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반도체 업계의 업황 부진이 지속되며, 3분기 SK하이닉스의 실적 역시 전년 대비 9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SK하이닉스는 K-IFRS 기준 3분기 매출액 6조 8388억 원, 영업이익 4726억 원, 순이익 495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7%씩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은 수요 회복 움직임이 나타나며 전 분기 대비 6% 늘었으나, 수익성 측면에선 DRAM의 단위당 원가 절감에도 불구하고 가격 하락폭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하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26% 줄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30%, 지난해와 비교해 90% 이상 줄어든 수치다.

DRAM·낸드 회복세…“하지만 4분기 DRAM 추가 하락”

SK하이닉스에 따르면, DRAM은 모바일 신제품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일부 데이터센터 고객의 구매도 늘어나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23% 늘었으나, 가격 약세가 지속돼 평균판매가격은 16% 하락했다. 단, 하락폭은 전 분기 대비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낸드플래시는 수요 회복이 지속되고 있는 고용량 모바일과 SSD 등 솔루션 시장에 적극 대응했으나, 지난 분기 일시적으로 비중을 늘렸던 단품 판매를 축소함에 따라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1% 감소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단품 판매 비중을 줄여 평균판매가격은 전 분기 대비 4% 상승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128Gb 16Gx8 MLC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이어진 하락세에서 벗어나 올 3분기에 4.6% 상승했다.

SK증권 김영우 연구원은 "DRAM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지만 재고도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며, "낸드플래시 부문의 경쟁력이 취약하나 업계의 감산 노력과 도시바 메모리 생산차질 여파로 3분기부터 재고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DRAM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고객의 재고가 상반기보다 줄어들며 일부 고객들이 구매 물량을 늘리기 시작했고 이 추세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낮아진 가격에 따라 수요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 업체들의 재고 부담이 빠르게 줄어들며 수급이 균형을 찾고 있고, 시장 전반에 걸쳐 고용량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이어져 당분간 낸드 판매 환경이 우호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5G 스마트폰이 내년 본격적인 성장에 진입하며 메모리 수요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황민성 연구원은 "4분기는 추가적으로 DRAM의 판매가격이 최대 10%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어 낸드플래시의 반등이 이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이에 따라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보다 손익이 악화된 3600억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SK하이닉스)
(자료=SK하이닉스)

"메모리 CAPA 줄이고,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할 것"

SK하이닉스는 늘어나는 고객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변동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생산과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DRAM은 이천 M10 공장의 DRAM 생산 캐파(CAPA) 일부를 CIS(CMOS 이미지 센서) 양산용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낸드플래시의 경우 2D 낸드 캐파를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DRAM과 낸드플래시 캐파는 모두 올해보다 감소하고, 내년 투자금액도 올해보다 상당 수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을 지속 개발하고 고용량, 고부가가치 중심의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시장이 개선될 때 더 큰 성장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DRAM은 10나노급 2세대(1Y) 생산 비중을 연말 10% 초반으로 높이고, 최근 개발한 10나노급 3세대(1Z) 공정을 적용한 제품의 양산도 차질 없이 준비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고객들의 채용 본격화가 예상되는 LPDDR5와 HBM2E 시장에도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낸드플래시는 96단 4D 낸드 제품의 생산 비중을 연말 10% 중반 이상으로 확대하고, 128단 4D 낸드 양산과 판매 준비도 차질 없이 추진한다. 또한, 고사양 스마트폰과 SSD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매출 중 SSD가 차지하는 비중은 4분기에 30% 수준까지 늘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다운턴(Downturn)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3세대 10나노급(1z) DDR$ DRAM(사진=SK하이닉스)
3세대 10나노급(1z) DDR$ DRAM(사진=SK하이닉스)

변수는 '낸드플래시' 점유율..."메모리 시장, 바닥 지나가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은 SK하이닉스의 실적 변수가 낸드플래시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DRAM의 경우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삼강체재가 굳건하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의 경우 10여여 개 회사들의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 2분기 각각 10%, 15% 낸드플래시 감산 계획을 밝혔지만, 시장점유율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량 줄어들면 점유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가 40%로 1위를 이어 웨스턴디지털-도시바가 10%대 중후반 점유율로 2위를 각각 기록하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약 10% 안팎의 점유율로 뒤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메모리 시장의 회복세를 지켜봐야 된다는 입장이다. 올 한해 반도체 시장의 경색을 지속한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회복시기가 정확히 점쳐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메모리) 재고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지만, 현재는 바닥을 찍었다기보단 바닥을 지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사진=SK하이닉스)
(사진=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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