법 관련 택배기사 요구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노조 관계자들이 요구안을 외치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하지만 김정숙 택배연대노조 김천지회장에 따르면, 이 김천출장소를 승계해 지난 5월부터 업무를 시작한 새 대리점장은 해당 노사 협의서에 적힌 계약 내용을 따르지 않았다. 김 지회장은 "그는 지난달 19일 조합원들과 협의도 하지 않고 대리점 수수료를 13%로 올리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며 "이튿날부터 일방적으로 이를 공제한 뒤 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통상 택배기사들은 잡하와 배송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수입으로 가져간다. 총 수수료 수입에서 대리점 수수료와 갖은 수반비용을 뺀 뒤 남은 금액을 취하는 것이다. 예컨대 택배비가 2500원이면 택배사가 1700원 가량을 갖고 대리점에는 수수료 약 800원을 배분한다. 여기서 부가세 10%와 소득세 3.3%, 대리점 수수료를 제해 600~700원 정도를 택배기사가 갖는다. 대리점이 취하는 수수료율이 높을수록 기사들이 건당 가져가는 금액은 줄어든다. 택배기사들 사이에서 요율 산정 기준 공개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 2017년 9월 발간한 '택배기사 노동실태와 정책대안 모색'에 의하면 대리점장 10명 가운데 1명은 기사들에게 수수료와 여타 공제항목을 상세하게 안내하지 않는다. 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400명 중 11.8%가 "공제내역을 안내받지 못한 채 일을 한다"고 답했다.

CJ대한통운 구미지점장과 김정숙 택배연대노조 김천지회장이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 (사진=신민경 기자/김 지회장 제공)
CJ대한통운 구미지점장과 김정숙 택배연대노조 김천지회장이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 (사진=신민경 기자/김 지회장 제공)

택배기사 4명 중 1명이 의사와 무관하게 결정된 수수료를 대리점에 부담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 센터에 의하면 택배기사 400명 중 92명만이 점장과의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한다고 답했으며 99명은 점장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결정하거나 변경한다고 응답했다. 수수료 변경 절차가 공정하지 않아 양편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경우가 여럿 있다는 얘기다.

김 지회장은 "새로 온 대리점장은 6월 29일 우리 측과의 면담에서 자신이 사전에 노사 협의서의 7~8%를 그대로 승계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달리 이를 지키지 않았음을 시인했다"고 밝히면서도 "CJ대한통운 구미지점장은 피해 받은 우리를 보호해야 할 상황에서 되레 대리점 수수료 10%를 제시하며 점장과 합의하도록 회유했다"고 했다. 부당한 수수료 인상 요구를 감시해야 할 본사가 이를 외면하고 양자간 합의에만 몰두했다는 게 김 지회장의 설명이다.

이에 CJ대한통운 측은 "의도가 곡해돼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는 전 대리점 사장과 협의한 내용을 요구하고 새로운 사장은 대리점 운영을 위해 적정한 수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다만 제3자인 택배사가 대리점장과 택배기사 간 수수료 조정에 끼어들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택배사는 대리점장과 일정 구역에 대한 물량을 제공한다는 계약을 맺은 것이며 이 점장들이 기사들을 고용해 물량을 배분하는 방식"이라며 "각각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 형태를 띠는 이해관계자들에게 회사가 나서서 수수료 인상과 인하를 제시하는 건 월권이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 구미지점장이 김 지회장에게 수수료 10% 수준을 받아들이도록 회유한 데 대해선 "양측의 갈등이 깊어 당사 지점장이 개인적으로 서로 잘 협의해 소비자현장이 안정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안책을 제안한 듯하다"면서 "선한 의도가 집배점의 편을 드는 것처럼 비춰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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