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1983년 리처드 파인만이 양자 개념을 활용한 컴퓨터를 구상한 이래, 30년이 넘었다. 그사이 옥스퍼드대의 데이비드 도이치 박사가 동작 원리를 선보였고, 이후 그의 이론을 실제로 응용할 수 있는 쇼어 알고리즘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 가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한 시점은 2011년에 캐나다 스타트업 D-웨이브(D-wave)가 최초다.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설비는 과도하게 크고, 양자컴퓨터가 처리한 연산 결과를 다시 디지털 컴퓨터가 처리해야 하는 ‘반(半)’쪽 컴퓨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컴퓨터는 ‘게임체인저’

지난 10월 구글 퀀텀 연구팀이 발표한 ‘양자우월성’ 성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은 슈퍼컴퓨터가 만 년이 걸릴 계산을 구글 퀀텀컴퓨터 칩 시커모어는 200초 걸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계산 과정에서 계산 데이터가 슈퍼컴퓨터의 D랩 용량을 초과해, 이를 치환해 우회 계산했기 때문. 실제로 활용되기까지는 먼 일이라는 전망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컴퓨터는 산업에 미칠 영향은 크다. 기존 슈퍼컴퓨터가 담당하던 연산 부분을 거의 대체하는 동시에 더 높은 수준의 결과값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상 예측, 암호 해독, 자율 주행, 생명 공학 연구, 유전자 조작, 도시교통 최적화, 우주탐사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복잡한 계산을 필요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보스턴컨설팅 그룹은 양자컴퓨터가 기존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가트너에 따르면, 현재 기업 예산 1%가 양자컴퓨팅 프로젝트에 책정됐지만, 오는 2023년이 되면 약 20%까지 급증할 것이라 전망할 정도다.

양자컴퓨터는 실시간으로 수많은 차량의 움직임을 분석해 최적화 경로는 빠르게 계산할 수 있다.
(사진=폭스바겐, Denys Nevozhai on Unsplash)

글로벌 기업들도 양자컴퓨팅 개발을 기다리며, 이를 활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거대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Volkswagen)은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도시교통‧이동경로 최적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이뤄지고 있지만, 양자컴퓨터를 통해 보다 높은 수준으로 최적화하겠다는 게 폭스바겐의 목표다. 

지금의 일반적인 컴퓨팅 기술로는 모든 차량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없지만, 양자컴퓨팅이라면 차량의 대수, 속도, 속력, 주변 상황, 유입 · 유출 등의 데이터를 모두 실시간으로 연산해 운전자의 목적지에 따라 최적화 경로를 알아낼 수 있다.

금융 분야는 특히 양자컴퓨터 기술을 기다리는 업계다. 

골드만삭스(The Goldman Sachs Group)는 금융 리스크 계산과 같이 아주 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 있는 알고리즘, 이른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의 고속화를 양자컴퓨터를 통해 이루고자 구상하고 있다. 

반복적인 무작위 샘플링을 통해 넓은 범위의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양자컴퓨터를 통해 알고리즘을 계산한다면 수많은 거래 관련 데이터를 이용해 몇 초 안에 결과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시장 예측이 가능하다.

영국 헤지펀드의 애널리스트 오비디우 라코란은 "(양자컴퓨터는) 가장 높게 발생 가능한 시장의 모습을 예측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래 시장 상태까지도 거래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양자컴퓨터 기반 금융 거래 분석의 시대가 머지않았다. (사진=benzinga)
양자컴퓨터 기반 금융 거래 분석의 시대가 머지않았다. (사진=benzinga)

금융 분야부터 제조에 이르기까지 양자컴퓨터 활용 가능성 많고 많아

또 골드만삭스는 중장기적으로 기존 공개키 암호 방식인 RSA암호체계가 양자컴퓨터에 의해 깨질 수 있음을 우려해 정보 보호 차원에서도 양자컴퓨터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아울러 양자컴퓨터 원리의 양자암호 방식은 전송 구간에서 실시간으로 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해킹 자체가 불가능해서 차세대 보안 통신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제조 산업계에서도 양자컴퓨터의 활용도는 높다.

에어버스(Airbus)는 항공기 설계나 고장 원인 분석에 양자컴퓨터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에어버스의 경우 항공기 설계에 경우 수많은 사전 시뮬레이션 작업이 이뤄지는데, 여기에는 IT예산의 3%가 슈퍼컴퓨터 운용에 투자되고 있다. 

이에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된다면 극적인 예산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설계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항공기 시뮬레이션 (사진=에어버스)
항공기 시뮬레이션 (사진=에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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