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지난 10월 23일, 구글의 AI 퀀텀 연구팀이 양자우월성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이내 인텔의 축하 인사로 위장(?)한 기고가 하나 올라왔다.

인텔의 기술 연구를 이끄는 리치 울리그(Rich Uhlig) 인텔 랩스 매니징 디렉터는 기고를 통해 “구글 연구원들은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ty)’이라는 벤치마크 테스트를 통해,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양자의 속도를 시연했다”며, “구글팀에 축하를 보낸다”고 적었다. 

그러나 축하는 짧았고, 눈초리는 길었다. 리치 울리그 디렉터는 곧장 양자우월성 보다는 양자실용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존하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인 양자 실용성(quantum practicality)’ 단계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며, “인텔 연구소는 양자 컴퓨터가 실용적인 문제를 슈퍼컴퓨터보다 빠르게 풀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백 큐빗이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적었다. 

구글 "양자우월성 입증은 이정표" vs 인텔, "양자실용성이 더 중요해" 

또 바로 전까지만 해도 “구글 팀은 53큐비트(qubit) 초전도체 테스트 칩으로 만든 단일 양자 프로세서”의 테스트 성공에 대한 축하를 보냈지만, 실질적인 활용성 측면에서는 ‘의심스럽다’며 부정 아닌 부정을 해버린 셈.

게다가 앞서 구글은 ‘양자우월성’ 테스트 성공 소식을 전하며, ‘이정표로서의 의미’를 강조한 바 있다. 

구글은 자사 AI 블로그를 통해 “지난 30여 년간 물리학자들은 양자컴퓨팅에 대해 논의했지만 그 유용성과 투자 가치에 대한 의문은 매번 제기됐다”며, “(이럴 경우) 설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보여주는 결정적인 단기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좋은 엔지니어링 관행”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나온 실험 결과가 구글의 양자컴퓨터 칩 ‘시카모어(Sycamore)’의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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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구글과 인텔의 양자컴퓨터 칩. 구글은 53 큐비트, 인텔은 49큐비트 들어간다. (사진=구글, 인텔)

양자컴퓨터, 노트북처럼 책상 앞에 둘 순 없어

사실 이렇게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는 따로 있다. 양자컴퓨팅 방식에도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인텔과 구글은 서로 다른 연구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선 구글은 초전도 현상을 이용해 전자가 움직이면서 만들어지는 ‘양자 중첩’ 상태, 즉 큐비트(qubit)를 생성하는 ‘이온 트랩’의 양자컴퓨팅 방식이다. 이때 얼마나 많은 큐비트가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가 양자컴퓨팅의 관건이 된다. 

구글 ‘시카모어’의 경우, 양자컴퓨터 내 약 15밀리켈빈(milikelvin) 온도의 지점에서 작동한다. 15밀리켈빈 온도는 우주 공간에서의 극저온 상태보다 약 100배 더 추운 수준이다. 비교하자면, 미국 마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에서 빌런 중 하나인 에보니 모는 우주선을 벗어나자마자 얼고 만다. 양자컴퓨팅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 

구글이 만들어낸 양자컴퓨터 역시 마찬가지. 제이미 야오 구글 AI 퀀텀팀 하드웨어 부문 엔지니어는 “큐비트의 중첩과 상호작용은 극저온 상태에서만 제대로 기능하기 때문에 양자컴퓨터가 발전한다고 해서 (노트북처럼) 책상 앞에 둘 순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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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양자컴퓨터. 양자우월성을 입증한 시카모어 칩이 내부에 있다. (사진=구글, Eric Lucero)

인텔은, 구글의 방식과 달리, 인공적인 원자를 생성하는 양자컴퓨팅 방식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는 순수한 실리콘에 인공적인 전자를 넣어 극초단파를 이용해 회전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이때 인텔 양자컴퓨팅에 쓰이는 큐비트는 ‘스핀 큐비트(spin qubit)’라 한다. 구글은 ‘초전도체 큐비트’다. 

인텔은 스핀 큐비트가 초전도 큐비트와 비교할 때, 보다 낮은 작동 온도, 보다 높은 안정성과 지속성, 작은 크기와 구조로 보다 좋은 확장성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또 기존 반도체 구성 요소와 매우 흡사해 가공 기술의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인텔은 최신 인텔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동일한 공정과 설비에서 300mm 웨이퍼로 ‘스핀 큐비트’를 제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이 내세우는 ‘양자우월성’에 대응해, 인텔이 ‘양자실용성’을 주장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구글은 시작을, 인텔은 끝을 본다

구글과 인텔의 양자컴퓨팅 경쟁은 신기하게도 그들의 연구 자세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케빈 새칭거 구글 퀀텀팀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는 이번 양자우월성 성과에 대해 “라이트형제가 이뤄낸 최초의 동력 비행과 비견할 수 있다”며, "근본적인 기술을 토대로 응용할 수 있느냐는 걸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당시 비행기에 대한 실용성에 대해 의문이 많았지만, 그 실험으로 인해 지금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있다는 의미.

반대로, 인텔의 리치 울리그는 “(양자컴퓨팅)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바꾸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에서 우리는 계속 많은 도전과제를 극복하며 이정표를 지나가야할 것”이라며, "여정의 종착지에서 달성하게 될 것들을 상상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시작을, 인텔은 끝을 본다. 지금으로선 누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수 없더라도, 이미 길은 열렸고 새로운 컴퓨팅 시대의 막도 올랐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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