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겪다 극단적 선택한 'CJ대한통운 간부'...회사 책임 없나?
우울증 겪다 극단적 선택한 'CJ대한통운 간부'...회사 책임 없나?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4.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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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후 우울증 등 정신질환 앓아...유족 "업무 과다-스트레스 영향 컸다" 주장
휴무일 없이 거의 매일 오전 6시 출근 새벽 1시 귀가...노동청에 진정서 제출
CJ대한통운 "건강보험공단 등서 산재 심사결과 나오면 보상 관련 사항 결정"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CJ대한통운이 전개 중인 항만하역장인 인천 연안부두 내항에서 인천지사 소속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간부가 입사 이후 줄곧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드러나, 이같은 병력이 직장 내 괴롭힘과 과도한 업무량에서 비롯됐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유족은 간부가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측은 "산재 심사 결과에 따라 보상 관련 사항들을 결정 짓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인천시 중구 항동7가 연안부두 내항 사일로(silo·저장탑)에서 CJ대한통운 인천지사 소속 차장 A씨(43)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A씨가 42m 높이의 사일로 옥상에서 추락해 숨져 있는 것을 사일로 경비원이 15일 오전 5시30분께 발견해 경찰에 알린 것. 옥상 출입구에선 소주 3병과 담배꽁초, 유서 등이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전날인 14일 오후 7시30분 무렵 옥상에 올라 다음날 발견되기까지의 약 10시간 사이에 스스로 옥상 아래로 뛰어내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A씨는 CJ대한통운 인천지사 관리 하의 사일로 중 북항 소재의 사업소에서 차장으로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도 CJ대한통운이 관리하는 사일로 중 한 곳이다. 이에 유가족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엔 회사 업무 과다와 직장 내 스트레스 등의 영향이 컸다고 주장 중이다. A씨의 유가족 측은 "365일 가운데 거의 휴무일 없이 매일 같이 출근해 일했다"면서 "오전 6시에 출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새벽 1시 무렵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유가족은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에 경찰은 유서 내용 등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유서에 A씨가 자신을 자책하는 내용이 있는 반면 (본인을 부당대우를 한) 특정인을 지목했다거나 직장 내 처우의 불합리를 고발하는 듯한 뚜렷한 내용이 적시돼 있진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단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경찰은 만일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CJ대한통운은 현재 인천항과 군산항, 울산항, 목포항 등 부두 4곳에서 연간 사료와 곡물 약 300만톤을 하역하며 항만하역과 운송사업을 하고 있다. 이 중 사고가 난 인천항 부근 사업소는 산재적용 대상 사업장으로, 이번 사고가 산재로 간주될 경우 회사는 산재 보험처리와 유족보상금 지급 등의 의무를 져야 한다.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을 위해 마련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자살 등 자해행위에 따른 사망의 경우에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 법의 제36조에 명시된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을 보면 업무 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거나, 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했단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엔 산재가 인정된다. 노동자가 고의적으로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그 원인이 직장 내 괴롭힘 등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면 회사와 보험사 등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단 얘기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A씨의 유족과 회사 간 입증책임의 결론을 낼 관건은 'A씨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 병력 여부'다. 해당 사업소에 입사한 뒤 정신적인 부담을 겪어 이와 관련한 치료기록이 있을 경우엔 산재 승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단 경찰 측의 설명에 의하면 A씨의 유서엔 특정인물의 직장 내 괴롭힘이나 과도한 업무를 꼬집는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취재 결과 A씨의 우울증이 회사 입사 이후 발병한 것으로 확인돼, 회사 내 업무나 대인관계가 A씨의 정신적 부담에 빌미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주요하게 거론된다.

이 사건을 맡은 인천중부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디지털투데이에 "A씨는 이 회사에 15년간 근무한 차장(임원급)으로서 생산직 노무자는 아니었다"면서 "기존 언론엔 부검을 의뢰했다고 보도됐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부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A씨의 우울증 병력에 관해선 "조사 결과 A씨는 이 회사의 근무 초기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측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여부 심사 결론을 내리는 대로 산재보험을 적용할지 결정할 것이란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복지규정에 따라 장례용품과 경조사비 등은 사측에서 제공했다"면서 "근로복지공단과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산재처리 결정을 내리고 관련자료 요청 시, 이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 측이 밝힌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해서 알아본 결과 그런 정황은 없었던 것 같다"고도 했다.

사업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의 경우 근로복지공단 내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사건을 취급한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측은 "현재로선 지난해 11월 사건들을 판별 중이므로 최근 접수된 사건 심사의 경우 통상 6개월 정도 걸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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