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게임업계의 꽉막힌 기업공개(IPO) 물꼬가 올해는 트일지 주목된다. 몇몇 게임사가 IPO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여러 가지로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7년 펄어비스와 2018년 베스파의 코스닥 상장 이후 게임사 IPO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올해는 IPO에 나서는 게임사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나, 후부군으로 꼽히는 게임사들이 IPO보다는 신작 개발에 우선한다는 계획이어서 올해도 쉽지 전망이 밝지는 않다. 

 

달빛조각사 출시 이후 매출 추이 (이미지=모바일인덱스 갈무리)
달빛조각사 출시 이후 매출 추이 (이미지=모바일인덱스 갈무리)

 

◆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 IPO 보단 제2 배그 찾을 듯

2018년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다 철회한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IPO 물망에 오르는 1순위 게임사로 꼽힌다. 당시 상장 철회 이유로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개발과 IP(지식재산권)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을 예정대로 추진하는데 우선 순위를 뒀다고 설명했다. 이후 카카오게임즈는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 퍼블리싱을 통한 견조한 매출을 기반으로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와 '패스 오브 엑자일(Path of Exile)' 등을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자회사에서 투자도 유치했다. 이에 올해 IPO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문제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달빛조각사'가 기대에 못미친 성과를 내면서 주춤하고 있다는 점이다. 

달빛조각사는 인기 게임 판타지 소설 달빛조각사 IP를 기반으로, 스타 개발자 송재경 대표의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출시 초기 1~2달은 매출 상위권에서 인기를 끌었으나 오류가 계속되며 현재 순위는 구글플레이 기준 50위권으로 내려 앉은 상태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지가 올해 상장할 것이 유력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카카오 그룹 입장에서 볼때 한해 3개 계열사의 상장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카카오게임즈는 패스파인더에이트 등 유망 개발사에 투자를 통한 IP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엔 PC MMORPG '에어(A:IR)'가 기대작으로 꼽힌다.

배그 개발사인 크래프톤 또한 제2의 '배그'를 내놓는 것이 큰 숙제다. 크래프톤은 게임 제작 스튜디오의 연합으로 펍지, 스튜디오블루홀, 피닉스, 스콜, 레드사하라, 딜루젼, 엔매스엔터테인먼트 등의 스튜디오로 이뤄져있다. '배그'의 성공으로 펍지가 과도하게 비대해졌다는 비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엔 70여명의 스콜이 폐업하며 내부적으로도 어수선하다. 크래프톤이 연합체를 표방하고 있기에, 회사는 퇴직자를 제외한 인원의 전환 배치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2년간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장병규 의장이 돌아온 만큼, 당분간은 내부 쇄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에어'. 크래프톤이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할 계획이다.(이미지=카카오게임즈)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에어'. 크래프톤이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할 계획이다.(이미지=카카오게임즈)

 

◆'로스트아크'로 '대박' 스마일게이트RPG, 조급함 없어

'로스트아크'로 오랜만에 국내 PC게임 시장을 달군 스마일게이트RPG 또한 잠잠하다. 로스트아크는 2018년 11월, 동시접속자 35만명, PC방 점유율 또한 3위까지 오르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도 10위권 내에서 견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스마일게이트RPG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를 우선협상대상자(숏리스트)로 선정하며 IPO를 준비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스마일게이트RPG의 상장 소식은 없다. 회사 측은 현재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OBT(오픈베타테스트)를 넘어, 올해 일본 진출을 준비 중이다. '로스트아크'의 모바일 버전 또한 지난해부터 팀을 키우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간 스마일게이트는 비상장을 고수해 왔는데, 계열사인 상장에 나선 것이 의외라는 업계 반응도 있었다. 실제 스마일게이트는 6000억원이 넘는 연간 매출을 올리고 있어, RPG가 급하게 IPO를 추진할 필요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T3, 실적에 달렸다...오디션 기반으로 안정감 높여

그나마 올해 상장이 유력한 곳은 T3엔터테인먼트다. T3엔터테인먼트는 PC온라인 리듬게임 '오디션' 개발사다. 오디션은 누적 회원이 7억명을 넘기는 IP 파워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모바일 버전인 '클럽 오디션'도 국내 출시 3주년을 앞두며 장수 IP로 거듭났다.

주관사로 마래에셋대우를 선정한 T3의 상장 여부는 향후 실적에 달렸다. T3엔터테인먼트의 2018년 개별 재무제표 기준 경영실적은 매출 182억원, 영업이익 71억원(영업이익률 39%)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1세대 개발사로서 개발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T3의 목표다. 연내 오디션 IP를 활용한 퍼즐게임이 출시될 예정이며, 스퀘어에닉스의 전략형 역할수행게임(RPG) 신작 삼국지난무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자회사인 한빛소프트는 게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드론, 바이오,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안정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한 몫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가 눈에 띄는 성장동력 없이 주춤하며 자본 시장의 기대감도 떨어진 상태"라면서도 "아직 올해 1분기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흥행 여부에 따라 IPO의 기대를 놓치긴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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