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김태림 기자] 지난 5월 11일, 검찰은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모회사 두나무의 강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업비트가 암호화폐를 보유하지 않고 있음에도 전산상으로는 있다고 고객을 속인 사기 혐의였다. 업비트는 우리나라 가상화폐 거래소인 데다가, 전 카카오 공동대표이자 전 조인스 대표 출신인 이석우 대표가 있는 곳이었다. 그나마 믿을만한 거래소라고 알려진 업비트였다.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 가격은 일제히 폭락했다. 업비트마저 코인네스트 꼴 나는 것이냐며 투자자들은 불안해했다. 지난 3월, 코인네스트 김익환 대표 등 가상화폐 거래소 2곳의 임직원 4명은 사기 ·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그 피해액은 수백억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비트 압수수색 소식은 시장은 악몽을 떠올렸다.

지난 5월 16일 오전 7시 50분 기준 국내 비트코인 가격 변동 현황. 거래소 이슈에 폭락이 두드러진다.  (자료=빗썸)

2위 업체인 빗썸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5일 빗썸은 세계 최초로 팝체인을 상장한다고 발표했다. 팝체인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가상화폐로,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 제작 과정에서 발행된다. 빗썸은 팝체인이 콘텐츠 유통 산업에 있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긍정적인 의견을 내며 투자자를 모았다.

그러나 팝체인은 상장도 되기 전에 역풍을 맞았다. 팝체인 토큰의 보유 계정을 들여다보니, 전체 22개 지갑 중 단 두개의 지갑이 전체 토큰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ICO도 거치지 않은 상장이었다. 모네로 등 기존 가상화폐의 소스코드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은 정황도 발견됐다. 전형적인 폰지 사기 수법이다. 폰지 사기는 실제 아무런 이윤 창출 없이 신규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이용해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팝체인 측은 토큰 보유 현황에 대해 “76.41%의 토큰은 분배 전 팝체인 파운데이션(재단) 소유이며, 15%는 마케팅 용으로 타 지갑에 넣어둔 것”이라 해명했다. 사모 투자자와 합의하여, 토큰 재판매 중 발생할 수 있는 고객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5일 이후 분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블록체인협회(회장 진대제)는 빗썸 측에 팝체인 코인의 상장절차를 중단하고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거래소 빗썸은 팝체인 상장을 연기했다.

계속되는 의혹들

가상화폐 거래소의 코인 상장에 대한 의심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기습 상장’을 둘러싼 업비트와 빗썸의 갈등이었다. 빗썸은 업비트가 같은 코인을 기습 상장하여 자신들의 투자자를 가로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업비트 측은 빗썸의 예고 상장은 가격 왜곡을 일으킬 뿐, 안정 효과가 없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오히려 빗썸이 무리한 코인 상장 후 출금을 막는 행위는 고객의 자유로운 거래 행위를 막는 것이라 비판했다.

업비트는 오입금 피해 늦장 복구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 1월, 박준희(가명)씨는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렉스 디지바이트 코인 지갑에서 업비트의 비트코인 지갑으로 오입금(Crosschain deposit)했다. 이에 업비트 측에 정정 요청을 하였으나 5월까지 반환하지 않았다. 그동안 업비트 측은 코인 거래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아 복구가 어렵다, 지갑을 관리 기업이 처리할 문제다 등을 내세우며 문제를 회피했다고 제보했다. 박준희씨가 오입금한 금액은 당시 1억 5천만 원으로, 현재 시세는 4천만 원이다.

빗썸 등 다른 거래소는 무상으로 복구해주고 있음에도 업비트는 복구를 미루다가, 피해자들의 단체 항의가 이어지자 오입금 관련 공지를 통해 대책을 내놨다. 피해자들의 만약 업비트 압수수색이 없었다면 이런 조치가 있기나 했을까 의심했다. 복구를 위해서 약 100만 원 가량의 수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지난 15일 업비트는 공지를 통해 오입금 복구 대책을 전했다. (사진=업비트)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비정상적인 프로세스에서 비롯된 것이라 지적했다. 거래소가 입금 및 출금 지갑 서비스를 구축한 상태에서 투자자가 입금한 암호화폐로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적 방안을 내부 및 외부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발표한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넘어 실질적인 규칙을 마련하고, 거래소가 따라야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지난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회의에서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표기한 것을 인용하며 “암호화폐를 해석하는 방법에 따라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달라질 수 있다”며 “암호화폐를 명확하게 규정해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루빨리 제도권으로 진입시켜야만 부작용이 줄어들고, 빠르게 변화하는 블록체인 기술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패러다임이 충돌하고 있는데 리더가 없다.”

장호규 충남대 경영대 교수는 무엇보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제대로 된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리 주체가 없으니 혼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금융업자가 아닌,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유권해석을 통해 '가상화폐거래소는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지난 4월 공정위는 거래소가 신고된 각 구청에 등록 말소 협조 공문을 보냈다.

각 해당 구청에 확인 결과,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은 아직 통신판매업 등록 말소 전이다. 구청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말소 전 각 업체로부터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 중이며, 수렴 절차가 끝나면 6월 말 가상화폐 거래소의 통신판매업 등록 말소가 마무리될 예정이라 밝혔다. 말소 이후에 통신판매업 등록번호를 게재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현재 4곳의 가상화폐 거래소는 각 홈페이지에서 통신판매업 등록 번호를 삭제한 상태다.

이어서 장 교수는 “패러다임이 충돌하고 있는데 리더가 없다.”며 현 정부의 모호한 태도를 꼬집었다. 스위스를 들며 하루빨리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응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조직이나 TF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스위스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 규제보다는 진흥에 초점을 맞추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 예로, 가상화폐 거래를 제도권 은행에서 승인하는 한편, 인구 12만의 소도시 추크(Zug)를 크립토 밸리(가상화폐 특구)로 지정하여 관련 기업을 조성하고 있다.

최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시장에서 잇따른 사건사고가 터지고 있다. 하인리히 법칙이 적용돼 대형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지=픽사베이)

1 : 29 : 300의 하인리히 법칙

어떤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는 사고와 관련된 수백 번의 징후와 수십 차례의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는 이를 실증적인 통계적 방법으로 풀어내 300번의 징후, 29번의 작은 사고, 1번의 대형 재난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인리히 법칙이다.

그 사례는 많다. 멀게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IMF 경제위기가 있었고 가깝게는 4년 만에 바로 선 세월호 침몰이 있다. 모두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지금 가상화폐 시장을 보며 수많은 징후와 사건들을 예전처럼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대통령 말만 기다리는 듯한 정부, 투자자를 돈벌이 대상으로 보는 일부 거래소와 금융기관, 현실경제는 외면한 채 기술 침체만 걱정하는 ICT 산업계 및 학계 전문가, 뉴스에만 집착하는 미디어까지 모두 곧 생길지 모르는 사고에 책임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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