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게임장애가 질병이 된다면 보험이 인가되지 않은 상태에 돈 벌 기회가 생긴다. 수가 체계 문제와, 각종 인센티브와 연구비 등...새로운 질병이라는 블루오션 하나를 터준 것이다"

'답정너' 답은 정해져있어 너는 게임중독이야

게임중독, 게임과몰입, 게임장애...용어와 정의조차 정립되지 않은 현상이 5월 중 국제보건기구(WHO)에 의해 질병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업계 안팎으로 불안감이 가중되는 가운데, 게임장애 분류에 과학적 기준과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

29일 게임과학포럼은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제2회 태그톡'을 열고 'gaming disorder, 원인인가 결과인가'라는 주제로 WHO의 게임장애 질병 등재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했다. 

29일 게임과학포럼은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제2회 태그톡'을 열고 'gaming disorder, 원인인가 결과인가'라는 주제로 WHO의 게임장애 질병 등재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했다. 
29일 게임과학포럼은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제2회 태그톡'을 열고 'gaming disorder, 원인인가 결과인가'라는 주제로 WHO의 게임장애 질병 등재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했다. 

게임장애가 질병으로...모호한 기준∙과학적 근거 없는 주장

국제보건기구(WHO)가 지난해 6월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ICD-11)에 게임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하겠다고 밝혔다. WHO는 오는 5월 WHO 총회에서 이 문제를 정식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논의를 하겠다곤 했지만,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등재되는 것은 기정사실화됐으며, 2021년부터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또한 WHO 결정이 나오는 대로 국내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WHO가 ICD 초안에서 정의한 게임장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게임의 빈도, 강도, 플레이 시간 등에 대한 통제가 힘들다.
둘째, 게임 플레이를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어 게임을 삶의 관심사나 일상적 행위들보다 우선순위에 놓을 정도가 된다.
셋째, 부정적 결과를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계속하거나 더 많이 한다.

게임장애로 진단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게임 행태가 최소 12개월 동안 명확하게 나타나야 한다. 다만 모든 진단적 필요조건들이 충족되고 증상이 심각할 경우에는 필요 관찰 기간(12개월)이 단축될 수 있다.

초안에서 볼 수 있듯이, 게임장애의 진단 기준은 굉장히 모호하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태다.

크리스토퍼 퍼거슨 스테트슨 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게임중독 유병율은 전세계적으로 1~3% 정도에 그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선 그 비율이 소폭 높으나, 우려할 정도로의 수준은 아니다. 

아울러 게임중독을 마약 중독과 비교할 때 자주 거론되는 도파민 수치도 근거가 없다. 비디오게임을 포함한 미디어 사용은 도파민 수치가 13~50%까지 증가한다. 다만 이는 좋은 음식을 먹을 때 나타나는 것과 유사한 수치다. 

국내 '셧다운제' 또한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소년 보호법에 의거,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심야시간대에는 인터넷게임의 제공자가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인터넷게임을 제공할 수 없도록 막는다. 그러나 게임율이 줄어들지도 않았고, 청소년 수면시간도 1.5분밖에 늘지 않았다. 

윤태진 연세대 교수는 국내외 논문 1500편을 넘게 분석한 결과 게임장애에 대한 연구들이 제각각이라고 말했다.
윤태진 연세대 교수는 국내외 논문 1500편을 넘게 분석한 결과 게임장애에 대한 연구들이 제각각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 제각각..."WHO가 게임장애 부추겼다"

윤태진 연세대 교수는 국내외 논문 1500편을 넘게 분석한 결과 게임장애에 관련한 대부분의 연구 자체에서도 대상과 기준이 제각각이라고 분석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특정 게임을 지목하거나 게임 장르를 특정해 진행한 연구는 극소수다. 게임을 지목하더라도 연구 진행 당시 가장 인기가 많은 게임이나 장르를 무분별하게 채택한 경우가 많았다. 모바일 게임을 중독으로 대상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진단 척도가 다양함에 따라 유병율은 연구기관에 따라 최소 0.7%에서 15%까지 각각 다르다.

아울러 대부분의 연구가 중독 개념을 일단 전제하거나 동의한 상태서 시작한다. 중독에 대한 질문 없이 연구를 시작한 논문이 90% 이상이다. 연구결과는 중독 개념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보완하는 경향을 띄었다.

특히 관련 연구를 연도별로 봤을 때, 2018년에 가까워질 수록 게임장애를 전제하는 연구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윤 교수는 "WHO는 연구를 해서 게임중독이 질병인지 아닌지 가려보자고 했지만, 결국 게임중독이 실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부추긴 셈"이라며 "게임중독이 문제라는 학자들도 세부적으로는 모두 다른데, 학술적인 디테일은 가려지고 정치적인 맥락만 강조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국내서 더욱 심한 게임장애에 대한 우려는 일본 교수의 '이상한' 연구로부터 시작돼, 국내서만 언론들에 의해 증폭됐다고 말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국내서 더욱 심한 게임장애에 대한 우려는 일본 교수의 '이상한' 연구로부터 시작돼, 국내서만 언론들에 의해 증폭됐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중독 논란은 일본 교수로부터 촉발된 잘못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국내서 더욱 심한 게임장애에 대한 우려는 일본 교수의 '이상한' 연구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2003년, 모리 아키오 교수가 쓴 '게임뇌의 공포'라는 책이 국내 발간된다. 정지훈 교수에 따르면, 모리 아키오 교수는 본인이 개발한 간이뇌파계 연구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게임을 접한 청소년들이 약물복용과 비슷한 흥분상태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또한 책을 낭독할 때, SNS에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을 봤을 때 등과도 유사성을 보여줘, 근거 부족으로 학계선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국내선 매스컴을 타며 게임중독에 대한 공포심을 확산시켰다.

정 교수가 게임 순기능으로 예를 든 것은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대표다. 

데미스 허사비스는 13살에 체스마스터가 됐으며, '블랙앤화이트'라는 게임의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참여했다. 엘리시르 스튜디오라는 비디오 게임 개발사를 만들어, '리퍼블릭: 혁명(Republic: The Revolution)'과 '이블 지니어스(Evil Genius)'라는 게임도 제작한 그는,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대표기도 하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인 인공지능을 개발한 게임 개발자는, 게임이 질병인 시대에 태어났다면 장애인으로 낙인찍혔을 공산이 크다.

이경민 서울대 교수는 미성숙한 시기에 질병코드를 오과용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경민 서울대 교수는 미성숙한 시기에 질병코드를 오과용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게임장애 연구에 도움? 오과용 문제가 더 크다

게임장애 질병코드화 찬성 측에서는, 게임장애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는 계기이자 게임중독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의료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경민 서울대 교수는 미성숙한 시기에 질병코드를 오과용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일단 병을 잘못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게임장애 징후만 보고 우울증이나, ADHD 등 다른 문제를 간과할 수도 있다. 치료 방법 또한 잘못 처방될 수 있다.  

보험 및 수가체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서, 과도한 의료비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경민 교수는 "아이가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면 가정과 사회에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게임장애로 판단되면 게임회사에 손쉽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대책을 강구할 필요 없이 2분이면 진단을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한 "소수 전문가 및 의료인들의 비양심적인 행태도 걱정된다"며 "과잉진단은 물론이고, 본인의 사회적 명성을 위해서 혹은 각종 인센티브나 연구비만을 위한 논문들도 우후숙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새로운 질병이라는 (돈을 벌 수 있는) 블루오션 하나를 터준 것"이라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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