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LG유플러스와 CJ헬로간 인수 심사(기업결합 부문)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심사보고서를 최근 당사자 측에 발송했다. 공정위는 이번 M&A 심사 과정에서 알뜰폰 등 특정 사업부문 매각을 요구하는 구조적 조치는 부여하지 않았다. 과거 당시 CJ헬로비전(현 CJ헬로)과 SK텔레콤 M&A처럼 경쟁제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의 시장 점유율 사전 규제가 폐지된 이후에는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주무 부처가 결합 심사를 주도한다. 이들은 공익을 해치고 경쟁 제한 가능성이 있는 사안을 검토하면서 이를 사전에 방지하거나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미디어 기업 간 인수합병 심사에서도 공정위 외에 주무 부처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과 어떤 기준에 의해 승인 여부를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적으로 미디어 시장에서의 소유는 더욱 집중되고 있는 추세이며 허용되는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유료방송 플랫폼 이외에 인터넷 기반의 개방형 플랫폼의 등장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개방형 플랫폼이 미디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미디어 기업 간 결합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플랫폼의 증가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하면서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를 수직결합하거나 수익률이 감소하는 TV 방송국은 매각하는 대신 신규 정보서비스와 인터넷, 위성방송 플랫폼에 새롭게 투자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미국에서 해당 규제 당국이 결합 기업에 어떠한 승인 조건(merger conditions)을 부과했는지에 대해 한번 살펴봤다. 특히 미국 법무부의 경쟁 제한성 심사보다는 연방통신위원회(The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이하 FCC)의 미디어 당국이 유료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어 기업결합 심사 시 부과한 승인 조건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이미지=KC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이미지=KC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미국, 법무부와 FCC가 기업 인수 합병 심사 담당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의 ‘해외 미디어 기업간 인수합병시 부여된 승인 조건에 대한 고찰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FCC와 법무부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이중 심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법무부가 합병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시장 내에서 반경쟁적 행위를 할 여지가 있는지를 클레이튼법(Clayton Act) 제7조에 근거해서 분석하는 반면, FCC는 커뮤니케이션법에 따라 광범위한 공익 심사를 수행한다.

정리하면, 기업결합을 통해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s benefits)과 이에 대한 침해(public interests harms)를 분석한 뒤에 기업결합을 통해 얻는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합병을 승인하는 것이다.

미국 FCC는 법무부와 별도로 공익 심사를 진행하는데, FCC의 공익 심사는 법무부의 경쟁 제한성 심사보다 다소 광범위하며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인 경쟁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다. FCC는 해당 거래가 관련 커뮤니케이션법과 위원회의 여러 규칙에 합당한 지 판단하고, 해당 합병이 커뮤니케이션법의 목표를 저해함으로써 공익에 해를 가져오는지의 여부를 고려한다.

FCC는 해당 거래로부터 발생하는 공익에 미치는 해악과 편익을 이익형량하고, 신청 기업은 해당 거래가 공익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 이런 이중 심사 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합병 규모와 공공정책의 중요성, 그리고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으로 볼 때 적절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이통사 AT&T와 위성 방송 1위 DirecTV

AT&T는 현재 미국 내 가입자 기준 2위 사업자로 DirecTV와의 합병 신청 당시 높은 프로그램 획득 비용으로 소비자 가격을 낮추지 못하고 초고속 브로드밴드를 확장 하지 못한 채 통신 시장의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상태였다. FCC는 합병으로 인해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는 등 경쟁 제한적 효과도 있지만 비디오와 브로드밴드 번들 상품의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와 공익에 기여하는 부분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FCC는 시장 경쟁의 감소로 인해 나타나는 영향, 두 기업이 합병 후 상품을 결합해 출시했을 때의 영향, 그리고 AT&T가 비디오 프로그래머에게 지불하는 금액이 감소함으로써 발생하는 영향을 분석했다. 먼저 소비자들이 두 기업이 제공하는 유료방송 서비스를 밀접한 대 체재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합병 후에 유료방송 서비스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적다고 봤다. 앞서 설명한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FCC는 합병 기업에게 합병 후 유선 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에 사용량에 기반한 과금을 차별적으로 적용하지 못하게 했다. 또한 합병 이후 4년 동안 상호접속협정을 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는 결합기업이 3rd 파티 온라인 비디오 콘텐츠 제공자와의 경쟁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 접근을 통제하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하려고 한 것이다. AT&T는 합병을 통해 저렴한 번들 상품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소비자에게 강력한 편익으로 작용할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FCC는 번들 상품을 이용할 수 없는 저소득 가입자도 있기 때문에 단독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저소득 소비자에게 인하된 가격으로 제공할 것을 조건으로 부여했다.

