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카카오의 금융 자회사 카카오뱅크가 올 상반기 중 오픈뱅킹에 참여한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만으로 고객이 가진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자금 출금·이체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12월 전면 시행돼 대다수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카카오뱅크는 그간 참여를 저울질해 왔다. 카카오뱅크가 뛰어들 경우 현재 시중은행이 다소 앞서가고 있는 오픈뱅킹 초기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8일 금융위원회와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늦어도 6월까지 오픈뱅킹 서비스 이용기관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가 합류하면 금융소비자들은 각종 자산관리앱에서 카카오뱅크 계좌의 잔액과 거래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기존에 계획됐던 상품 개발 일정을 감안하니 합류시기가 올 상반기로 추려졌다"며 "전산 개발 등과 관련해 준비가 이뤄지고 있어 오픈뱅킹 참여가 임박한 상태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핀테크 업체는 기능 테스트와 보안성 점검 등을 거쳐야 하지만 카카오뱅크 등의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오픈뱅킹 시스템 개발만 되면 바로 참여가 가능한 구조"라면서 "카카오뱅크의 참여 의사는 전달받은 상태이나 구체적인 합류 시기는 회사의 전산개발 일정에 따라 결정될 듯하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은 오픈뱅킹 서비스를 전면 시행했다. 당시 핀테크 업체 31곳과 은행 6곳이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후 7곳이 추가돼 현재 오픈뱅킹 이용기관은 총 54곳이다. 

카카오뱅크는 대형 사업자로서는 드물게 오픈뱅킹의 직접 참여를 꺼려왔다. 은행권 시범운영 때부터 정보제공 협력기관으로만 참여해 왔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연내 상장을 위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부 핀테크 기업에 정보를 개방하는 일에 우선해 자사 금융상품 다각화와 모객과 서비스 확대 등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앞선 2017년 7월 서비스를 개시한 뒤로 카카오뱅크의 수익사업은 꾸준히 순항 중이다. 저금리 대출과 값싼 수수료로 인기를 끌며 이달 말 기준 누적 고객수 1154만명을 기록했다. 

이런 성과의 배경에는 자본 확충과 차별적인 핀테크상품 라인업 등이 있다. 지난해 11월 5000억원을 유상증자해 여신 여력을 넓혔고 12월에는 금리 연 1%의 금융상품인 '저금통'을 출시했다. 입출금 계좌에 있는 1000원 미만의 잔돈을 자동 이체하는 방식이다. 저금통은 출시 2주 만에 계좌 개설수 100만좌를 넘겼다. 

카카오의 다른 금융 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이미 오픈뱅킹 참여사인 점도 카카오뱅크의 소극적인 행보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두 곳이 별도 회사라지만 카카오로서는 은행업과 간편결제·송금업의 시너지를 강구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상장을 목전에 둔 두 기업 중 1곳이라도 오픈뱅킹을 도입한다면 다른 한 회사는 다른 사업부문을 보충하면서 간 볼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오픈뱅킹이 혁신금융의 일환이지만 금융소비자의 구미를 당길 정도로 시급히 도입해야 할 서비스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다만 일부 사용자들의 불편을 감안할 때 참여를 계속 미룰 수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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