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단계를 0에서 5까지 6단계로 지정했다. 단계를 구분하는 핵심은 인간 운전자와 자율주행 시스템의 역할, 그리고 시스템의 한계다. 하지만 자율주행자동차 출시에 대한 기대와 업계의 대응 과정에서 각 단계별 정의 등의 개념상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각 자율주행 단계별 정의와 관련 논의시 주의해야 될 사항을 정리했다. 

테슬로 모델3[출처:테슬라]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 [출처:테슬라]

 

▶ 자율주행 0~2단계 : 운전자 보조 기능 수준 

0단계는 운전자가 운전에 관련된 모든 행위를 직접 수행하는 단계로 자율주행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1단계는 ‘운전자 보조(Driver Assistance)’ 단계로 특정 조건에서 차량의 횡 또는 종 방향 제어 중 하나를 시스템이 지원한다. 운전자는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운전을 할 수 있지만, 항상 전방을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부분운전 자동화 주행(Partial Driving Automation)이라 부르는 2단계는 현재 구매 가능한 자동차의 가장 높은 자율주행 단계다. 현대자동차의 HDA 2, 테슬라 오토파일럿, 그리고 GM의 슈퍼크루즈 등이 대표적인 예다. 2단계 역시 운전자가 항상 전방을 주시해 위험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2단계에서 언급되는 자율주행 기술은 횡 방향과 종 방향 제어를 동시에 수행, 차선을 넘지 않도록 제어하거나 자동으로 주행 차선을 변경해 주는 기능 등이 포함된다.

자동 주행차선 변경 기능은 ‘제네시스 GV80’의 고속도로 차로 변경 보조와 테슬라의 NOA(Navigate on Autopilot)가 대표적이다.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차선의 유지 또는 변경을 지원하지만 자동차선 변경이 2단계의 필수요소는 아니다. 

SAE는 자율주행 모드가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운행가능 영역'으로 정의하는 데,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이 요소를 다양하게 열거하고 있다. 도로의 유형, 노면 상태 등 물리적인 인프라부터 제한 속도, 교통 혼잡도, 날씨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다. 따라서 자율주행 제작사는 각자의 기술 및 설계 의도를 반영하여 독자적으로 운행가능 영역을 정의할 수 있다. 

0 단계는 운전자가 시스템의 도움 없이 모든 주행 의무를 다하기 때문에 운행 가능 영역을 두는 것이 의미가 없지만 1단계와 2단계 자율주행에서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운행가능 영역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동차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영역을 벗어나는 상황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도움 없이 운전자가 직접 운전해야 하는 것이다. 

(출처) A framework for Automated Driving System Testable Cases and Scenarios, Sep 2018  [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의 운행가능영역 정의 요소 ]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의 운행가능영역 정의 요소.
[출처:A framework for Automated Driving System Testable Cases and Scenarios, Sep 2018 ]

 

▶ 자율주행 3단계 -인간과 시스템의 역동적인 관계

흔히 ‘조건부 자율주행(Conditional Driving Automation)’으로 불리는 3단계는 2단계처럼 운행가능 영역 내에서 자율주행 하지만 운전자의 전방 주시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하위 단계와 큰 차이가 있다. 3단계에서는 운전 중에 책을 보거나, 옆 사람과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가 운행 가능 영역을 벗어나거나, 인간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예상된다고 시스템이 판단하면 운전자에게 직접 운전대를 잡고 자동차를 제어하라고 요청하게 된다. 운전자는 이 같은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므로 잠을 자는 것 같은 즉시 대응이 어려운 행위는 삼가야 한다. 

3단계 자율주행의 가장 큰 차별점은 안전주행 의무의 주체인 운전자와 자율주행자동차 간에 제어 권한이 수시로 전환(인간 ↔ 시스템)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기능 기본 요소인 인지, 판단, 제어 기능의 완성도가 높아야 하는 것은 물론, 시스템과 인간이 서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제어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HMI(Human-Machine Interface) 설계가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한다. 

