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카카오톡 오류가 있은 뒤 각종 SNS에는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이미지=신민경 기자)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기둥이 되는 금융시스템에 정보통신(ICT) 기술을 덧댄 것이 '핀테크'라면 반대로 '테크핀'은 기술이 주도하는 금융서비스다. 어렵고 번거로운 금융을 기술로 해결해 보겠다."

지난해 11월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첫 기자간담회에서 류영준 대표가 한 말이다. 쟁쟁한 전통 금융기관들 사이에서 기술을 앞세워 플랫폼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카카오톡의 일일 이용자가 4000만명에 이르는 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카카오표' 금융서비스 앞에선 적대감을 내려놓았다. '매일 챙겨보는 카카오톡 안에서 금융소비까지 할 수 있다'는 서비스 개념에 호감을 가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카카오 금융서비스에 대한 신뢰에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톡의 서버 튕김 현상이 잦아지면서 카카오톡을 메인 플랫폼으로 삼은 여러 금융 서비스가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카카오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50분부터 약 20분 동안 카카오톡에서 메시지 송수신이 지연되는 오류가 나타났다. 이달 초 1시간20분 가까이 송수신·로그인 장애를 일으킨지 보름 만에 다시 먹통이 된 것이다. 원인을 두고 카카오 측은 "내부 네트워크의 일시적 오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의 오류 발생 빈도가 예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단 점도 우려다.

앞서 지난 2017년에는 2월과 7월, 12월에 메시지 전송 오류가 나타났다. 이듬해인 2018년에도 5월과 6월, 12월에 같은 장애가 발생해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해엔 각각 7월과 8월에 메시지 수·발신 지연과 PC버전 접속 오류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3년을 보면 해마다 카카오톡 오류 건수가 평균 3건 꼴로 유지돼 왔다. 반면 올해의 경우 아직 연초인 데도 누적 3건이 발생한 상황이다.

카카오톡 오류 화면. (사진=신민경 기자)

문제는 카카오톡의 서버 장애가 주요 금융서비스의 리스크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카카오의 금융 자회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과 구분된 서버를 사용하기 때문에 메신저 오류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게 맞다. 하지만 카카오톡 앱 안에서 소비되는 금융서비스는 예외다. '카카오뱅크 챗봇' 기능과 '카카오페이 거래내역 조회' 서비스, '카카오톡 송금받기' 서비스 등이 그 예다. 이 서비스들은 플랫폼의 오류에 그대로 노출된다.

실제로 지난 17일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일부 기능 먹통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많은 소셜미디어(SNS)을 통해 "카톡에서 송금을 했는데 돈만 빠져나가고 전송완료 메시지가 안 왔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어떤 네티즌은 "자주 오류 내면서도 정작 카카오는 매번 아무렇지도 않게 이유를 둘러댄다"고 꼬집기도 했다. "문어발 사업 확장 그만하고 본업이나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카카오로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별도 앱을 구축한다 해도 소비자들의 수요에 부응하려면 주요 금융서비스들은 카카오톡에서도 제공할 수 밖에 없다"는 항변이다. 카카오의 양대 금융 자회사가 단기간에 시장에 안착한 데엔 '카카오톡 접근성'이 영향을 미쳤다. 메신저를 통해 돈을 주고 받고 금융상담을 받는 등의 '쉬운 금융'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문송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전통 금융사들은 연휴 동안 며칠씩 고의로 모든 금융업무를 차단하고 전산시스템 점검에 들어가지 않느냐"며 "카카오의 금융서비스는 연휴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감안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다만 "금융분야에서 광폭행보를 보이는 만큼 카카오의 기술력이 금융혁신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보다 분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걸 디포렌식코리아 대표는 "최근 카카오가 보험·증권·은행·결제 등 각기 금융업에서 실험을 지속하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잦은 오류가 예상된다"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소비자들의 걱정과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사내 응급점검팀이 이용자들에게 사후 '오류 보고서'를 배포하고 정확한 원인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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