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지난 7월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CA DMV)은 자율주행 개발회사 오토엑스(Auto X)에 무인 자율주행 평가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내줬다.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평가 허가를 받은 회사는 70여 곳에 이르지만 대부분은 문제 발생시 바로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백업 운전자의 탑승을 요구한다. 백업 운전자 없이 평가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은 것은 뉴로(Nuro), 웨이모(Waymo)에 이어 오토엑스가 세번째다.

오토엑스는 산호세(San Jose) 일부 지역에서 특정 한대의 차량만 무인 자율주행 평가 허가를 취득했다. 또 날씨가 좋은 날 낮 시간에만 주행해야 하고 최고 속도는 45mph(시속 약 72km)로 제한받는다.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평가 및 실증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차량 관리국과 공공 사업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절차 및 최근 이슈들에 대해 알아보겠다. 

캘리포니아 차량 관리국(CA Department of Motor Vehicle)의 승인 절차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평가하려면 차량 관리국(DMV)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 결과는 2년간 유효하며 승인 절차는 백업 운전자를 탑승시키는지 혹은 백업 운전자 없이 평가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차량에 탑승할 모든 직원의 신원 정보를 당국에 제공해야 한다. 차량 관리국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직원들의 운전 이력을 체크하고 결격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한다. 또 회사는 EPN(Employer Pull Notice)을 제출해 차량에 탑승할 직원에 대해 당국이 지속적인 보고를 받도록 한다. 차량 관리국이 최초에 운전 이력을 체크한 후에도 결격 사유가 발생하는 직원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운행 가능 영역(Operational Design Domain)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회사가 제출해야 하는 기타 항목들은 다음과 같다.

(1) 차량 오퍼레이터를 잘 교육했다는 내용 증명
(2)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설명 자료를 포함한 차량 등록
(3) 최소 보상금 500만달러 이상의 보험 가입서
(4) 입회비 3600달러(차량 10대/오퍼레이터 20명에 해당)

백업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는 평가에 대한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좀 더 까다로운 조건이 추가된다. 중앙통제센터가 차량과 실시간 통신이 가능해야 하며 통제 센터 직원이 항상 차량을 원격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승인이 완료돼 평가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회사는 차량 관리국에 2가지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가진다. 첫째로 자율주행 평가 차량과 관련된 모든 충돌 이벤트는 발생 후 10일 이내에 신고돼야 한다. 둘째는 자율주행 모드가 해제(disengagement)된 상황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모두 종합해 연말에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보고서는 차량 관리국 웹사이트에서 일반인도 열람할 수 있다.

자율주행 모드 해제 보고서(Disengagement Report)를 바라보는 시선

그런데 차량 관리국이 요구하는 두가지 보고서 중 자율주행 모드 해제 보고서에 대해서는 비판도 꾸준히 나온다. 자율주행 모드 해제는 차량이 더이상 자율주행 모드 상태로 주행할 수 없어 백업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제어해야 하거나 시스템 스스로 안전한 상황(Minimal Risk Condition)을 만들어야 할 때 발생한다.

이 보고서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자율주행 모드 해제가 빈번하게 발생할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시스템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것. 서로 다른 자율주행 시스템이 완벽하게 동일한 환경과 조건에서 평가를 한다면 더 많이 해제된 시스템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보는 것은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캘리포니아의 다양한 지역과 환경에서 평가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GM크루즈는 사람에게도 매우 복잡한 환경인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평가를 한다. 도심은 가파른 언덕길이 많고 자동차뿐 아니라 보행자, 사이클리스트 등 다양한 도로 이용자들이 공존하며 1년 내내 크고 작은 공사가 진행된다. 반면에 이와 대조적인 환경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을 평가하는 회사가 있다면 이 둘을 자율주행 모드 해제 빈도라는 잣대만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율주행 모드 해제 당 주행거리

한 매체에서 2019년 캘리포니아 차량 관리국에서 공개한 보고서를 분석해 자율주행 모드 해제당 평균 주행거리를 회사별로 그래프로 나타냈다. 수치가 높을수록 자율주행 모드 해제 없이 더 많은 거리를 주행했다는 의미다.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것은 중국 자율주행 개발 회사인 바이두(Baidu)였고 미국의 대표 회사인 웨이모와 GM크루즈가 뒤를 이었다. 수치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회사들은 실제 평가를 하지 않았거나 워낙 평가 시간이 짧아 유의미한 주행거리를 기록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10대 이상을 평가한 기업들의 주요 데이터

