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6개월 후인 11월 22일부터 전동킥보드는 자전거와 동일한 지위를 인정받게 됩니다. 13세 이상 운전면허나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없이 사용할 수 있고, 최고 시속 25km로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주행이 가능합니다. 전용도로가 없는 곳은 도로 우측 가장자리를 이용해야 합니다.

 

공유자전거에 이어 등장한 모빌리티 공유서비스 ‘전동킥보드’는 미국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2018년 3월 버드, 라임, 스쿠트가 2000대의 무거치대(dockless)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를 개시하자 샌프란시스코 교통당국은 도심의 무질서와 시민의 안전을 이유로 반대했고 결국 8월 강제 철수를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찬반논쟁이 뜨거워지자 시 당국은 같은해 10월 1년간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발표했고 안전, 교육, 운영, 사회기여 등을 기준으로 심사한 결과 스핀과 스쿠트 2개 업체를 선발했습니다.

2018년 3월부터 10월까지 공유전동킥보드의 제도권 진입 과정은 ‘위대한 스쿠터의 전쟁 2018(Great Scooter War of 2018)’ 이라고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중국의 주요 도시들을 자전거 무덤으로 만들었던 기업들의 무한경쟁과 초기에 방치하다시피 했던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1, 2위를 달리던 모바이크와 오포가 파산했던 것과는 대조를 이뤘죠.

전동킥보드는 모빌리티 디바이스 가운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시장형성 단계에서 규제로 막지 않은 드문 사례입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됐다고 모든 일이 해결된 것은 아니죠. 외국처럼 업체, 시민, 정부가 전동킥보드 운영의 합의점을 만들어 나갔던 ‘위대한 스쿠터의 전쟁’ 과정이 우리에게는 생략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안전에 대한 합의와 제도화는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첫번째는 헬멧 문제입니다. 개정안(50조 3, 4항)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도 자전거와 같이 헬멧을 착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단속과 처벌에 대한 조항이 없어 논란이 예상됩니다. 해외의 경우 청소년에게는 헬멧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성인은 의무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따릉이 헬멧 대여 사례 등을 참고해 주로 1.5km 내외를 주행하는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두번째는 청소년층의 안전한 사용입니다. 어릴 때부터 킥보드를 타고 성장한 중고등학생들에게 전동킥보드는 매력적인 이동 수단입니다. 당연히 등교 등을 위한 수요도 증가할 것입니다. 더구나 운전면허증을 통한 인증절차가 필요 없으므로 가족카드 등을 소지한 학생들은 손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13세이하 청소년들에게는 등록 신용카드와 스마트 폰 연동 등을 통한 최소한의 인증 절차 도입을 고려해야 합니다.

세번째는 현재 자전거 도로에 대한 우려입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말 자전거도로 총연장은 2만3000km로 2009년에 비해 102% 증가했습니다. 전체 자전거도로 가운데 자전거 전용도로는 13.93%, 자전거 전용차로는 3.47%, 자전거 우선도로는 6.60%인데 반해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는 무려 76.00% 입니다. 

 

자전거 도로가 좁고 차도와의 물리적 경계도 허술한 상황에서 전동킥보드가 늘어난다면 사고 위험은 물론 보행자들과의 갈등도 커질 것입니다.

자전거 도로 현황 (2018년) [자료 : 국가지표체계 index.go.kr ]

공유 전동킥보드 기업들은 약 20여개가 서울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구독, 프랜차이즈 형태로 지역에서도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투자유치의 걸림돌이었던 법제화 문제가 해결됐고 지자체와 기업의 관심이 높아진 MaaS(Mobility-as-a-Servcie)의 일환으로 전동킥보드 수요와 서비스는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몇몇 기업들은 안전한 주행을 위한 교육과 캠페인 등을 이미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모빌리티 디바이스의 주행환경과 자동차간 상호작용을 위한 공간 설계를 정부와 지자체들이 함께 고민해야 전동킥보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3일에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친환경차(수소·전기차) 분야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국토부는 ‘(가칭) 퍼스널 모빌리티법(개인형 이동수단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2021년까지 제정 하겠고 밝혔습니다.

전동킥보드 관련법 이슈는 해결되었지만, 요즘 다니다 보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퍼스널 이동수단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다양한 이동수단과 보행자 자동차가 공존할 경우 어떻게 공간과 제도를 설계해야 안전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주요 국가와 도시의 전동킥보드 운영 규제 현황 [자료: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전동킥보드 1차 파일럿 프로그램에 이어 2차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뿐만 아니라, 시카고, 포틀랜드, 브루클린, 탬파, 롱비치, 피닉스 등 미국 다수의 도시와 캐나다 온타리오, 토론토 등에서도 진행 중입니다. 이를 통해 논란이 되는 운영, 주차, 헬멧 착용, 안전, 환경과 교통에 미치는 영향, 요금체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최적의 운영 정책을 수립하려는 것입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에서 실시한 2018년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4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시민은 34%가, 방문객은 48% 자가용, 택시, 우버, 리프트 등을 대신해 공유 전동킥보드를 사용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포틀랜드시는 전동킥보드가 교통량을 늘리지 않고 이동을 증가시키며,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친환경 모빌리티 디바이스라고 판단했습니다. 전동킥보드의 온실가스 감축 기여 여부, 효율적 운영방법과 수명주기, 적합한 요금 등을 조사하기 위한 2차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주요 도시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부분의 교통서비스를 중지한 반면 전동킥보드에는 허용적인 자세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운행에 보수적이었던 영국 정부는 도시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원하는 모든 도시를 대상으로 시험운행을 허가했습니다.

미국 뉴욕주 역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운행을 합법화하는 세부 사항을 마련 중입니다. 영국, 독일과 뉴욕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탑승자 안전을 위한 자전거 전용도로 확산까지 고려하는 등 적극적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오히려 전동킥보드 업계는 장기적으로 긍정적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미국처럼 ‘위대한 스쿠터의 전쟁’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동킥보드가 규제의 회색 영역에서 벗어나 6개월 후 떳떳하게 세상에 들어올 수 있도록 관련 주체들의 많은 노력과 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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