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한국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 등 글로벌 소재 전략 무기화에 대응해 중·장기적 관점의 소재·부품·장비 기초·원천 R&D 예산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달 28일 일본 아베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본격적으로 제외했다.

앞서 아베 정부는 지난 7월 4일 한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 소재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8월 5일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 대책’과 8월 27일 ‘핵심 원천기술 자립역량 강화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종합대책’을 마련 각각 발표한 바 있다.

전략 품목 등에 대해 단기적으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소재·부품·장비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요·공급 기업의 건강한 협력모델 구축과 핵심기술의 자립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이 주된 내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에 발맞춰 기초·원천 R&D 분야에 ▲투자규모 대폭 확대, ▲투자 효율 제고를 위한 R&D 추진방식 혁신과 부처 간 칸막이 해소, ▲개방·공유·협력의 R&D 인프라 확충 등을 본격 추진할 계획을 9일 밝혔다.

소재·부품·장비 기초·원천 R&D 투자 2배 확대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약 1600억 원 규모의 소재·부품·장비 기초·원천 R&D 투자규모가 내년에는 약 3000억 원 규모로 대폭 확대되다. 소재분야 기초연구 지원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내년에는 소재·부품 등에 특화된 기초연구실 60여 개를 지정,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의 핵심소재 기술 자립을 위한 연구 저변 확대와 기초기술 확보를 지원한다.

또한 정부는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서, 2020년부터 2032년까지 총 4000억 원의 나노·미래소재 원천기술 개발사업을 새롭게 추진해 기초연구성과를 사업화로 연결한다. 기존 25개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연구단 외에 해외 의존도가 높은 소재의 혁신적 대체소재 원천특허 확보를 위한 연구단을 3개 신규로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326억 원의 소재혁신 선도 프로젝트(가칭)를 통해 대학과 출연(연) 등이 보유한 원천기술과 기업의 수요를 융합하는 소재혁신 플랫폼을 구축해,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기초·원천연구와 개발·사업화 연구의 간극도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그동안 주로 미래소재 중심으로 지원된 기초원천 R&D 투자가 잠재적 소재 전략 무기화 등에 대응해, 주력산업 분야의 기술자립이 시급한 소재와 선제적 위기 대응 소재 등으로 다양화 한다.

9일 오후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대전 유성구)에서 개최한 소재·부품·장비 R&D 현장 간담회에서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에서 개최한 소재·부품·장비 R&D 현장 간담회에서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산·학·연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국가적으로 기술력 확보가 시급한 100여 개의 전략 품목 개발에 핵심이 되거나 보다 근본적인 대체가 필요한 필수 요소기술 30여 개를 도출한 바 있으며, 투자의 시급성과 기술개발의 파급성 등을 고려하여 기술개발 착수를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차세대 반도체용 도금 소재, 고온·초고전압 반도체 등이 대표적인 해당 사례다.

아울러 방사광 가속기 기반의 반도체 검사용 EUV(극자외선) 광원 및 검사장비 개발에 내년 115억 원을 투입하며, 고도의 측정 및 분석을 위한 연구 장비의 국산화 기술개발에 내년 73억 원을 투입해 추진할 계획이다.

기초․원천 R&D 투자효율 위한 R&D 수행방식 혁신

이날 과기정통부는 “기초·원천 R&D 추진 시 산·학·연의 과도한 과제 수주 경쟁을 완화하고, 연구개발 주체 간 역할 분담과 연계를 더욱 강화한다”고 밝혔다. 기존 공공연구기관(11개) 중심으로 운영한 소재 연구기관 협의회를 확대 개편해, 내년 소재혁신전략본부(가칭)를 출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산·학·연 간 협업채널을 강화하고, 대학․출연(연)·기업의 역할분담과 협력의 다양한 성공모델 창출을 본격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대폭 확대된 기초·원천 R&D사업(과제)들이 최적의 사업추진 방식을 통해 수행되도록 관련 기술 수준과 산업 성숙도 등에 따라 차별화된 지원방식이 본격 적용된다.

기술수준에 비해 산업 성숙도가 미흡한 소재는 관련 기업과 연구단이 함께 명확한 기술목표를 설정, ▲기술 선도형 연구수행을 추진하고, 관련 산업 경쟁력에 비해 기술수준이 낮은 소재 분야는 ▲경쟁형 연구개발 방식을 통해 조기에 기술 수준의 향상을 도모할 계획이다. 또한 기술수준과 산업경쟁력이 낮은 미개척 분야에 대해서는 연구자의 창의성이 극대화되도록, ▲도전형 연구개발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과기정통부 내 기초연구와 원천기술 개발 간 연계와 과기정통부와 산업부와의 소재 연구 ‘이어달리기’를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 대표적으로 소재 기초연구 우수 연구자의 원천기술개발 과제 수행 지원 등이 있다.

대학·출연(연) 원천기술 개발성과의 기업 주도 후속연구 지원(이어달리기), 상용화 과정에서 도출된 공백분야에 대해 원천기술 개발 수요 대응, 기초․원천 R&D와 응용․개발 R&D의 동시 추진(함께달리기) 등 다양한 협업 모델을 발굴,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에서 이상민 국회의원과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에서 이상민 국회의원과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

개방‧공유‧협력의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과기정통부는 소재·부품 연구개발 주체 간의 정보 개방과 공유를 활성화하고, 첨단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유기적 협업 연구개발 지원을 위해서는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약 1700억 원이 신규로 투자된다고 밝혔다.

먼저, 2020년부터 25년까지 450억 원을 투입해, 소재·부품 연구개발 과정에서 개별 연구자들이 축적한 다양한 연구데이터를 수집․공유․활용하는 소재연구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의 소요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다양한 연구 성과의 연계와 융합도 촉진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450억 원을 들여, 반도체 소재·부품 연구자와 중소기업 등이 실제 반도체 공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연구결과와 시제품을 실증할 수 있도록 12인치 반도체 공공 테스트베드 구축을 지원한다. 이는 현재 반도체 관련 업체 대부분이 자체 평가팹과 12인치 패턴 웨이퍼 평가 장비가 없어, 실제 반도체 공정 환경과 유사한 테스트를 위해 해외시설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스템 반도체 설계 중소기업(팹리스) 지원을 위한 MPW 공정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 2022년까지 450억 원을 투자한다. MPW(Multi-Project-Wafer)는 웨이퍼 1장에 여러 종류 칩을 제작해 성능을 검증하는 기술이다.

이와 함께 과기정통부는 기존 소재 원천기술의 완성도 제고를 통한 조기성과 창출과 시급한 반도체 소재·부품 테스트베트 구축을 위해 올해 241억 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추진 중이다. 9월 중 연구단 및 시설·장비 구축기관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추경 예산은 조기 기술개발 및 완성도 제고에 31.5억 원, 실증 및 테스트베드 구축에 90억 원이 투입된다.

과기정통부 문미옥 제1차관은 이날 SK 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대전 소재)을 찾아 대학, 출연(연) 그리고 기업 관계자 등과 함께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초원천 R&D 추진현황을 공유하고 향후 추진방향을 모색하는 한편, 산학연의 적극적인 협업을 당부했다.

또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상민 의원도 참석해 국회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약속했다. 이 의원은 “일본경제침략으로 어려워진 경제분위기속에서 기업과 출연연이 해외의존비중을 줄이기 위한 기초연구에 관심을 갖고, 정부도 함께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다행”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서 인재양성, 대학과 출연연, 기업 협업 등을 통해 원천기술 확보 및 국가경쟁력 강화에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이상민 의원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상민 의원(사진=이상민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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