2019년 보고서 결과 36개 회사가 차량 총 676대로 평가해 합계 288만612마일을 주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위를 차지한 웨이모와 GM크루즈는 각각 차량 148대와 228대를 평가해 전체 평가 대수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가장 좋은 수치를 보인 바이두는 차량 4대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회사 비교가 부적절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자율주행 자동차 10대 이상을 직접 평가한 회사를 확인했더니 36곳 중 오직 10곳 뿐이었다. 이 회사들을 대상으로만 데이터 분석을 다시 해보니 웨이모와 GM크루즈는 압도적으로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고 하위권에 머물렀던 회사들도 순위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번째 이유는 자율주행 모드 해제를 실행하게 되는 임계치(threshold)가 회사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교통 당국이 기술 표준을 통해 자율주행 모드가 해제되고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에 대한 임계치를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어떤 회사는 도로에서 위험한 상황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각오로 임계치를 보수적으로 설정할 수 있고 또 다른 회사는 누가 보더라도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상황이 임박해야지만 인간의 개입을 요청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회사 평가 대수 자율주행 모드 해제 횟수 연간 주행거리(마일) 모드 해제당 주행거리(마일) 마일 당 해제 빈도
바이두(Baidu) 4 6 108,300 18,050.00 0.0001

바이두는 4대의 차량으로 총 10만8300마일을 뛰는 동안 자율주행 모드 해제가 6번밖에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이는 자율주행 모드가 한 번도 해제되지 않고 무려 1만8050마일을 주행했다는 의미인데 이 거리는 서울과 부산을 70회 왕복할 수 있는 정도다. 그만큼 바이두의 자율주행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이라기보다는 바이두가 자율주행 모드 해제의 임계치를 다른 회사들에 비해 높게 설정했거나 주변 장애물이 적은 환경에서 평가를 했다고 판단하는 쪽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고서에 좋은 수치를 기록하기 위해 불필요한 경쟁을 불러 일으킬 수 있고 이것이 도로 위의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는 우려다.

첫번째 이유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율주행 모드 해제 빈도가 그 시스템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자율주행 개발회사는 이 수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곧 그릇된 안전 문화(Safety culture)로 이어질 수 있다. 자율주행 모드 해제 빈도를 낮추기 위해 백업 운전자가 개입해야 하는 상황을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최소화하려 할 수도 있다.

안전 문화를 만드는데는 인간의 의도와 생각, 즉 휴먼 팩터(Human Factor)가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2년 전 애리조나 템페에서 발생한 우버(Uber)의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가 인간의 잘못된 판단이 그릇된 안전 문화를 만든다는 대표 사례다.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사고 중 이 사고는 보행자가 사망한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 결과 우버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급제동을 수행해야 한다고 시스템이 판단할 경우, 긍정 오류(false positive) 상황을 대비해 실제 제동을 1초 지연시키도록 프로그램돼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가 아닌 양질의 데이터를 빠르게 얻고 싶었던 욕심이 앞섰던 것이다. 게다가 우버는 당시 VIP 시승을 위해 최대한 편안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 시스템의 임계치를 평소와 다르게 조절해 뒀었다는 사실도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웨이모는 보고서 상에서는 양적, 질적으로 모두 좋은 수치를 보여주었음에도 캘리포니아 차량 관리국이 요구하는 보고서에 대한 비판에 동참했다. 회사는 "자율주행 모드 해제 빈도와 같은 잣대는 좋은 숫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 백업 운전자가 회사로부터 최소한의 개입을 하라는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기업의 잘못된 안전 문화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지적했다.

웨이모는 보고서의 커버 레터를 통해 "자율주행 모드 해제가 반드시 위험한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임계값을 매우 보수적으로 설정하며 실제 해제가 발생한 상황은 대부분 안전과 무관했다"고 작성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모드 해제 보고서는 매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11월 30일까지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2019년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의 데이터를 가지고 내년초에 2020년 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이다. 여러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캘리포니아 차량 관리국이 계속해서 이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할지 주목된다.

캘리포니아 공공 사업 위원회(California Public Utilities Commission)

평가 목적 외에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해 대중에게 승차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면 추가적인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공공 사업 위원회(CPUC)는 자율주행 자동차 실증 사업 승인에 대한 권한이 있으며 다음과 같은 조건을 요구한다.