표=KC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표=KC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컴캐스트의 AT&T 케이블 M&A
2001년 AT&T는 자사의 케이블 TV 비즈니스를 컴캐스트에 470억 달러에 매각하고자 했다. 합병 신청 당시 AT&T는 케이블 서비스 가입자 1850만, 케이블 시스템 가입자 1313만,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150만, 지역 전화 가입자 700만을 확보한 사업자였다. 당시 컴캐스트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큰 케이블 사업자였으며 2001년 12월 기준으로 851만 케이블 가입자와 94만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등을 확보하고 있었다. 컴캐스트는 전통적인 비디오 상품을 포함해 지역 방송, 전국 및 지역 단위 케이블 프로그래밍, 프리미엄 영화 채널, PPV(Pay per view)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태였다.

합병을 통해 컴캐스트는 약 2700만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FCC는 해당 합병이 새로운 투자를 촉진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시너지와 효율성을 만들어 낼 것으로 봤다. 합병으로 인해 브로드밴드 서비스, 케이블 전화의 투자가 가속화되고 지역 프로그램의 공급이 증가하며, 지역 및 전국 광고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FCC는 무엇보다도 FCC의 중요한 정책적 목표인 브로드밴드 서비스의 전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등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해석하고, 조건부 승인으로 해당 합병이 공익, 편의, 필수성을 증진시킬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AT&T가 TWE의 지분을 보유한 수직결합 사업자인 점이 가장 핵심적인 검토 사항이었다. 2001년 12월 AT&T는 TWE에 대한 지분을 신탁에 일임하고, 트러스트 협정 조건에 따라 지분을 매각할 것을 밝힘으로써 이 문제를 비켜갈 수 있었다. 즉, TWE가 없는 AT&T-컴캐스트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질이나 양에 부정적 해를 미칠 만한 협상력을 갖지 못하며, 비제휴 콘텐츠 기업을 봉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에 FCC는 합병 기업이 콘텐츠 기업과 배타적 계약 체결을 제약하는 조건을 따로 부여하지 않았다.

FCC가 합병 기업에 부과한 가장 큰 조건은 TWE의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TWE 비디오 프로그래밍 활동에 관여하지 않고, 가입자 점유율을 30%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를 통해 합병 기업이 프로그래밍 시장에서 수요 독점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고, 경쟁자의 비용을 인상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한 것이다. 또한 불법적인 가격 차별화와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세이프가드 및 관련된 집행 메커니즘을 준수할 의무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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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유료방송발전방안에 케이블TV의 권역폐지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 중인 이통사의 케이블TV M&A가 내년 하반기 이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KCA 보고서를 작성한 이영주 서울과기대 IT정책대학원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유료방송 사업자 간 수평결합에서 FCC는 정부의 정책적 목표 중 하나인 ‘브로드밴드 서비스의 확대를 통한 소비자 복지 증진’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시장 집중이 증가하더라도 효율성의 증대로 네트워크나 콘텐츠 투자가 확대되고 그로 인해 보다 나은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다면 공익이 더 크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이어 “심사 시점에서 해당 기업이 경쟁 제한적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합병 이후 증가한 가입자 기반을 토대로 합병 기업이 잠재적으로 반독점적 행위를 할 수 있는 경제적 유인과 능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승인 조건으로 포함시켜 시장 경쟁을 보호한다”며 “유료방송 사업자 간 수평결합일지라도 신청 기업이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보유한 수직결합 사업자의 경우 콘텐츠 사업을 매각 혹은 지분 양도를 요구한다. 미디어 산업이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의 참여로 인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미래 지향적이며 투명하고 구체적인 규제 정책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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