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낸드 플래시 가격 하락세가 서서히 회복하며, 올해 말부터는 일부 상승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수익이 다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6월 도시바 메모리의 정전사고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 플래시 재고를 처리하면서, 시장이 다시 회복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의 신호탄은 6월 도시바의 정전사고였다”며, “3개월 간의 낸드 생산 중단은 재고 소진과 공급 과잉 해소를 촉진했다. 이후 7월부터 낸드 계약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고전을 면치 못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낸드 플래시의 회복으로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최근 낸드 플래시의 업황이 개선되면서, 일부 증설을 진행하기도 했다.

메모리, 2년 마다 호황/불황 사이클...이번 회복 1년만 '이례적'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약 2년마다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번 회복은 지난해 말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난 이후 약 1년만의 반등이다.

김경민 연구원은 “지난 1년간을 돌아보면 이번에 불황이 짧았다”며, ▲무역분쟁으로 인한 낸드 가격의 급격한 하락과 수요의 가격탄력성 효과 발생 ▲도시바 메모리의 정전 사고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김 연구원은 “수요의 가격탄력성 효과가 발생한 시기와 도시바 메모리의 정전 사고가 2분기에 중첩돼 수요 개선과 공급 축소가 동시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2013년 9월 SK하이닉스의 화재, 2016년 2월 대만의 지진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사건들로 인해 가격이 안정된 것이다.

최근 이런 회복세에 삼성전자는 낸드 증설을 재개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낸드 생산능력은 지난해 1분기 480K에서 4분기 490K의 수준을 보였으나, 올해 1~2분기에는 각각 465K와 450K를 기록했다. 화성 16라인과 16-2라인에서 생산능력이 전환됐고, 이에 따라 웨이퍼 투입이 감소한 것이다.

김경민 연구원은 “2019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낸드 감산이 전개됐다”며, “특히 중국 시안 1기에서 낸드 감산이 가파르게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김경민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0K, 내년 40~50K의 증설이 시안 2기에서 있을 전망이다. 과거 삼성전자가 화성, 평택 등에서 1년만에 80~100K 증설한 경우가 있지만, 당분간 이런 대규모 증설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삼성전자 대규모 증설은 2021년 이후로 예상"

김 연구원은 영업이익률이 30%를 기록하면 대규모 증설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분기 21%에서 올해 0.2%까지 크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낸드의 가격도 빠르게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낸드 계약 가격은 각각 -22.3%, -26%를 기록했다. 반년만에 가격이 반토막 난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바닥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나금융투자는 삼성전자의 연간 낸드 플래시 영업이익률을 내년 11.5%, 2021년 19.7%로 추정한다. 2021년까지 30%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이후에나 대규모 증설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이와 같이 전망하는 이유는 2020년 및 2021년 낸드 가격 상승률을 각각 +5.6%, +5.9%로 추정하기 때문”이라며, “지나치게 보수적인 가정이라고 비난 받을 수도 있지만 낸드 가격은 연간 기준으로 상승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낸드 계약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한다면 그때부터 삼성전자의 대규모 증설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낸드 가격의 상승세가 좀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공급 문제의 해결 외에도 수요 증가의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2020년부터 낸드의 주요 수요 축인 스마트폰, 데이터센터에서 급격한 성장이 기대되며, 오토모티브와 IoT 등 새로운 시장 역시 함께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의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위축됐기 때문에 수요적인 측면에서는 낸드 플래시의 회복세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의 트렌드가 AI 데이터 센터로 바뀌고, 새로운 100단 이상의 낸드 플래시의 보급이 이뤄지며 데이터센터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SD(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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