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카드업계가 '캐릭터 마케팅'을 앞다퉈 벌이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고비용 일회성 마케팅 규제로 시장의 뒷걸음질이 계속되자 유명 캐릭터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켜 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 정체가 뚜렷한 상황에서 캐릭터의 이미지에 의존하는 마케팅은 최선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카드는 인기 캐릭터 펭수를 디자인에 담은 '펭수 노리 체크카드'를 내놨다. 지난해 1020세대를 겨냥해 '오버액션 토끼 체크카드'를 선뵌지 8개월 만이다. 현재 펭수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는 211만명이다. 1년 기준 광고모델료가 5억원에 이를 만큼 업계 안팎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펭수 노리 체크카드는 출시 4일 만에 10만장 넘게 발급됐다. 

최근 카드사들이 캐릭터를 입힌 체크카드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드 모델로 캐릭터를 앞세운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0일 신한카드는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인 무지와 콘을 플레이트에 적용한 '카카오페이 신한 체크카드'를 리뉴얼 출시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NBC유니버설과 손 잡고 미니언즈 캐릭터를 담은 '딥 드림 체크'와 '에스라인 체크'를 내놨다. 이 카드는 출시 140여일 만에 발급수 30만장을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1월 NH농협카드가 내놓은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도 3주 만에 발급 10만장을 기록했다. 카카오프렌즈와 협력해 만든 농부 콘셉트의 라이언 캐릭터가 담긴 게 특징이다.

하지만 이런 카드업계의 캐릭터 제휴 바람을 불편하게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캐릭터 마케팅은 20년 전부터 시도됐다는 점에서다. 신한카드(옛 LG카드)는 지난 2000년 6월 업계 최초로 '헬로키티' 캐릭터를 도입한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이후 2006년에도 헬로키티 카드를 내놓고 발급 고객에게 헬로키티 휴대전화 고리를 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같은 해 우리카드도 엔씨소프트와 손 잡고 온라인게임인 '리니지2'의 캐릭터를 담은 카드 2종을 내놨다. 카드 발급자들은 게임 구매 30% 할인권과 15일 무료 이용권을 받았다.

보통 캐릭터 카드는 특별한 부가서비스 혜택을 포함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카드 디자인에만 집중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대신 대부분의 비용을 캐릭터 몸값을 대는 데 들인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체질 개선의 노력 없이 가입자 이목을 끄는 '꼼수 마케팅'에 주력해온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카드업계 수장들이 올해 신년사에서 최대 목표로 '디지털 혁신'을 강조한 모습과는 다른 행보라는 것이다.

지난 2006년 신한카드가 출시한 헬로키티 카드. (사진=신한카드 제공)

한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혜택이 많은 카드는 출시 1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게 카드업계의 불문율이지 않느냐"면서 "결국 남는 것은 혜택이 적은 캐릭터 카드 뿐이다. 이런 카드들은 영양가가 적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기대치를 충족할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카드업계도 할 말이 많다. 지금의 난맥상은 정부가 직접 나서 가맹점 수수료율과 알짜 마케팅 등을 손질한 탓이 크다는 것. 이로 인해 기업별로 차별화된 혜택을 내놓기 어려워지자 '캐릭터 선점'이 또 하나의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얘기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혜택이 많은 카드는 당장의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차원일 뿐 오래 두면 적자폭이 커지기 때문에 단종 시기가 빠른 편이다"면서 "캐릭터를 쓰면 유명한 모델보다 값싼 비용으로 젊은 세대 고객의 활발한 유치를 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일각에선 카드사들이 캐릭터만 앞세워 경쟁하는 '쉬운 길'보다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힘든 길'을 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의미한 결실을 보지는 못했지만 지난 2016년에는 카드사들이 자체 핀테크인 'O2O(Online to Offline)'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면서 "기존 시장에서 고객을 뺏고 빼앗는 게 아닌 시장을 새로 창출하는 방향으로 사업과 마케팅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퇴보하는 마케팅은 생존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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