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는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 이후, 소재와 부품을 만드는 기반 기술인 장비의 국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연구원은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관련 보도는 산케이 신문을 통해 이뤄졌다”며, “당시 보도에 의하면 일본 정부는 7월 4일부터 TV/스마트폰의 OLED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공정용 레지스트와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총 3개 품목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을 규제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일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예고한 뒤, 4일 수출 규제를 본격 단행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단행한 소재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이다.

이어 8월 2일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한국의 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리고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를 공포했으며, 이에 따라 21일 후인 28일부터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업계는 그 결과 한국의 주요 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소재 국산화를 촉진하게 됐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이런 흐름에 원익머트리얼즈와 같은 에칭가스 공급사의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했고, 다른 공정소재 국산화에 관련된 기업들도 빠른 속도로 실적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증착장비 국산화 비교적 빨라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 장비인 증착 장비의 국산화가 중요하다며, 특히 이 중에서 PECVD(플라즈마 화학 장비)가 최근 국산화가 비교적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김경민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시설투자 로드맵에서 낸드 플래시가 DRAM을 앞서는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공정장비는 어느 것일까? 단연코 증착장비”라며, “증착장비는 700~800회의 공정 중에 100번 이상 사용되는 핵심 장비”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증착장비 중에서 국산화가 비교적 빨리 전개됐던 장비는 PECVD”라며, “PECVD장비는 저온 증착장비”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저온은 상대적으로 저온이며, 실제 공정 온도는 350~400℃로 실온 대비 높은 수준이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PECVD 장비는 저온 환경에서 가스 반응을 통해 증착막을 형성한다. 장비 안에 주입된 2개의 가스가 서로 반응하게 되는데, 가스의 친화력이 높다. PECVD 장비 내부에 주입된 2개의 가스는 빠른 속도로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따라서 PECVD 장비는 시간당 웨이퍼 처리(증착) 속도가 매우 빠르다.

최근 국산화가 이뤄진 ALD(Atomic Layer Deposition) 장비는 PECVD 장비와 유사한 화학적 증착장비다. PECVD 장비처럼 플라즈마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ALD 장비는 PECVD 장비보다 증착 속도가 느리다. 이는 한 번에 원자층(Atomic Layer) 수준으로 얇은 두께의 증착막을 하나씩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번 증착되는 과정을 1회 사이클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ALD 장비를 사이클 CVD 장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김경민 연구원은 “ALD 장비는 국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20년 전부터 사용됐다”며, “그러나 장비 국산화는 최근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프리커서 공급사(자료=하나금융투자)
프리커서 공급사(자료=하나금융투자)

최근에는 증착장비에 사용되는 소재인 ‘프리커서’가 원래 일본 공급사들이 합성, 정제를 하던 품목들이 많아 국산화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증착장비는 증착장비는 프리커서라고 불리는 물질과 함께 사용된다. 프리커서는 웨이퍼 위에 특정한 층(Layer)을 형성하거나 임시로 쌓을 때 사용되는 소재다.

김경민 연구원은 “프리커서 소재/물질의 국산화는 증착장비의 국산화보다 늦게 전개됐다”며, “진입 장벽이 높아 자체 기술 개발보다 M&A를 통한 기술 확보가 선호되었기 때문이다. DRAM 미세공정 전환이 전개됨에 따라 프리커서 소재/물질 국산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소부장 기술특위'로 국산화 지원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대한 움직임은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측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 정부는 일본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 8월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R&D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의 실행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제1회 소재·부품·장비 기술특별위원회(이하 소부장 기술특위)를 개최했다. 소부장 기술특위는 소재·부품·장비 관련 연구개발(R&D) 주요 정책, 투자 전략, 성과관리 방안 등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산하에 구성된 위원회다.

정부는 국가적 현안 등으로 정부 R&D과제의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책지정을 통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를 신설했다. 정책지정은 과제 선정 시 공모를 통하지 않고, 부처에서 R&D를 수행할 기관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대·중견 수요기업의 연구개발비 출연·부담 기준을 중소기업 수준으로 완화해, 적극적인 연구개발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소부장 기술특위(사진=과기정통부)
소부장 기술특위(사진=과기정통부)

정부 측 위원장인 김성수 과학기술혁신 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서 ‘소재·부품·장비 R&D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을 마련해, 현장에 적용하는 등 숨가쁘게 달려왔다”며, “소부장 특위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신속·유연한 R&D를 추진하는 동시에 긴 안목의 기초·원천 기술도 확보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김상식 민간위원장은 “연구계의 좋은 기술과 산업계의 수요가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위 위원장으로서 산업계와 연구계, 정부와 민간의 가교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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