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한국에서 세계 10대 기업이 3개 정도는 나올 수 있었다.”

이경전 교수(경희대)는 실망과 아쉬움이 섞인 목소리로 지금의 한국 기업 생태계를 바라봤다. 20년 전,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의 IT부흥기를 너무 쉽게 놓쳤다는 것. 이 교수는 “적어도 1000조 원 기업이 될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세계 최초로 휴대폰 소액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다날과 모빌리언스, 페이스북보다 앞섰던 싸이월드 등 디지털화의 3차 산업혁명기를 이끌던 우리 기업은 글로벌은커녕 국내 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이경전 교수는 AI를 통해 새로운 기회가 오고 있다고 전망한다. 즉, AI라는 신기술을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이하 BM)로 구축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공 여부 결정된다는 것. 

이경전 교수가 강조하는 AI를 활용한 BM은 무엇일까?

25일 KMA 한국능률협회는 제2회 KMA 글로벌 트렌드 포럼을 개최해, 전문가 영역을 넘어 필수 분야가 된 AI를 바라보는 기업의 고민에 대해 논의했다. 

이경전 교수는 경영대학 비즈니스모델 연구소장으로, 경희대 후마니타스 빅데이터 연구소장과 대학원 소셜네트워크과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다.

이경전 교수(경희대)는 AI를 단발성 프로젝트로 소비하기 보다, 경영에 접목하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석대건 기자)
이경전 교수(경희대)는 AI를 단발성 프로젝트로 소비하기 보다,
경영에 접목하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석대건 기자)

‘바보야, 문제는 플랫폼이야’ 

먼저 이경전 교수는 AI를 다루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AI를 단순히 비용(cost)을 줄이고 이익(benefit)을 늘리는 수단으로 보는 시각은 올드 모델”이라며, “프로젝트 형태로 활용해서는 큰돈을 벌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닌,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이경전 교수는 플랫폼의 강점을 설명하며, LG전자와 세스코를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LG전자 제품에는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 연결이 되고, 사용자가 TV를 언제 끄는지도 알 수 있다”며,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시장조사기관인 닐슨에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청소기가 집 안 청소하면서 바퀴벌레를 발견했을 때, 고객을 세스코에 연결하는 서비스 플랫폼도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미래에는 플랫폼 내에서 AI를 활용하는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의미였다. 

비행기는 새처럼 나는 걸 포기했을 때, 날았다...AI는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AI에 대한 인식은 다분히 철학적이다. 기업 역시 AI를 인간에 대신할 기술로 보고 노동 대체를 통해 비용 절감·이익 극대화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는 이경전 교수는 앞서 언급한 올드 모델. 이 교수는 “AI는 인간이 아니니, AI 기술을 어떤 플랫폼에 적용하고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돈을 벌지 못한다면, AI 역시 뜬구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AI를 활용한, 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 BM에는 어떤 게 있을까?

이경전 교수는 AI 의료 진단 기업 (주)뷰노(VUNO)와 인공지능 튜터 솔루션 전문기업 뤼이드(Riiid)를 꼽았다. 

‘뷰노’는 AI와 의사가 만났을 때의 시너지에 주목했다. 

사람 뼈를 촬영한 엑스레이를 봤을 때, 2년차 레지던트는 49.5%, 숙련 전공의는 63%의 정확도로 분석했다. AI로 분석할 경우에는 69.5%의 정확도를 보였다. 그러나 AI와 숙련 전공의가 함께 분석할 경우에는 각 경우보다 높은 72.5%의 정확도를 냈다. 뷰노는 각 병원으로부터 받은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다시 병원에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고안했다. 

AI를 철저하게 합리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해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해냈다. 이경전 교수는 “이제 뷰노는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의 병원에 AI 분석 데이터를 팔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dataversity)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닌,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했을 때 효과성을 낼 수 있다. (사진=dataversity)

넷플릭스의 추천 콘텐츠와 토익 문제는 닮았다?

뤼이드도 AI의 협력적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분석 기법을 활용해 플랫폼을 만들었다. ‘협력적 필터링’은 다수 사용자로부터 얻은 기호 결과에 따라 비슷한 성향의 사용자의 관심사를 자동으로 예측하는 분석 방법이다.  뤼이드가 서비스 중인 ‘산타토익’을 보면, 넷플릭스의 콘텐츠 추천 시스템과 판박이임을 알 수 있다.

아래의 표에서 ‘KIM’이라는 사용자의 성향은 ‘B’와 가장 유사하다. KIM과 B는 ITEM 1, 3, 4는 선호하지만, ITEM 2는 비선호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AI는 B의 성향을 근거로 ITEM 6 대신 ITEM 5를 추천해 KIM의 만족도를 높이게 된다. 

(사진=석대건 기자)
산타토익 문제 추천 시스템은 협력적 필터링 기반이다. (사진=석대건 기자)

뤼이드는 이러한 추천 구조를 토익 문제 시스템에 적용해, B의 토익 문제 풀이 성향을 근거로 KIM이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적절한 문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오답 패턴을 90% 이상의 확률로 예측하는 AI 토익 튜터를 통해 뤼이드는 ‘산타토익’ 서비스 출시 11개월 만에 유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매년 토익 응시자의 절반을 상회하는 수치다. 사용자가 AI 효과를 알아본 것.

사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뤼이드에 쌓이는 데이터가 늘어나고 AI 분석 시스템과 플랫폼은 더욱 강력해진다. 뤼이드에 따르면, 약 278만 시간 동안 발생한 1억 5900만 건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산타토익’을 20시간 학습한 경우 평균 130점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또 뤼이드는 AI 기술 관련 30건 이상의 특허를 등록·출원해놓고 있다. 현재 뤼이드는 AI를 활용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을 엿보는 중이다. 

이경전 교수는 뤼이드에 대해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그들은 돈맛을 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AI를 이용해 최적화된 플랫폼을 만든다면..."큰돈 벌 수 있을 것"

이경전 교수는 “중요한 건 곧 2~3년 후에 어떤 BM이 돈이 될지 알아야 한다”며, “지금 성공하는 기업이 나중에도 성공한다”고 강조한다. 먼 미래의 완전한 AI(?)를 기다려서는 기회를 놓치니, 바로 행동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카메라가 나왔을 때, 모든 화가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카메라로 가장 돈을 많이 벌었던 직업이 화가였다. 왜일까? 그동안 초상화를 그리던 작업을 카메라가 대신하게 돼 오히려 화가들이 돈 벌 기회가 늘어났다. AI도 카메라와 같다. 누군가는 AI를 통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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