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미항공우주국(NASA)에 공개됐다가 사라진 문서 하나에 전 세계 IT기술업계가 들썩였다. 문서에는 구글이 양자우월성을 달성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
여기서 양자우월성이란, 양자컴퓨터가 현존하는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넘어선 단계다. 이는 지금까지의 컴퓨팅 기준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종이 인쇄 지도를 보며 운전했지만, 이제 스마트폰이 길 안내를 하게되는 수준 이상의 변화가 시작된 것.
미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유출된 문서에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슈퍼컴퓨터로 1만 년 동안 계산할 수학 문제를 구글 연구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가 단 200초 만에 풀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 해당 문서 이내 삭제돼, 사실 여부는 베일 속에 숨고 논란은 커졌다.
구글의 명확한 입장이 없었던 탓에 해프닝을 끝날 뻔했던 ‘양자우월성 달성 여부’는 한달만에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2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존 마르티니스 교수(미국 UC산타바버라)와 구글의 AI 퀀텀 연구팀이 양자우월성을 달성했다는 “새로운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문을 사실로 증명하는 논문이 게재됐다.
큐비트가 뭐길래?
사실 양자컴퓨팅은 IT공학이라기보다는 기초과학에 가깝다. 양자컴퓨터는 특정 환경에서 발생하는 특정 상태의 양자의 움직임으로 계산하는 컴퓨터다. 특정 상태와 특정 환경의 유지가 양자컴퓨팅의 조건이 된다.
이 양자컴퓨팅을 가능케 하는 특정 상태가 ‘큐비트(qubit)’다. 큐비트는 동시에 두 개 이상의 양자 상태를 가질 수 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큐비트’는 상태 단위이고, ‘n개의 큐비트’라고 표현했어야 맞다.
큐비트를 기존의 비트 단위와 비교해보면 현존 컴퓨터는 연산 단위인 2진법 ‘0’과 ‘1’의 비트로 구성돼 ‘0100110101110101…’과 같이 컴퓨팅했다면, 2개의 큐비트를 가진 양자컴퓨터는 같은 시간에 ‘(00,01,10,11), (11,01,10,00)…’으로 2의 2제곱만큼의 계산 능력을 가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3개의 큐비트로는 8가지 상태가 동시에 가능하다.
많은 수의 큐비트들을 이용하면 동시에 여러 상태에 작용하는 병렬식 정보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컴퓨터보다 연산을 훨씬 빨리 할 수 있게 된다.
'지뢰찾기'를 많이 켜면, 지뢰도 많이 찾을 수 있다
비유하자면, 우리가 게임 ‘지뢰찾기’ 게임을 할 때, 일반컴퓨터에서는 하나의 클릭에 '눌렀다, 떼었다’의 2가지 경우만 선택할 수 있지만, n개의 큐비트를 가진 양자컴퓨터에서는 n개의 지뢰찾기 게임창을 켜고 한번의 클릭만으로도 n의 제곱만큼을 선택 경우의 수가 생긴 것. 가능성의 증가는 연산 능력이 높아졌다는 것이고 이는 연산시간이 짧아졌다는 의미와 같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큐비트’의 물리적 성질 때문이다. 현재 컴퓨터의 1비트는 논리회로의 스위치 상태에 따라 ‘0’과 ‘1’ 둘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큐비트는 개수만큼 극과 극 사이 어디라도 움직일 수 있는 확률을 가지게 된다.
지구로 비유하자면 남극에 있거나, 북극에만 존재했지만, 큐비트는 남극과 북극 이외 어디라도 갈 수 있는 셈.
이같이 동시에, 또 어디라도 움직일 수 있는 큐비트의 상태를 ‘양자 중첩(Superposition)’이라고 하며, 이 중첩 현상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할 수 있는 특정 환경이 양자컴퓨팅 실현 조건이 된다.
정리하자면, ‘최대한 많은 큐비트를 오래도록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양자컴퓨팅의 목표가 된다.
이러한 양자컴퓨터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라 평가받는 리처드 파인만이다. 1983년 파인만은 자신의 분야인 양자역학 연구 시 기존 컴퓨터로는 계산할 수 없다며, 반대로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해 계산하는 양자컴퓨터 개념을 고안했다.
약 35년이 지난 지금, 그의 생각이 실제로 점점 실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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