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하 카톡)의 '서버 튕김' 현상이 잦으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톡을 메인 플랫폼으로 삼은 여러 금융 서비스가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5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9시께부터 약 1시간 20분 동안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 시간 동안 일부 사용자들은 접속이 잘 안되거나 메시지 송수신이 지연되는 등의 불편함을 겪었다. 카카오 측은 "내부 네트워크의 일시적 오류였다"며 "장애 감지 후 긴급 점검을 통해 정상화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비슷한 전례가 많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해마다 카카오톡 오류 사고 건수가 평균 3건 꼴로 유지되고 있다.

새해 첫날이었던 지난 1월 1일에도 트래픽 급증으로 2시간 넘게 메시지 송신과 수신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각각 7월과 8월에 메시지 수·발신 지연과 PC버전 접속 오류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2018년에는 5월과 6월에 메시지 전송 장애가 잇따라 발생한 데 이어 12월에도 같은 오류를 일으켜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다. 2017년에도 2월과 7월, 12월에 메시지 전송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오류가 나타났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런 까닭에 '카카오톡의 잦은 오류가 금융사업의 리스크로 직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의 금융사업은 양대 금융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통한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바로투자증권의 계열사 편입을 끝내고 지난달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했다. 소액투자를 콘셉트로 미래에셋·삼성·키움투자 등 자산운용사 3곳의 펀드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서비스를 개시한지 6일 만인 지난 3일 증권 계좌 개설수 20만개를 넘겼다.

카카오페이는 삼성화재와 함께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채비에도 나선 상태다. 이달 중 금융위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연내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도 순항 중이다. 저금리 대출과 값싼 수수료로 영업 개시와 동시에 인기를 끌며 지난해 기준 누적 고객수 1130만여명을 기록했다. 

두 자회사가 제공하는 모든 금융서비스는 일일 사용자가 4000만명을 웃도는 카카오톡을 뒷배로 삼는다. 시장과 소비자들의 걱정을 사는 것도 이 대목이다. 카카오톡의 반복적인 서버 장애가 이용 중인 금융서비스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이다. 

카카오톡 오류 화면.
카카오톡 오류 화면.

물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과는 구분된 서버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때문에 각 서비스의 독립된 앱(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은 메신저 오류의 영향을 받지 않지 않는다. 문제는 카카오톡 앱 안에서 소비되는 금융서비스다. '카카오뱅크 챗봇' 기능과 '카카오페이 거래내역 조회' 서비스, '카카오톡 송금받기' 서비스 등이 그 예다. 이 서비스들은 플랫폼의 오류에 그대로 노출된다.

실제로 메시지 전송 오류가 있던 이달 2일에는 카카오뱅크 챗봇서비스의 먹통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지난해 11월에도 카카오톡과 연동된 카카오페이 기능인 송금받기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아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바 있다. 

카카오 측도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서버는 별개로 운영되지만 계정은 공유하므로 메신저와 자회사 금융서비스 간의 영향이 아예 없을 순 없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핀테크 상의 오류가 발견된 점은 자사 잘못이므로 이 빈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다만 "매번 오류의 원인이 달랐던 만큼 잦은 장애를 금융사업의 위기로 보는 것은 섣불러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금융기관 만큼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금융시장의 원동력은 신뢰이므로 영향력이 막대한 국민 메신저라 할지라도 준비가 안됐다면 금융업에 뛰어들면 안된다"면서 "플랫폼의 덕을 보며 금융고객들을 흡수하고 있는 만큼 그로 인한 사건사고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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