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븐 (출처 : 나스닥 홈페이지)

GM은 2016, 2017년 기존 완성차 기업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는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동을 걸었습니다. 2016년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했고 2017년에는 라이다 개발을 위해 스토로브를 인수했으며 리프트에 5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또 사이드카 인수와 함께 모빌리티 서비스 전문회사인 메이븐을 설립했습니다. 

웨이모와 자율주행기술 개발 경쟁을 하고 우버, 짚카, 다임러의 카투고 등의 위협에 본격적으로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대응을 시작한 거죠. 

지난 3월에는 미시건 워렌테크니컬센터에서 EV-Day를 개최해 100년 넘게 지켜왔던 내연기관차 시장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전기차에 사활을 걸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GM은 이렇게 모빌리티 시장의 키워드인 A(Autonomous), E(Electrified), C(Connected), S(Sharing)를 한 축, 한 축 차분히 준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4개의 축 가운데 S를 차지하는 메이븐이 무너졌습니다. 이달 25일 담당하던 메이븐 앱과 웹에는 ‘’메이븐은 모든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문장이 떴습니다. “심각하게 비즈니스와 업계, 코로나-19 상황을 분석한 결과 메이븐 중단이라는 어렵지만 필요한 결정을 내렸다”는 메일을 고객들에게 발송했죠. 올 여름까지 계약해지가 어려운 메이븐긱 서비스만 운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메이븐(이미지 출처 : 메이븐 웹사이트)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메이븐(출처 : 메이븐 웹사이트)

메이븐은 스마트폰으로 정해진 장소에서 차량을 받아 반납하는 렌트형 카셰어링 서비스입니다. 요금은 가입비 없이 시간당 SUV 14달러, 전기차, 컴팩트, 세단은 8달러(세금 제외)입니다. GPS와 온스타(OnStar), 와이파이,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도 지원했습니다. 

장기 렌탈인 메이븐 리저브(Maven Reserve),  아파트 등 특정 지역에 공유자동차를 제공하고 연료, 보험, 청소와 유지보수 서비스를 하는 메이븐홈(Maven Home), 우버나 우버이츠, 리프트 등 라이드 셰어링 운전자들과 배송 플랫폼 종사자들에게 차량을 빌려주는 메이븐긱(Maven Gig) 등의 모델을 운영했습니다. 

2018년에는 튜로, 겟어라운드처럼 개인이 운행하지 않는 자동차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P2P(Peer-to-Peer) 카셰어링 서비스를 출시했고, 2018년 2월에는 캐나다 토론토에 진출했습니다. 실제 시장에서 제공되는 거의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5월 GM은 17개 도시였던 서비스 지역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며 운영의 어려움을 암시했습니다. 17개 서비스 지역 가운데 앤아버, 볼티모어, 시카고, 디트로이역에서만 카셰어링을 운영하고, 워싱턴D.C.에서는 P2P만 남기고 메이븐긱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GM에게 메이븐은 메리바라 CEO가 추구하는 문화와 운영의 혁신계획 가운데 하나일만큼  매우 중요한 마일스톤이었습니다. GM 글로벌혁신담당 부사장인 파멜라 플레쳐는 “우리는 자체 자동차 공유 사업을 운영함으로써 매우 귀중한 통찰력을 얻었다. 메이븐 개발과 학습은 다른 GM의 비즈니스 영역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메이븐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GM의 메이븐이란 실험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어려운 운영상황에서 코로나19가 직격탄이 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메이븐은 우버 같은 차량공유 업체에 대항해 자존심을 지키고 무겁고 딱딱한 완성차 업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민첩하고 시대를 이끄는 모빌리티 기업이란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는 A.C.E.S의 핵심 축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완성차 기업들도 GM의 모빌리티 전략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앞으로 GM이 어떤 모빌리티 전략으로 새로운 실험을 진행할지 관심이 가는 이유입니다. 

 

다임러와 BMW는 합작 승인을 받고 지난해 2월 본격적으로 모빌리티 조인트벤처 비즈니스를 시작했습니다. 약 10억 유로를 투자한 두 회사는 ‘ 유어나우(YOUR NOW)’ 라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5개 조인트벤처를 출범시켰습니다.

