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최종원 세틀뱅크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핀테크업계가 새로운 경영체제를 속속 가동하고 있다. 특히 핀테크 열풍으로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신사업에 보다 정통한 인물들을 앞세우는 모습이다.

간편결제 대행사업자인 세틀뱅크는 최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최종원 Biz부문장(전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기존 이경민 단독대표 체제에서 이경민·최종원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최 대표는 앞서 KT 금융마케팅팀장과 제휴멤버십팀장, KG모빌리언스 신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통신·결제 부문의 신사업 전문가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국내 대형 제휴사를 대상으로 결제서비스와 플랫폼을 제공 중인 세틀뱅크는 핀테크 수혜주 중 하나다. 정부의 현금 활성화 정책의 영향으로 해마다 간편 현금결제 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신용카드 '쏠림현상'을 막고 골목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제로페이와 인천이음카드 등의 지역화폐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세틀뱅크 매출액은 1년 전보다 5.5% 오른 매출액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술 발전 등의 영향으로 소비 양상이 '대면 금융'에서 '비대면 금융(디지털 금융)' 양상으로 바뀐 점도 세틀뱅크엔 호재다.

올해 세틀뱅크의 주요 관심사는 해외 결제시장 진출이다. 상반기 중으로 MC페이먼트와 손잡고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 7개국 가맹점에 간편 현금결제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MC페이먼트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간편결제기업들의 서비스 공급업자다. 

핀테크산업의 원조 격인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신사업에 특화된 인물들을 앞세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세틀뱅크와는 반대로 기존 공동대표 체제를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용우 전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사임하면서 공동대표직에 공백이 생겼지만 카카오뱅크 측은 추가 인물을 선임하지 않고 기존 윤호영 대표를 최고경영자로 내세우기로 한 것이다. 

윤 대표는 다음 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 등에서 경영지원부문장과 부사장으로 역임한 바 있다. 카카오 부사장으로 재임하던 때 1인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카카오뱅크 설립을 준비한 인물이기도 하다. 윤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획득을 주도했고 글로벌 인터넷전문은행 중 최단기간 흑자 전환을 성공시키는 등 핀테크 부문에서 성과를 나타냈단 평을 받는다.

핀테크 전문가인 윤 대표의 단독 경영이 본격화된 만큼, 연내 오픈뱅킹서비스 참여와 자사 금융상품 다각화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관측된다. 카카오뱅크는 상반기 중 오픈뱅킹서비스 이용기관으로 합류한다. 그간 카카오뱅크는 대형 사업자로서는 드물게 오픈뱅킹의 직접 참여를 꺼리고 정보제공 협력기관으로만 참여해 왔다. 카카오뱅크의 서비스 불참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던 이용자들도 조만간 계좌통합관리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앞선 2017년 7월 서비스를 시자한 뒤로 카카오뱅크의 수익사업은 꾸준히 순항 중이다. 저금리 대출과 값싼 수수료로 인기를 끌며 지난 1월 말 기준 누적 고객수 1154만명을 기록했다. 차별적인 핀테크상품 라인업이 이런 성과를 뒷받침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2월 금리 연 1%의 금융상품인 '저금통'을 출시했다. 입출금 계좌에 있는 1000원 미만의 잔돈을 자동 이체하는 방식이다. 저금통은 출시 2주 만에 계좌 개설수 100만좌를 넘겼다. 

케이뱅크 역시 새 행장으로 이문환 BC카드 사장을 들이며 새 출발을 모색한다. 

이 행장은 지난 1989년 KT에 입사해 신사업개발담당과 경영기획부문장 등을 거쳤고 2018년부터 2년 동안은 BC카드를 이끌며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 왔다. 대표적인 업적은 BC카드의 간편결제 플랫폼인 페이북의 대중화다. 이 행장이 재임하는 동안 페이북 가입자 수는 종전보다 3배 늘어난 800만명 가량을 기록했다.

앞선 2017년엔 KT 금융보안데이터센터 개장을 주도해 '국내 1호' 타이틀을 붙이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고도 전해진다. 금융보안데이터센터는 전자금융 감독규정에 따라 세워진 클라우드 기반의 금융기관 전용 데이터센터다.

지난 3월 초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 통과가 불발되면서 케이뱅크는 자금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 추진 등의 현안을 해결하고 '식물뱅크'라는 케이뱅크에 대한 오명을 벗기는 게 이 행장의 첫 경영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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