아직 3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양산해 판매하고 있는 회사는 없다. 2018년 아우디가 '트래픽 잼 파일럿(Traffic Jam Pilot)'을 통해 세계 최초로 3단계 자율주행 시스템 차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4월 이를 취소했다. 국가 간 통일되지 않은 규제 정책과 사고 시 책임 소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다 관련 규제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SAE와 국토교통부의 자율주행차 단계 정의 역시 차이가 있다.

 

[SAE와 국토교통부 자율주행 단계 용어차이]

 

자율주행 단계

용어

SAE

국토부

3단계

조건부 자율주행

(Conditional Driving Automation)

부분 자율주행

(Partial Driving Automation)

4단계

고등 자율주행

(High Driving Automation)

조건부 완전 자율주행

(Conditional Full

Driving Automation)

5단계

완전 자율주행

(Full Driving Automation)

완전 자율주행

(Full Driving Automation)

 

▶ 자율주행 4, 5 단계 - 진정한 자율주행기술 개발 목표 

4단계(High Driving Automation)와 5단계 자율주행(Full Driving Automation) 단계에서는 인간의 역할이 없다.

오로지 탑승자가 되어 택시나 기차를 타는 것처럼 취침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3단계에서 인간 개입이 필요했던 긴급하거나 특정한 상황에서도 시스템이 스스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4단계와 5단계 자율주행의 차이는 운행 가능 영역에 대한 제한이 있느냐 여부다. 4단계 는 제작사가 정의한 운행 가능 영역 내에서만 주행할 수 있는 반면, 5단계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

즉 5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은 인간이 운전해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어야 한다. SAE는 폭설 등의 기상 악화 상황처럼 인간이 운전할 수 없는 상황까지 자율주행차가 운행해야 5단계를 만족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4단계 개발 업체는 웨이모(waymo)다. 미국에서 운전자가 타지 않은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5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출처:픽사베이]

 

▶ 소비자도 자율주행기술 단계 구분해야

일부 기업은 물론 언론이나 전문가들까지 5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의미하는 ‘완전자율주행(Full Self Driving)’이란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 피해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주행기술 단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SAE 기준 2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임에도 불구, 완전 자율주행을 의미하는 Full Self Driving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CEO인 일론 머스크는 MIT 인공지능분야 교수인 렉스 프리드먼(Lex Fridman)의 팟캐스트에 출연,  "하드웨어는 준비가 되어 있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완전 자율주행에 도달하겠다는 의미" 라고 설명한 바 있다. 

'운전대가 숨겨졌다 나왔다 하며 내가 운전하고 싶을 때는 직접하고(2단계) 힘 들 땐 자율주행 시스템에 맡기는 차량(4단계)'은 몇 단계 자율주행 차일까? 명확히 특정 단계라고 답하기 어렵다.

정확히 말하면  '자율주행 2단계와 4단계 시스템을 함께 탑재한 자동차'란 표현이 옳을 것이다. 이렇듯 SAE에서 구분한 자율주행 단계가 '차량'이 아닌 '시스템' 단위에 부여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SAE는 자율주행 단계를 소개한 표준 J3016(Taxonomy and Definitions for Terms Related to On-Road Motor Vehicle Automated Driving Systems J3016_201401)을 통해 자율주행 단계를 쪼개거나(2.5 단계, 3.5 단계 등) 파생하지 말라고(3+, 3-)을 권고하고 있다. 아마도 단계가 세분화 되면 소비자에게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듯 하다. 

자율주행 단계는 특정 기관이 인증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제작사가 자체 설계 의도를 반영해 지정하는 것이다. 제조사마다 자율주행의 컨셉과 기능이 다를 수 있어 이를 SAE가 제시하는 6개의 단계로 완벽하게 분류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제조사와 소비자가 자율주행 기능에 대해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상세하고 규범적인 분류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SAE는 본래 엔지니어들을 위한 문서지만 J3016은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언론을 통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소비자와 올바른 어휘로 소통하여 자율주행차의 본래 목적인 '안전 최우선'을 달성할 수 있도록  명확한 정의를 반영한 용어의 사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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