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게임사들의 대표적인 비즈니스모델(BM)인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 안팎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돼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18일 넥슨 아레나에서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를 연다. 지난해부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문체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법률 개정 방향을 설명하고 업계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등 주요 쟁점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있을 예정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법제화를 추진 중인데, 게임사들은 과한 제재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게임사들도 이용자들의 원성을 감안해 스스로 변화에 나사고 있어 올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이른바 랜덤박스는 게임 이용자가 어떤 아이템을 획득하게 될 지를 구입 전까진 알 수 없는 상품이다. 업계서는 자율 규제를 통해 아이템의 종류와 획득 가능성에 대한 확률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영업 비밀 보호라는 명목 하에 이용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공개된 항목을 봐도 0%대 확률로 매우 희박한 경우가 많다. 게이머들의 원성을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먼저 게임사들의 변화가 눈에 띤다. 게임사들은 필드 내에서 모든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게 하거나, 확률형 아이템이 아닌 확정형 아이템만 판매하는 등 아이템 판매 방식을 바꾸고 있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나 카카오게임즈 '달빛조각사' 등이 대표적인 예다.
확률형 아이템이 아닌 새로운 수익모델도 찾고 있다. 이미 상당수 캐주얼 게임에서는 광고형 모델이 자리잡은 상태다. 이는 성장보다는 짧은 시간 재미를 추구하는 퍼즐 게임 등에서 주로 이용하는 BM으로 광고를 보면 아이템을 획득하는 식이다.
특정 기간 동안 정해진 금액을 결제한 이용자들에게 꾸미기 아이템, 미션달성 시 차등보상 등을 주는 '배틀패스' 시스템도 주목을 끌고 있다.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는 배틀패스의 수익성을 증명했다.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배틀패스가 주력 BM인 포트나이트는 2018년 매출 24억달러(한화 약 2조8000억원)를 기록하며 전세계 부분 유료 게임 매출 부문 1위에 올랐다. 국내 시장에서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라이즈 오브 킹덤즈'도 배틀패스를 도입한 상태다. MMORPG와 배틀로얄 장르를 융합한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A3:스틸얼라이브’에도 배틀로얄 콘텐츠 부문에 배틀패스 상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정부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제재도 어떤 형태로든 시작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26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마련했다. 여기엔 게임 아이템을 포함한 확률형 상품 전반의 확률 정보를 강제로 공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공정위는 개정안의 행정 예고에서 고지한 의겸 수련 기간이 끝나면, 3월 해당 개정안을 공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3개월의 공표 기간을 거친 뒤 이르면 올해 6월부터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해야만 한다.
물론 업계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이미 공정위는 사후 관리 체제로 확률형 아이템을 제재 중이다. 2018년엔 넥슨, 넷마블, 넥스트플로어 등에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다만 넥슨은 소송을 통해 과징금 전부를 취소받았다. 공정위는 넥슨에 9억3500만원(1일 평균 관련 매출액의 30/100 × 영업정지 일수)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는데, 법원에선 매출의 산정 기준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공정위에 전부 취소를 명했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느냐와 마느냐의 문제는 그 확률이 높고 낮음과는 또 다른 이슈다. 어느 수준이 적당한 지는 불분명하다"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과하게 제재가 가해지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중소 개발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메이저와 중소기업 간의 거래에 있어 공정하지 못한 거래가 있을 시 제재를 하는 것이 역할"이라며 "공정위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법적인 가이드라인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인터넷 서비스 규제는 역외 적용에 한계를 갖고 있다. 국내에 법인을 두지 않은 해외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적용 대상이 되더라도 사법 관할권의 제한으로 인해 실제 법률 집행이 어렵다. GSOK은 매월 언론 공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을 이용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자율규제를 이행하지 않는 게임사들은 밸브, 슈퍼셀, 즈롱게임즈, 엑스디글로벌 등 모두 해외게임사들이다. 법제화가 돼도 사실상 효력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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