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상파3사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푹(POOQ, 콘텐츠연합플랫폼)과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 옥수수 간의 통합이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얻었다. 공정위는 푹과 옥수수의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수직결합에 대한 경쟁 제한성을 인정해 ‘콘텐츠 차별 거래 금지’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결합 심사는 크게 수직결합과, 수평결합, 혼합결합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푹+옥수수’ 기업 결합 심사의 경우 수직결합(옥수수-지상파 콘텐츠)과 수평결합(푹-옥수수)이 있고, 혼합결합은 OTT와 IPTV 간, 또는 OTT와 이동통신 간 결합상품 출시를 말한다.

중요한 것은 공정위가 3년 전 SK텔레콤-CJ헬로비전 심사와 달리, 푹+옥수수의 수평결합에 대해 단독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공정위가 두 기업의 수직결합만 경쟁 제한성을 인정하고, 혼합결합 및 수평결합의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결정한 것이 핵심이다. 3년 전,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합병에 대해 완전 불허 결정을 내렸는데 이번 ‘푹+옥수수’ 결합 승인은 향후 통신·방송 분야 M&A(인수·합병)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0일 공정위는 SK텔레콤의 푹 주식취득 및 푹의 SK브로드밴드 OTT 사업부문 양수 건에 대해 조건부로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번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에 따라 두 회사의 통합 OTT는 9월 중 새로운 브랜드 웨이브(wavve)로 출범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대신 지상파 방송3사에게 다른 OTT 사업자와의 기존 지상파 방송 VOD 공급계약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지 또는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또한, 지상파 방송3사에게 다른 OTT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 VOD 공급을 요청 시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성실하게 협상하도록 했다.

아울러 지상파 방송3사가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무료로 제공 중인 지상파 실시간 방송의 중단 또는 유료 전환을 금지하도록 했다. 이어 SK텔레콤의 이동통신서비스 또는 SK브로드밴드의 IPTV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의 결합당사회사 OTT 가입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시정조치 이행기간은 기업결합이 완료된 날부터 3년이며,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가 있을 경우 1년이 경과한 후부터 시정조치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황윤환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실 기업결합과장은 브리핑을 통해 “두 회사의 결합의 경우 수평결합의 경쟁제한성에 있어서 우리는(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경쟁 유료구독형 OTT의 구매전환 가능성, 글로벌 유료구독형 OTT의 국내시장 진입 그리고 경쟁사업자의 대응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단독으로의 가격인상은 어렵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면밀한 분석을 통해 수직결합에 있어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 사건 결합 후 핵심콘텐츠인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경쟁 유료구독형 OTT의 콘텐츠 구매선이 봉쇄돼 시장의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편집=백연식 기자

공정위, 3년 전 SKT-CJ헬로비전 M&A 불허...그때와 다른 점은?

공정위는 기업 결합을 심사할 때 경쟁제한성을 판단한다. 즉, 인수합병으로 인해 시장에서의 독과점 또는 우위적 지위가 발생해 요금이 오르는 등 소비자 피해가 우려될 경우 공정위는 경쟁이 제한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실제로 CJ헬로비전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요금 인상의 가능성이 높다고 공정위는 본 것이다. 공정위는 이통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이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공정위는 푹+옥수수의 경우 수평결합·수직결합·혼합결합 등 3가지 기업결합의 유형 중 수직결합에서만 경쟁제한성을 인정했다. 유료구독형 OTT와 이동통신서비스 또는 유료구독형 OTT와 IPTV 간 결합상품 출시가 가능하므로 혼합결합이 발생한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잠재적 경쟁을 저해하거나,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가능성은 낮고, 결합상품을 출시하는 경우 소비자 효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가장 중요한 수평결합에 대해서 공정위는 푹+옥수수가 독자적인(단독) 가격 인상이 힘들 것이라고 봤다. 수직결합의 경우 KT·LG유플러스 모바일에 기존 VOD 공급 계약을 해지·변경하지 못하게 했고 다른 OTT(예, CJENM 티빙)가 지상파 VOD 요청시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성실하게 협상하도록 하는 단순한 조건만 내걸었다.

황윤환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지상파 방송콘텐츠는 OTT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핵심콘텐츠로서 반드시 현재로서는 제공돼야 한다고 판단을 했다”며 “시청자 선호도라든지, 이용시간 분석, 콘텐츠 제작 규모 등 이러한 여러 사항들을 고려했을 때 지상파 방송 VOD 콘텐츠가 경쟁사업자에게도 제공이 돼야만 국내 OTT 시장에서의 경쟁이 활성화되고 혁신경쟁이 촉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지=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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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티브로드, LG유플러스-CJ헬로 M&A 모두 청신호

이번 공정위 심사로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은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KT와 LG유플러스는 두 회사가 결합상품(혼합결합)을 통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지배력이 미디어 시장으로 전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푹+옥수수’가 혼합결합 시 지배력 전이 문제 및 경쟁 제한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도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3위 사업자이기 때문에 3년 전 SK텔레콤과 상황이 다르다. 혼합결합의 경우 앞서 설명한 이유로 이 경우에도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크고, 유료방송시장의 수평결합 역시 LG유플러스가 타사에 비해 IPTV 시장 점유율이 낮다는 점에서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유료방송(IPTV·케이블TV) 가입자 및 시장 점유율은 KT 686만1288명(점유율 21.12%), SK브로드밴드 465만2797명(14.32%), CJ헬로 409만7730명(12.61%), LG유플러스 387만7365명(11.93%), KT스카이라이프 323만4312명(9.95%) 순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알뜰폰 이슈를 살펴보면, 이동통신시장(MNO)의 수평결합 경쟁 제한성은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3위 사업자이기 때문에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사정이 다르다. CJ헬로 알뜰폰의 이동통신시장 전체 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또한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인수 및 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CJ헬로 합병이 아닌 인수만을 추진한다. CJ헬로를 별도의 법인으로 놔두기 때문에 합병 전까지는 알뜰폰 사업을 독립적으로 지속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알뜰폰 부문을 수직결합으로 보면, LG유플러스 알뜰폰 회사가 경쟁사인 SK텔링크나 KT엠모바일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인 미디어로그의 MVNO(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4%대에 불과하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알뜰폰을 인수한다 해도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15%대로, SK텔링크 · KT군 알뜰폰 점유율과 유사한 수준이다.

황윤환 기업결합과장은 “혼합결합은 일반적으로 혼합결합 자체만으로는 효율성 증대효과가 훨씬 더 높다고 보고, 혼합결합 자체에는 어떻게 보면 기업결합을 하는 주목적”이라며 “공정위 뿐 만 아니라 외국 경쟁자국에서 혼합결합만을 문제 삼아서 시정조치를 하거나 불허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LG유플러스를 포함해서, 또 SK텔레콤도 유료방송시장 관련 케이블TV와의 결합신청이 들어왔다. 그 부분 역시 공정위가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며 “과거 우리가 CJ헬로비전 심사했던 그 기한보다는 훨씬, 그 기간보다는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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