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이 15년 만에 전면 개정된다. 그간의 변화된 현실을 담고, 게임산업의 재도약을 위함이라는 것이 법 개정을 추진 중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초안이 공개되자 게임업계서는 게임산업을 진흥이 아닌 규제의 대상을 봤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문체부는 상반기 중 개정안과 중장기 진흥계획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그때가지 의견 차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가 서초동 소재 넥슨 아레나에서 열렸다.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물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 토론회는 게임산업법 개정 방안 및 게임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됐다.

게임산업법은 게임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게임을 문화로서 인정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2006년 제정됐다. 그러나 당해 성인 오락실 산업인 '바다이야기' 논란이 불거졌다. 사행성 게임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면서 게임산업법은 시행 3개월 만에 규제가 강화됐다.

이에 게임이 여가 생활로까지 인정받는 등 산업이 커가고 있으나, 게임산업법은 이러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규제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확률형 아이템이나 과몰입 등 이용자에 대한 보호도 충분치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한 개정안 연구가 지난 2019년부터 진행됐다. 이날 공개된 것은 그간의 연구용역을 집약해 만든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현황과 개정안 비교. 게임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하는 한편, 부정적 표현은 전면 재정비한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현황과 개정안 비교. 게임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하는 한편, 부정적 표현은 전면 재정비한다.

◆게임 부정적 명칭 빼고 게임법 우선 적용...총체적으로 게임산업 관리

용역을 진행한 김상태 순천향대학교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일단 명칭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게임사업법'으로 바뀐다. 유사 진흥 법률을 분석한 결과, 규제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는데 개정안에서 규제를 빼지 못할 바에는 아예 이름을 바꿔 게임사업법이라는 이름 하에 체계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게임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하는 한편, 부정적 표현은 전면 재정비한다. 게임물은 게임으로 변경하고, 온라인게임에 대한 정의도 명확히 한다. PC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온라인게임으로 통합해 이를 제공하는 사업 형태인 '온라인게임제공사업'을 신설한다. '사행성 게임'‧'중독'‧'도박'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주는 표현은 삭제한다. '역기능 예방'을 '순기능 확대'로 바꾸는 등 법률 전반에 걸친 부정적 인식의 용어도 정비한다.

게임문화와 게임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조항도 보완, 강화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마련, '게임문화의 날'도 지정할 수 있게 한다.  게임산업 협의체 구성, 게임산업진흥시설 지정, 한국게임진흥원 신설 근거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민관이 함께 다양한 사안을 논의하고 현안을 해소케 한다.

규제 완화 작업도 진행된다. 기존 2단계로 나뉜 아케이드 게임의 등급분류는 4단계로 개선한다. 청소년시설제공사업은 전체이용가, 12세, 15세까지 게임을 제공할 수 있다. 게임 이용자는 정확한 정보 확인이 가능하고, 사업자는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등급 분류를 신청할 수 있다. 아울러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게임은 등급 분류를 제외하고, 연령을 속이고 게임을 이용해 업주가 처벌받게될 시 처분을 면제할 수 있는 조항도 마련한다. 특히 타법과 이해충돌 사안이 발생 시, 게임을 올바른 이용 등이 담긴 게임법을 우선 적용토록 하는 타법과의 관계 조항(안 제6조)을 신설한다. 

아울러 게임물관리위원회 심사에도 이의제기 신청 절차가 마련된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위원회로 명칭이 변경되는데, 이에 따라 게임위는 사후관리감독 기관으로서 국제교류협력 업무도 담당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법정기구로서의 충분한 역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용자보호를 위한 의무 규정도 신설된다. ▲확률형아이템 표시 의무 보완 ▲불법 광고에 대한 규제 근거 마련 ▲게임의 사행적 이용금지(환전 금지 및 고액경품 제공 금지) ▲VR 시뮬레이터 등 새로운 유형의 게임기기 안전성 확보 의무 신설 ▲국내 대리인 지정 및 게임사업자의 이용자 보호 의무 규정 마련 등이다. 

