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지난 2018년 6월, 마이크로스프트(이하 MS)가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깃허브를 인수했을 때, IT업계는 우려와 의심이 가득했다.

‘오픈소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오픈소스 기반인 리눅스의 반대 주자였던 MS가 과연 23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있으며, 180만명 이상의 기업 및 조직의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하는 깃허브를 가만두겠냐는 우려였다. 게다가 스포티파이, IBM, 구글, 페이스북, 월마트 등에서 근무하는 주요 개발자라면 대부분 깃허브에 활동 중이었다. 

또 막대한 인수 금액은 의심을 사기에도 충분했다. MS의 깃허브 인수 금액은 약 75억 달러, 한화로 약 8조 원에 달한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약 1조 2100억원)에 인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깃허브의 평가 가치는 적지 않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오픈소스를 향한 MS의 베팅은 시기적절한 선택으로 주목 받고 있다. 오픈소스 생태계가 오고 있다.

MS는 지난 2018년 4월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를 인수했다. (사진=MS)
MS는 지난 2018년 6월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를 약 75억 달러에 인수했다. (사진=MS)

오픈소소는 말 그래도 공개된 소스코드다. NIPA에 따르면, 오픈소스는 특정 라이센스 방식에 맞춰 배포돼 수정 · 복제 · 사용 · 재배포가 가능한 소프트웨어로 지칭한다. 저작권자가 지정한 라이센스만 따르면 자유롭게 재개발해 공유하고 피드백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발에 있어 독점적인 상용 소프트웨어보다 효과적인 모델로 평가된다.

깃허브 역시 소스코드 커뮤니티로,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소스코드를 올려 테스트하고 버그를 확인하는 등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했다. 누구에게나 접근을 보장하면서, 사용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공유한다는 것.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평가 기준이 매출 등이 아닌 ‘기여도’인 이유다. 

상용SW와 오픈소스 비교 (자료=NIPA)

여기서 특정 라이센스 방식은 해당 소스코드를 공개한 저작권자가 지정하는데, 대개 기본 버전은 공개하고 SW 내 추가 기능은 상용으로 판매한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기업도 오픈소스 생태계에 속한다. 기업 역시 자체적인 개발 역량보다 ‘만인의 개발자’가 동시다발적으로 피드백하는 게 더 우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벤 발터 깃허브 프로덕트 매니저는 “(이미) 오픈소스는 현대 조직들과 전통적인 조직들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기업들이 오픈소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서도 드러난다. 레드햇 오픈소스 리포트에 따르면, 기업의 99%가 오픈소스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쿠수마노 MIT대 교수는 기존 상용SW기업이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하는 주된 이유도 기업의 전략적으로 오픈소스를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글로벌 IT 기업, 다각도로 오픈소스 생태계 확장에 참여

오픈소스의 전략적 중요성 인지도 (사진=레드햇)
오픈소스의 전략적 중요성 인지도 (사진=레드햇)

글로벌 IT 기업도 오픈소스 기반한 비즈니스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MS는 그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 MS는 자체 개발해 내놓았던 기존의 엣지 브라우저를 대체하기 위해 오픈소스 기반으로 개발한 크로니엄 엣지 브라우저를 개발 중이다. 또 MS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에 오픈소스를 올리기 위해 레드햇과도 협력을 시작했다.

MS 관계자는 “MS 애저가 레드햇과 결합해 엔터프라이즈가 애플리케이션 개발·관리하고 라이프 사이클 관리하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BM 역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오픈소스 기업인 레드햇을 340억 달러(약 40조 1700억 원)로 최종 인수했다. 당시 IBM은 “레드햇의 오픈소스 노하우를 활용해 엔터프라이즈를 지원”하고, “파트너십 생태계를 구축해 리눅스 구현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며 오픈소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오픈소스 생태계의 기여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도 한창이다. 

페이스북은 디지털 해시를 통해 혐오, 차별 등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는 오픈소스를 깃허브에 공개했다. 애플, 구글, 트위터 등은 데이터 호환성을 높이는 ‘데이터 전송 프로젝트(Data Transfer Project)’를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구축 중이다.

AI 분야도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NIPA에 따르면, 2017년을 기점으로 AI 관련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14,000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는 학습 추론 인식 등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는 AI 플랫폼이 오픈소스로 공개되면서 이를 개발자와 기업들이 활용하기 시작했기 때문. 

일례로, 우버의 음식 배달 서비스인 ‘우버 이츠(Uber EATS)’에 적용된 배달 시간 예측, 검색 자동 완성 등 AI 모델은 오픈소스 기반으로 개발됐다.

한국, 오픈소스 전문인력 0.04%에 불과해

점점 오픈소스 생태계는 확장하는데, 우리나라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NIPA에 따르면, 우리나라 오픈소스 인력은 약 11,000명 정도로 전 세계 대비 0.04%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들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중소기업은 ‘오픈소스를 인지하고 있지만 활용하지 않는다’는 1단계 수용 단계에 속한다.

한 IT기업 관계자는 “오픈소스를 비롯한 기업의 미래 경쟁력은 무조건 누가 고급 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단순히 관련 교육을 늘리는 수준이 아닌, 현업 개발자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등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적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 및 인력 현황 비교(사진=NIPA)
오픈소스 커뮤니티 및 인력 현황 비교(사진=NI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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