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과도한 혜택이 담긴 카드의 출시를 막는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이 본격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카드사들이 내규를 개정하는 등 관련 채비에 나섰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카드사들은 신규 카드 출시에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여신금융협회가 지난달 20일 현행 여신전문금융업(여전법) 감독규정의 일부 항목 내용을 보강하면서 만든 것이다.  

고객에 들이는 '부가서비스 비용'이 '판매수익'을 넘지 못하게 설계하라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주 내용이다. 수익성 분석 과정을 통해 상품 출시 요건을 까다롭게 함으로써 카드사들의 제살깎기식 경쟁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일명 '혜자카드'로 불리는 혜택 많은 카드의 출시가 끊길 전망이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 여전법감독규정 맹점 보완...'수익>부가서비스' 체계 만든다 

기존 여전법감독규정에는 '(신용카드업자가) 상품을 설계하려는 경우 수익성 분석을 실시해야 한다'와 '수익성 분석과 관련한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등으로 관련 내용이 명문화돼 있다. 표현이 모호한 탓에 카드사들은 부가서비스 비용을 적게 산정하는 대신 예상수익은 최대한 높게 잡는 등 임의대로 수익성을 분석해 왔다. 대외신인도 제고와 계열사 시너지 효과, 시장선점 효과 등 정확히 값을 매기기 어려운 무형적 항목들을 '예상수익'에 포함시키는 식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확실한 수익만 산정해야 한다. 가맹점 수수료와 회원 연회비 등이 그 예다. 이에 카드사들은 수익성을 고려해 부가서비스의 거품을 빼낼 수밖에 없게 됐다. 지침에 따르면 기업들은 수익성 분석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점검기준을 세워 내규에 반영한 뒤 손익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마케팅비가 수익을 넘어설 땐 원인분석과 대응방안 등을 사내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는 점도 각사의 지침 준수 의지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조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줄곧 카드사들에 취해온 강경 노선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해 4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줄일 것을 권장하는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이 발표됐을때 업계는 "초기 적자를 보더라도 모객을 위해선 미끼상품이 필요하다"며 반발했지만 정부는 유예하지 않았다. 은 위원장은 지난 29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여전업계 CEO 간담회'에서도 "수익이 저성장세인 카드업계에서 가장 고쳐야할 점은 해마다 10%씩 오르는 카드사의 고비용 마케팅 관행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9일 오후4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카드사들 "지침 따르겠다"...일부선 '불황인데 또 정부 간섭' 반발도

일단 카드사들은 금융당국과 금융협회가 권장한 가이드라인에 보조를 맞추겠단 입장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현업부서에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알린 뒤 내부 심사를 거쳐 수익성 분석과 관련한 기준을 확립할 예정"이라면서 "오는 2월 말에 예정된 자체 심의위원회부터 이같은 변화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종전보다 제휴 할인 혜택을 크게 줄일지 여부에 대해선 확언할 수 없다"면서도 "과당 경쟁을 막자는 취지를 이해하기 때문에 지침 내용을 사규에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했다.

NH농협카드 관계자도 "지난해 정부 차원에서 언급이 있은 직후부터 사내 수익성 분석 체계 재정비에 나섰다. 마케팅비와 판매수익을 산정하는 기준 등 일부를 조정했다"고 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수익성 분석 방향성도 '사규 위반'이란 명목으로 제한하려 하는 것은 당국의 과한 시장 간섭"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예측할 수 없는 악재 속에서 이번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카드사들은 더 보수적으로 상품을 설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전업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 조치 등 예상치 못했던 금융위발 변수로 카드사가 지난 한해 동안 영업난에 허덕이지 않았냐"며 "명문화돼 있지 않던 '알짜마케팅'까지 사규에 넣도록 지시하면, 카드사들은 관련 상품들을 출시하는 데 점점 몸을 사릴 것"이라고 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라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