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더케이트윈타워 내 위치한 케이뱅크 본사.
서울 더케이트윈타워 내 위치한 케이뱅크 본사.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구현모 KT 사장이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지 3개월 만에 고난도의 시험대에 서게 됐다. 우리나라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운명이 달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4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논의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열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다뤄진다. 이 개정안에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정보통신기술(ICT)기업도 유상증자를 통해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규제를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장기간 휴업 상태에 놓여있던 케이뱅크가 상반기 중 대출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부터 신규 대출이 중단된 상태다. 신규 대출을 늘리려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충족해야 하는데 압도적인 대주주가 빠져 있어 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에 실패한 것이다.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되면 KT가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에 올라설 기반이 마련된다.

이번 법사위 결과는 황창규 KT 전 회장과 구 사장 모두에게 의미가 크다.

황창규 전 회장의 임기는 이달 말 주주총회 때 만료된다. 황 전 회장은 케이뱅크를 'KT 5대 지능형 플랫폼 사업'의 하나로 언급하며 출범 시기인 2017년 4월부터 대주주 지위 획득에 공을 들여왔다. 케이뱅크 증자 문제가 3월 중에 윤곽을 드러내는 유일한 이슈인 만큼 황 전 회장이 명예로운 퇴진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다. KT의 신사업 투자 기조를 이어받은 후임 구 사장 역시 '첫 경영 성과'에 대한 부담이 크다. 앞서 KT는 올해 신년사 등을 통해 이동통신사업에만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조해 다양한 신사업 분야의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상황이다. 애초에 인터넷은행의 개념이 '정보통신(ICT)기업이 주도하는 모델'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혁신금융 육성에 힘쓰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KT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5세대 이통통신 상용화 투입 등으로 실적 약세를 겪은 KT에겐 관계사인 케이뱅크의 인터넷은행업 성패가 중요 변수 중 하나일 것"이라면서 "정부도 혁신금융을 치켜세우는 추세라서 억제책보단 부양책을 택할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개정안이 통과하더라도 케이뱅크의 활약을 볼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은행시장을 선점한 상태에서 신규 고객 경쟁을 벌이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계좌 개설 고객은 1100만명에 이른다.

김장원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가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 대출시장의 과열로 신용도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KT는 초기 사업확장의 계획이 틀어졌고 카카오는 압도적 입지를 확보한 상태이므로 KT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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