프리 플로팅 카셰어링 서비스인 셰어나우(Car2Go+DriveNow), 카헤일링 서비스인 프리나우(beat+clever+kapten+mytaxi),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MaaS)인  리서치나우(moovel+ReachNow), 주차 솔루션인 파크나우(park-line, ParkMobile, ParkNow, RingGo), 충전 네트워크 서비스인 차지나우 등입니다.

유어나우 사용자 수는 출범 후 사용자가 44%나 늘어 9000만을 기록했고 프리나우는 연간거래액 20억 유로를 넘었습니다. 유럽 18개국과 라틴아메리카 탑승 횟수가 2018 년 대비 120 % 증가한 3억회를 넘는 통합 효과를 누렸습니다.

[ YOUR NOW]의 모빌리티 포트폴리오 (이미지 출처 : Car2Go 블로그) ]
[ YOUR NOW]의 모빌리티 포트폴리오 (출처 : Car2Go 블로그) ]

하지만 셰어나우는 2월 29일부터 북미와 런던, 브뤼셀, 플로렌스에서의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월 파리, 4월 부다페스트 등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도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입니다.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 지형도의 불안정한 변화와 전기차 공유 등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지원하는 인프라의 미흡을 서비스 중단의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유럽 3개 도시는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사용률이 높아지지 않아 기업 관점에서는 이윤을 남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양사는 앞으로 유럽 17개 도시 서비스 확산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합니다.

유어 나우 역시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 자존심을 지키고 시장을 확보하려는 완성차 기업의 전략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전 다임러와 BMW의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 합병에 따른 경영 합리화의 일환이지만, 그만큼 후발주자, 완성차 업체가 카셰어링 산업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GM의 메이븐, 다임러의 셰어나우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의 모이아(moia), 현대차의 모션(Mocean) 등도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의 13번째 브랜드로 설립된 모이아는 이동의 민주화를 모토로 독일 하노버와 함부르크에서 공유 서비스를 하고 있고, 지난해 11월 설립된 모션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카셰어링과 로보택시, 셔틀공유, 멀티모달 모빌리티 서비스, 도심항공 모빌리티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모빌리티 업계 자이언트들은 비슷한 서비스 모델을 먼저 출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해 왔습니다. 온디맨드, 자율주행, 멀티모달 서비스, 카셰어링,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 기술과 지역이 달랐을 뿐 거의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했죠.

웨이모로 대표되는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우버로 대표되는 셰어링 서비스에 밀렸지만, 최소 특정 시장만은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을 통해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한 투자와 기업들 간 합종연횡은 업계의 가장 큰 뉴스들이었습니다. 다임러와 BMW 뿐만 아니라, 포드와 폭스바겐, 일본 도요타와 소프트뱅크 조인트 벤처인 모네테크놀로지, GM과 혼다 얼라이언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얼라이언스 구조가 과연 기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의문입니다. 코로나 19 국면 때문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등 자율주행 시험운행은 모두 멈췄습니다.

우버 CEO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애틀 수요가 60~70%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더라이드셰어가이의 조사에 따르면, 3월 13~16일 우버와 리프트 수요는 81%, 운전자 수입도 약 80% 감소했다고 합니다. 운전자 23.5%는 운전을 중단했고 38.5%는 이전보다 운행을 줄였습니다. 완성차 업체 2020년 1분기 실적은 수직 추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일 다임러는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9% 급감한 7억 1900만유로이며, 폭스바겐도 영업이익이 81% 감소한 9억 유로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라이드셰어링과 카셰어링 글로벌 판을 나누었습니다. 동남아 그랩, 인도는 올라, 중국은 디디추싱, 러시아는 얀덱스, 우버는 디디추싱 등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죠.

 

하지만 코로나19로 수익은 감소하고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멈췄던 공장이 다시 가동한다고 해도 공유와 자율주행이 가속화시켰던 피크카(peakcar, 자동차 수요의 정점)를 넘어 자동차 절벽(car cliff)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모빌리티 시장판도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자금력이 부족한 모빌리티 기업들은 한계상황에 도달하고, 반대로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은 A.C.E.S에서 새로운 준비를 하며 이들을 인수 합병하는 등 투자의 적기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모빌리티 업계는 이익의 극대화와 미래패권이 아니라, 이제 생존을 위한 전략 마련이 중요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기업 리더들의 냉철한 분석과 판단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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