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2G폰을 없앤 스마트폰은 혜성처럼 세상을 변화시켰다.

각종 금융 서비스, 넷플릭스와 같은 엔터테인먼트부터 대화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 없이 현대인의 일상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리기사도 스마트폰으로 승객을 받고, 화물택배도 스마트폰 내 플랫폼을 통해 보내고 받는다. 산업 부분에서도 각종 운영 관리 툴이 스마트폰으로 이식됐다. 이제 스마트폰은 종속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닌, 생필품이다. 

스마트폰이 2G폰 시대를 끝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혜성이 저멀리서 오고 있다. 그 혜성의 이름은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이다.

"양자컴퓨팅은 만족할 줄 모르는 기술 업계의 컴퓨팅 니즈 채울 것"

양자컴퓨팅 개념은 1983년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에 의해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기존의 ‘0’과 ‘1’의 2진 비트 구조의 컴퓨팅에  양자역학의 ‘중첩(Superposition)’과 ‘얽힘(Entanglement)’ 기술을 적용해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른 속도로 한번에 계산할 수 있다는 게 ‘양자컴퓨팅’의 기본 개념. ‘0’과 ‘1’를 동시에 가지는 상태는 ‘큐비트(qubit)’다. 

‘큐비트’ 상태는 물리 개념 중 하나인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인 컴퓨팅에서의 결과는 고양이가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나 양자컴퓨팅에서의 컴퓨팅 과정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고양이는 죽었지만 동시에 살아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처리해야 할 다수의 데이터가 있을 때 유용하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가 급증하는 상황 속에서 양자컴퓨팅이 주목받는 것. 

이에 대해 아쉬시 나드카르니 IDC 컴퓨팅 플랫폼 담당 부사장은 “양자 컴퓨팅이 부상하는 이유는 기존 컴퓨터의 연산 속도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구글 같은 기업은 컴퓨팅 성능에 대한 만족할 줄 모르는 요구를 갖고 있다”라고 양자컴퓨팅의 미래 니즈를 설명했다. 

데이터 측면에서 양자컴퓨팅의 활용성은 확실히 높다. 보스턴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양자컴퓨팅은 실시간으로 수억의 거래 데이터를 처리하길 원하는 금융 분야부터 대규모 물류 배송 시스템 최적화, AI 연구, 교통 패턴 분석, 암호 · 복호화, 응용 화학, 에너지 등 분야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도로의 교통상황은 일정 구간 내 수백대의 차량이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인데 일반적인 컴퓨팅 기술로는 각각의 차량의 움직임을 분석할 수 없다. 하지만 양자컴퓨팅이라면 차량의 대수, 속도, 속력, 주변 상황, 유입 · 유출 등의 데이터를 모두 실시간으로 연산해낼 수 있는 것

양자컴퓨팅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투자 자본의 증가 추세에도 반영된다. 가트너에 따르면, 현재 기업 예산 1%가 양자컴퓨팅 프로젝트에 책정됐지만, 오는 2023년이 되면 약 2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양자컴퓨팅은 금융, 교통 등 다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응용 가능하다. (사진=IBM 유튜브)
양자컴퓨팅은 금융, 교통 등 다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응용 가능하다. (사진=IBM 유튜브)

핵심은 '큐비트'의 안정적인 운용과 숫자...아직은 한계 많아

물론 지금이라도 양자컴퓨팅 기술을 여러 분야에 활용하면 좋겠지만, 안정적으로 ‘큐비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까지는 ‘마이크로 초’에 불과하다. 로리 클락 컴퓨터월드UK 애널리스트는 “양자컴퓨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제어된 공기 내에서 매우 차가운 온도가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IBS 리포트에 따르면, 양자컴퓨팅의 큐비트는 영하 273℃의 극저온에서 작동하거나 진공에 가둔 개개의 원자들로만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양자컴퓨팅을 연구하는 기업들도 한계에 직면해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D-웨이브(D-Wave). 1999년에 설립된 D-웨이브는 최초의 양자컴퓨터 상용 공급 스타트업으로, 록히드 마틴, 구글, 폭스바겐 등에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안정적인 큐비트 유지를 위해 여러 기술을 적용해 기기 설비가 너무 커졌다. 양자 컴퓨팅을 통해 처리된 연산 결과를 외부 컴퓨터가 다시 읽어내는 구조다 보니 ‘반’만 양자컴퓨팅이라고 IBS리포트는 설명했다. 또 서비스 비용도 100억 원 이상이라 일반적인 기업에서 활용키는 사실상 어렵다.

