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블록체인은 강력한 기술처럼 전해지지만 아직은 현실에선 멀기만 한 기술이다. 테크프로 리서치에 따르면, 70%의 전문가들이 ‘아직 사용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64%가 블록체인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우리의 삶과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민간이 금융시장에서 블록체인을 도입 · 활용하려는 여러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5월 30일 자본시장연구원의 조성훈 연구원은 <자본시장과 블록체인: 현황과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냈다. 보고서가 던지는 질문은 세 가지다. 

과연 블록체인은 장점뿐인가?
기업금융에 블록체인을 도입할 수 있나?
블록체인이 자본시장에서 적용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보고서는 블록체인 기술의 실질적인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는 동시에, 장점에 가려진 부분을 지적한다. 

과연 블록체인은 장점뿐인가?

‘보안성’은 블록체인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자,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보안성은 블록체인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암호화된 연결 구조와 분산 저장된 원장(ledger)에서 비롯된다. 

이에 보고서는 자산을 보관하는 디지털 지갑은 블록체인의 보안성과 별개라고 지적한다. 디지털 지갑의 개인키 유출이나 해킹은 블록체인의 보안성과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개인 간 거래는 안전한 블록체인 구조가 아니라 불안전한 거래소에서 이뤄진다. 

이미 다수 해킹 사례가 보도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일본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체크’가 해킹을 당해 약 5660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지난 1월, 와다 고이치로 코인체크 사장이 코인체크 해킹에 대한 기자회견 중이다. (사진=닛케이)
지난 1월, 와다 고이치로 코인체크 사장이 코인체크 해킹에 대한 기자회견 중이다. (사진=닛케이)

블록체인의 또 하나의 장점은 ‘경제성과 효율성’을 꼽을 수 있다. 블록체인이 가진 탈중앙화 시스템의 분산 저장 구조는 제3기관이 필요하지 않다. 관리 목적으로 제3기관을 유지하기 위한 제반 비용, 수수료 등이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제3기관을 거치지 않고, 당사자끼리만 거래하니 하나의 단계가 사라지기 때문에 효율성도 달성된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경제성의 측면에서 제3기관에 집중된 비용은 사라진 게 아니다. 비용은 거래 당사자에게 분산된 것이지, 없어진 게 아니라고 말한다. 더불어 효율성의 장점 또한 모순이 있다고 꼬집는다. 채굴 과정에서의 컴퓨터 기기 및 전력 소모, 원장 파일의 노드 저장, 원장의 승인 및 업데이트 과정에서의 트래픽 등 비효율적인 점을 보면 차라리 제3기관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탈중앙화의 ‘지배구조’ 특성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리플 등 금융계에서 시도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승인이 필요한 폐쇄형 블록체인이다. 이는 운영주체가 없이 가능하다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자본시장 속의 블록체인, 그 가능성은? 장애물은 무엇인가?

주식시장과 블록체인의 만남을 상상해보자. 기업은 블록체인으로 암호화증권(crypto-securities)를 발행하고, 투자자는 가상화폐를 이용하여 암호화증권을 매수한다. 이를 통해 시장은 만들어지고 기업은 자금을 공급받아 서비스나 생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이와 같이 블록체인으로 기반으로 자본시장과 기업 지배 구조가 바뀐다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보고서는 Yermack(2017)의 연구를 인용해 설명한다. Yermack에 따르면, 위와 같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주식시장이 운영되면 주식 소유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의결권 행사가 명확해지며, 회계 역시 조작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 신뢰성 또한 높아질 것이라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다. 블록체인의 장점에 숨겨진 단점과 마찬가지다. 맹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 발행시장에서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및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 문제다. 블록체인 자본시장에서는 운영 · 책임 주체가 없고, 투자은행과 같은 중개기관이 없다. 따라서 기업은 소액 일반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할만한 동기는 작다. 전체 시장 측면에서 보면, 우량품은 사라지고 불량품만 남아도는 레몬시장화 가능성도 있다.  

두 번째, 블록체인의 비효율적인 점으로 꼽힌 거래 처리 속도 및 용량(scalability)의 문제다. 처음 비트코인이 등장할 이래, 거래 처리 속도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원장의 분산 저장과 승인, 기록 처리 플랫폼이 기존의 제3기관으로 집중화된 시스템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완전한 기술이라는 블록체인에도 숨겨진 단점이 있다. (사진=플리커)
완전한 기술이라는 블록체인에도 숨겨진 단점이 있다. (사진=플리커)

세 번째, 블록체인의 가상화폐에 대해 가격 정보를 수집하고 게시하는 기능을 누가 수행할 것이냐다. 현재 가상화폐의 유통시장은 중개기관이 있고, 투자자는 중개기관을 통해 거래한다. 모든 투자자가 P2P로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 ‘코리아 프리미엄’ 사례와 같이 동일한 자산 가격이 중개기관에 따라 달라지는 등 효율적 시장에서는 나타나지 않을 현상이 발생한다. 

네 번째는 거래 착오에 따른 취소나 정정을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보고서는 일단 완결되어 기록된 거래는 변조할 수 없는 블록체인의 완결성이 현실적인 자본시장에서는 효율성 달성에 제약이 될 것이라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전략을 노출하기를 꺼리는 투자자는 모든 거래가 기록되는 블록체인 기반 자본시장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기술이 우수하다고, 사회·경제적으로 우수한 건 아니다

조성훈 연구원의 <자본시장과 블록체인: 현황과 가능성에 대한 평가> 보고서는 기업금융의 관점에서 현재 블록체인 기술의 실질적인 적용 가능성에 대해 시사점을 준다. 아무리 혁신적인 장점을 가진 기술이라고 해도 우리 사회와 경제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초기 블록체인에 대한 과열된 분위기가 다소 잠잠해진 지금이야말로 차분하게 현상을 진단하고 향우 방향을 모색해 볼 기회라고 주장한다. 

혁신은 완벽한 상태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지적은 오히려 혁신에 방해가 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 세상 역시 완벽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단점을 보완하고 현실 가능성을 높여 기존 시장의 문제점을 극복해야만 비로소 블록체인이 혁신으로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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