(1) 전세 교통 수단(Transportation Charter-Party carrier) 승인을 받아야 함
(2) 운행 가능 영역(ODD)을 정의하여 제출해야 함
(3) 차량 관리국 승인 취득 후 실제 승객을 태우지 않고 최소 30일간 운행 가능 영역에서 시범 운행을 해야 함

이 모든 것을 만족한다는 전제로 캘리포니아 공공 사업 위원회는 관련 규정(Decision 18-05-043)에 의거해 자율주행 자동차 승객 서비스 실증 사업을 승인할 것이다.

이밖에 회사가 실증 사업을 하며 어떠한 금전적 배상(탑승 요금 징수 등)을 받는 것도 금지한다. 요금 징수를 못하게 하는 조건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웨이모와 같이 로보 택시의 다양한 요금 체계를 평가해 보고 싶었던 회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공공 사업 위원회는 이런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공 사업 위원회는 왜 요금 징수에 반대하나?

캘리포니아 공공 사업 위원회 규정 내용을 조금 더 소개해 보겠다. 웨이모, GM크루즈 그리고 리프트(Lyft)와 같이 로보 택시 실증 사업을 희망하는 회사들은 캘리포니아 차량 관리국이 자율주행 평가를 승인한 회사에 대해 수익 사업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요금 징수 모델을 평가할 수 있는 실증 사업을 시작하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우선 캘리포니아 주법 중 차량 관리국 규정은 자율주행 평가 승인을 취득한 회사들이 일반인 승객으로부터 요금을 받는 것이 금지하고 있다. '승객(passenger)'이라는 용어는 캘리포니아 주법 Title13. Motor Vehicles, Division1의 제3조 7항 (k)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돼 있다.

(k) “Passenger” means an occupant of a vehicle who has no role in the operation of that vehicle when the autonomous technology is engaged. A passenger may summon a vehicle or input a destination, but does not engage the technology, monitor the vehicle, or drive or operate the vehicle. A member of the public may ride as a passenger in an autonomous test vehicle if there are no fees charged to the passenger or compensation received by the manufacturer.

즉, 승객이라는 정의에 부합하려면 그 대상에게 요금을 부과해서는 안된다. 회사가 승객에게 요금을 징수하지 못하도록 주법에 명시해 둔 데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실증 사업이란 특정 제도 또는 규정을 확정하기 전에 일반 대중에 새로운 사업을 소개하고 그들의 관심을 파악해 데이터와 피드백을 수집하려는 목적이 있다. 당국 입장에서도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한 로보 택시가 지역 사회에 궁극적으로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실증 사업이 무료로 진행돼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더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당국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요금 징수 모델 역시 실제 사업을 실시하기 전에 평가해 봐야할 항목일텐데 이는 캘리포니아 공공 사업 위원회가 원하는 데이터의 성격은 아니다. 당국이 원하는 데이터와 피드백을 얻는데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서로 합의가 되고 있지는 않다.

주법에서 승객을 정의하며 요금(fee)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공공 사업 위원회 규정에는 금전적 보상(monetary compensation)이라는 좀 더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웨이모에 로보 택시 실증 사업을 승인한 인증장을 대상으로 어떠한 금전적 보상을 받지 말 것을 명시했다.

공공사업위원회는 단지 승객에게 받는 요금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 유권해석에 따르면 일부 운송 네트워크 회사(TNC)들이 스폰서링을 통해 무료 승차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 스폰서 회사가 사업적인 이득(광고 효과 등)을 얻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것 역시 금전적 보상으로 간주해 금지했다.

스폰서링을 통한 무료 승차 관련 유권해석 결과 [사진:CPUC 규정집 19쪽]

미국은 연방법과 주법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된다. 자동차 관점에서 연방법은 자동차를 안전하게 만드는데 관한 것이며 주법은 해당 지역 사회에서 안전하게 자동차가 운행하는 것(도로 교통법 등)에 대한 규정을 다룬다.

미국 자율주행 개발 회사들은 법규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데 장벽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규제 당국 역시 법규가 장벽이 돼 경쟁국 대비 신기술 도입을 지연시킨다는 비난을 듣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된 이 규제 장벽이란 기술을 개발하는 것, 즉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앞으로는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지역 사회 실증 사업 과정에서 기업과 주 당국의 원활한 의견 조율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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