게다가 실제로 양자컴퓨터 운용을 위해서는 10000개 이상의 큐비트가 필요하지만, 학계에서 밝혀진 수준은 10여 개 내외이며, 양자컴퓨팅 연구에 가장 앞서고 있다는 IBM은 50 큐비트, 구글은 72 큐비트를 운영한다고 전해지고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차근차근 ‘양자우월성’에 근접해가고 있다.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이란, 현존하는 슈퍼컴퓨터 연산 능력을 양자컴퓨터가 앞지르는 상태다.

지난 1월, IBM은 CES 2019에서 상용화 목적의 양자컴퓨팅 시스템 ‘IBM Q 시스템 원(IBM Q System One)’을 선보였다. ‘IBM Q 시스템 원’은 20큐비트 프로세서를 장착했다. 2016년 5월, 5큐비트를 지원하는 ‘IBM 퀀텀 익스피리언스’를 공개한 이래 약 3년 만이다. 현재 ‘IBM 퀀텀 익스피리언스’는 16 큐비트로 운영되며, 클라우드로 연결 가능하다.

또 IBM은 포천 500대 기업이 중심이 된 양자컴퓨팅 기업 연구그룹인 'IBM Q 네트워크(Q Network)’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ExxonMobil)이 에너지 그룹 최초로 IBM Q 네트워크에 합류했다.

IBM 양자컴퓨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봅 위즈니에프는 “기존 방법으로 풀 수 없었던 문제를 앙자 컴퓨터로 해결하는 단계로 넘어간다”며, “(슈퍼컴퓨터와 양자컴퓨터 사이) 시너지를 통해 앞으로 알고리즘 문제를 해결 가능할 것”라고 전망했다.

IBM의 양자컴퓨터 IBM Q 시스템 원 (사진=IBM)
IBM의 양자컴퓨터 IBM Q 시스템 원 (사진=IBM)

IBM과 함께 쌍두마차인 구글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5월, 구글은 퀀텀 스프링 심포지엄에서 ‘네븐의 법칙(Neven's law)’를 발표하며 ‘2019년 내 양자 우월성이 도달될 것’이라 밝혔다. 

‘네븐의 법칙’은 양자컴퓨터의 계산 능력이 이중지수(Double exponential function) 비율로 상승한다는 이론으로, 구글의 양자 AI 랩스 책임자인 하르트무트 네븐(en:Hartmut Neven)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게다가 최근 구글이 ‘양자 우월성’을 입증에 성공했다는 문서가 유출되기도 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는 구글이 코드명이 ‘시커모어(Sycamore)’인 양자컴퓨터 칩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구글, 양자우월성까지 증명해낼까?

구글이 공개한 양자컴퓨터의 속도 향상 결과 그래프 (사진=구글 블로그)
구글이 공개한 양자컴퓨터의 속도 향상 결과 그래프
(사진=구글 블로그)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트는 현존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계산해야 풀 수 있는 연산을 3분 20초(200초) 만에 풀 수 있다. 

또 “극적인 속도 상승은 알려진 모든 고전 알고리즘에 비해 양자 우위의 실현과 예상했던 컴퓨팅 패러다임의 출현을 예고한다”며, “양자 프로세서에서만 수행될 수 있는 최초의 계산”이라고 적고 있다. 이어 연구진은 이를 “본격적인 양자 컴퓨팅을 향한 이정표”라 덧붙였다.

진위 여부 논란이 일자, 해당 문서는 NASA 홈페이지에서 내려간 상태며 구글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물론 양자우월성이 실현된다고 해도 완전히 양자컴퓨팅으로 연산을 처리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존의 컴퓨팅 능력에 획기적인 도약점이라는 건 분명해진 것. 저멀리서 산업을 뒤흔들 ‘양자컴퓨팅’이라는 혜성이 관측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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