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은행 간 장벽 없이 타행 계좌 조회와 이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명 '대면 오픈뱅킹' 도입이 올 3분기께나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내부의 이해관계 충돌과 연구 용역의 연이은 유찰 영향 탓이 크다. 문제는 이마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될 경우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오픈뱅킹 지속성 및 확장성 확보를 위한 고도화 방안 연구'란 주제의 연구용역을 한국금융연구원에 수의계약으로 발주했다. 47%의 지분율로 날리지리서치그룹도 도급업체로 참여했다.

주요 연구 사항은 오픈뱅킹의 대면채널 서비스 허용 필요성, 오픈뱅킹 창구 도입으로 발생 가능한 리스크 분석과 이용자 보호 강화방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참가기관 추가 여부,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에 따른 영향 분석, 현장 의견과 해외 사례 검토 등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개별 금융회사들의 상황을 듣기엔 시간과 공간적 제한이 많아 주로 은행연합회 등의 단체와 접촉하며 각사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워낙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현재까지도 현장 설문조사를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방향성을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당초 금융위가 밝힌 구상안대로라면 이달 중으로 관련 연구용역이 완료돼야 한다. 금융위가 올 1월 10일 내놓은 '오픈뱅킹 전면시행 이후 동향'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 2월까지 용역 수행기관을 선정한 뒤 5월 중으로 나온 연구결과지를 받아보기로 돼 있다. 아울러 창구 도입 방안 마련에 돌입하고 6월까진 제2금융권이 업무규약 정비와 전산개발 등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가 낸 연구용역 공고가 연이어 유찰되면서 전체적인 일정이 틀어졌다. 금융위는 1월 6일과 28일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에 해당 연구용역 과제의 입찰을 공고했다. 그러나 두번 모두 금융연구원의 단독입찰로 유찰됐고 결국 금융연구원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선정돼 3월부터 연구에 들어갔다. 재공고 입찰을 부쳤는데도 유찰이 된 경우엔 단독 입찰자와 수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역착수 시기만 늦춰진 것이 아니다. 연구 기간도 연장됐다. 올 3월부터 6월까지 총 4개월이다. 기존에 공고됐던 3개월에서 1달 늘어난 것인데, 코로나19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 감염 우려와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면대면 조사와 회의 등이 제약을 받는 탓이다. 이 때문에 연구 결과가 나오는 시점은 일러도 오는 6월 말이 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들의 셈법도 덩달아 복잡해지고 있다. 오픈뱅킹 도입 여부와 시기, 방식들 가운데 어느 것도 뚜렷히 정해진 게 없어 어떤 전략을 취할지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대면 오픈뱅킹의 도입은 그간 은행권 안에서도 불협화음이 이어지던 사안이다. 오픈뱅킹을 대면 채널로 확대하면 은행 직원들이 고객의 금융정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타행 고객을 쉽게 유치할 수 있다. 모바일 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주요 고객층이 된다. 반면 일부 은행 사이에선 도입을 반기지 않는 시각도 있다. 추진 정도와 이해관계가 각사마다 달라 시기를 맞추기 어렵고 점포가 많은 은행이 고객을 뺏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모바일 오픈뱅킹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 확대된다고 해도 전산 개발과 관련한 어려움이 크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코로나 사태가 길어질수록 논의 시기도 불투명해 질텐데 시기가 특정되지 않아 답답한 부분은 있다"고 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오픈뱅킹이 업계 등수를 바꿀 만큼 소비자 유인력이 강한 정책은 아니지만 혼자 안하면 서비스 소외가 있을 수 있어 참여는 해야 할 것"이라면서 "고객을 뺏고 빼앗는 내부 경쟁이 과열될듯 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내부 혼선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대면 오픈뱅킹의 도입을 서둘러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권대영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지난해 오픈뱅킹을 도입할 때만 해도 창구 도입을 염두에 두진 않았다"며 "모바일 오픈뱅킹이 막 6개월을 넘긴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금융사들이 창구에 안전하게 도입할 준비가 됐을 때 오프라인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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