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금융당국의 '망분리 원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일시 풀린 가운데, 핀테크 시장 안팎에 때아닌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이번 조치 기간에 핀테크 기업들의 보안 기술력을 입증할 경우 망분리 원칙에서 벗어날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망분리란 정보유출과 사이버공격을 막기 위해 통신회선을 업무용(내부망)과 인터넷용(외부망)으로 분리하는 것을 뜻한다. 현행 전자금융감독규정은 금융회사와 전자금융업자에 망분리된 업무망을 갖추도록 의무를 지우고 있다.

12일 핀테크업계에 따르면 최근 IT기술을 활용해 일부 인력을 재택근무로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NHN페이코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원의 재택기간을 개학기간까지 늘리고 협업플랫폼 토스트 워크 플레이스를 통해 집에서도 화상회의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핀크는 대주주인 하나금융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가상사설망(VPN)을 통한 원격근무 방안을 수립해 직원 3명에 도입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자율 재택근무제를 운영하며 출퇴근 시 택시비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Pixabay)

이처럼 전례 없는 광경이 연출되는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조치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는 "금융사가 업무연속성을 유지하도록 일반 임직원의 원격접속을 통한 재택근무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비상상황이 발생해도 금융서비스를 끊김 없이 제공토록 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이 전산센터 직원 외의 본점 직원들에게까지 망분리의 예외를 인정한 것은 지난 2013년 규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앞서 2014년 정부가 핀테크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선 뒤로 망분리 이슈는 핀테크 시장에서 줄곧 '뜨거운 감자'였다. 회사의 모든 데이터가 저장된 내부망이 인터넷과 단절돼 있어 인터넷을 활용한 각종 서비스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간편결제의 득세와 오픈뱅킹 전면 시행,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으로 호황을 맞고 있는 핀테크업계로서는 여러 사업기회가 막힌 셈이다.

망분리 규제를 반대하는 업계의 논리는 인프라 구축에 들이는 돈이 많고 업무에도 효율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망분리의 의무가 있는 전자금융업자들은 2대 이상의 단말기를 써야 해서 비용 부담도 2배다. 또 사내망 이외의 서버 접속이 차단되는 탓에 스마트워크(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원격 협업이나 외부 근무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체제)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들린다.

원격접속을 통한 금융회사의 재택근무 환경과 보안 조치 사항.

업계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기간을 망분리 제도 손질의 기회로 보고 있다. 각 기업들이 직원들의 원격 근무를 장려하는 동안에도 높은 수준의 보안을 유지한다면 이번 한시적 규제 완화 흐름을 장기적으로 끌어갈 확률도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김재환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핀테크 업체들이 고수해온 '기술력의 발전으로 회사 안팎의 PC를 나누지 않아도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증명할 시기"라면서 "원격근무를 도입한 수개월 동안 보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금융당국의 신뢰를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업체들은 보안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핀테크업계 한 관계자는 "분명 망분리 개선은 사업 효율을 극대화할 요인"이라면서 "핀테크산업협회에서 망분리 비조치 공지를 전달 받은 뒤로 시간을 갖고 VPN 연결 상태 등과 관련한 테스트를 철저하게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핀테크기업 관계자도 "보안인프라 구축 인력이 전직원의 10%를 웃돌 정도로 전산시스템과 보안 장치 관련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며 "원격 근무 2주째이지만 현재까지 문제 없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허용은 집단감염병 대처의 일환일 뿐이라며 신중론을 펴면서도 현행 규제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영진 금융위 전자금융과 사무관은 "이번 한시적 완화 조치는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른 것으로 일반 임직원도 원격접속을 할 수 있다는 포괄적 법령해석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난 뒤 격리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원격 근무를 도입하자는 얘기는 원칙에 어긋난다. 망분리 원칙을 바꾸는 건 관계부처 협의와 법령 개정 등이 요구되는 문제다"고 말했다. 다만 "각 금융사들의 보안 상황을 모니터링해 보고 필요할 경우 현행 원칙을 재검토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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