18일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한 김용삼 문화체육부 1차관
18일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한 김용삼 문화체육부 1차관

◆"진흥 뺀 진흥법?...결국 규제법" 업계 반발... 토론회서도 지적 이어져

이번 초안에 대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유독 게임산업에 대해서만 기존 진흥법에서 사업법으로 제명을 변경한다는 것은 문체부가 게임산업을 진흥의 대상이 아닌 규제, 관리의 대상으로 보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문체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사행성 확인이나 게임과몰입 예방조치가 게임사업자의 의무로 정해지며, 게임사로서의 결격사유가 정의되고 게임사업자의 준수사항이 구성된 점이 문제로 거론됐다. 향후 신규 규제 도입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 장에서도 조항별 문제점이 지적됐다. ▲자율규제에 대한 명문화와 ▲해외 역차별에 대한 문제가 대표적이다. 

개정안에선 게임 아이템에 확률정보 등을 표시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이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이 있어 확률형 아이템 결과물에 대해 개별 확률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며, 확률정보 표시 위치를 이용자의 식별이 용이한 게임 내 구매화면 등에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는 게임과 기업은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매달 발표하고 있다. 

서종희 건국대 교수는 '자유주의적 간섭주의'를 통해 우려를 나타냈다. 법률에 의해 자율규제가 보장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에 의해 그렇게 되도록 조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율규제는 민간에서 실패한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정부규제가 이뤄질 수 있으며, 그러한 경우에도 자정능력을 치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관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확률형 아이템 관련 조항이 들어가는 것 자체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계속 변한다"면서 "오히려 정보 공개만 하면 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그는 특히 '필요최소한도의 규제'를 강조했다. 배관표 조사관에 따르면 개정안의 조항 수는 70여개로, 그대로 통과된다면 문체부 소관 법률 중 3번째로 많은 조항을 갖게 된다. 그는 "모두가 원하는 것은 더 많은 조항이 아니라 문제있는 조항을 수정하고, 명확하게 하는 것"이라며 "(게임 관련) 이슈가 많기 때문에 전부개정안이 아닌 일부 개정안으로 전략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전했다. 

남현식 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 또한 "문화사업의 힘은 자율성과 창의성에서 나온다"며 "자율규제가 이미 잘 되고 있는데 정부 규제로 전환한다고 개선된다곤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산업협의체에 대해서도 "실제 정책에 반영된다면 모를까 협의체가 자율규제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라며 "정부 영향력을 포기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이질적인 조항으로, 삭제하기를 조언한다"고 말했다. 

◆해외 게임사와 역차별 여전...문체부, 상반기 중 개정안 및 중장기 진흥계획 발표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이정운 구글코리아 변호사에 따르면 개정안은 게임사업자의 사업 유형에 따라 필요한 인허가를 정하고 있다. 등록 제도는 공익을 해할 수 있는 사업을 강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전 규제로, 게임 산업에겐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해외사업자들에겐 이러한 인허가 의무를 요구할 수 있는 관할 지자체가 없어 법률을 준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진 것이 '국내대리인제도'다.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를 두지 않고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외(해외) 사업자에 대해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다만 게임산업법의 경우 국내대리인제도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정운 변호사의 주장이다. 게임법의 경우 한국 게임산업의 특수성이 고려된 내용으로 국제적 보편성을 가지지 못해 해외 사업자에게 강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역외적용 조항을 두지 못한 상태서 국내 대리인을 두라고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것. 해외사업자에 대해선 제재가 불가능하다면, 법 전체의 규범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편 문체부는 상반기 중 개정안과 중장기 진흥계획을 마련하고, 21대 국회에 이를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김용삼 문화체육부 1차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히며 "앞으로 민관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어려움을 타개할 여러 방안이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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