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취임한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임기를 1년 남긴 상황에서 중도퇴임설에 휩싸였다. [사진: 금융감독원]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임기를 1년 남긴 상황에서 교체설에 휩싸였다. 금감원장 자리는 역대 12명의 원장들 중 단 2명만이 임기를 다 채웠을 정도로 중도사퇴가 유난히 많았다. 과연 윤석헌 원장이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지, 금감원장 수난사에 또 한줄을 추가하게 될지 주목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헌 금감원의 교체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윤석헌 원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부인에도 불구하고 윤석헌 원장이 사임하고 새로운 금감원장이 선임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금감원장의 임기는 3년으로 정해져 있다. 2018년 5월 취임한 윤석헌 원장은 1년의 임기가 남아있다.

윤석헌 원장의 교체설은 올해 초부터 불거졌다. 윤 원장은 취임 후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혁신금융을 지원한 측면에서 공로가 있지만 대형 금융사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과 관련해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관계자들을 중징계했다. 그러나 은행들과 당사자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법적 대응이 나섰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또 2018년 5월 취임 후 키코 사태에 대해 재조사를 지시하며 해결 의지를 보였지만 은행들이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에 금감원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금감원과 금융위의 수석부원장, 부원장 인사 갈등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윤석헌 원장이 금감원의 위상을 강화하지 못하면서 금융권 문제 해결을 조율하지도 못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은 물론 금융위와 갈등만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최근 청와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조사설까지 나온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후임 원장에 대한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낸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거론됐지만 한미방위비분담 협상이 지연되고 있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도 거론됐지만 금융에 대해서 잘 알지 못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에는 민병두 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최운열 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차기 금감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민병두 전 의원의 경우 노래방 성추행 의혹이 제기돼 의원직 사퇴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민 전 의원은 실제로 사퇴하지 않았다. 또 국회 정무위원장 출신이 피감기관이었던 금감원장으로 가는 것에 대한 시선도 좋지 않다. 민 전 의원은 올해 4월 총선에서 여당의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했다가 중도에 사퇴한 이력도 있다.

이에 비해 최운열 전 의원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한국금융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금융전문가라는 점에서 금융권이 선호하고 있다.

1~12대 금감원장 평균 재임기간 1년7개월

윤석헌 원장이 실제로 사퇴할 경우 금감원장 수난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전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1~12대 금감원장들 중 3년 임기를 채운 것은 윤증현 전 원장과 김종창 전 원장뿐이다. 최단 기간 재임한 것은 2주간 근무한 김기식 전 원장이다.

금감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12명의 원장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7개월이었다. 2년을 넘기지 못한 것이다. 최근 금감원장들의 사례를 보면 그들의 수난을 잘 알 수 있다.

권혁세 전 원장은 2011년 3월 취임했는데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해 3월 임기 2년을 마치고 사임했다. 이후 부임한 최수현 전 원장은 1년8개월을 근무하던 중 2014년 11월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사임 전날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당시 최수현 전 원장을 비롯해 금감원 관계자들이 퇴임식에서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진웅섭 전 금감원장은 3년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임기를 2개월 남긴 2017년 9월 사임했다. [사진: 금융감독원]

이어 진웅섭 전 원장이 취임했다. 진웅섭 전 원장은 3년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는 변수가 생겼다. 진웅섭 전 원장은 임기를 2개월 남긴 2017년 9월 사임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금감원장으로 2017년 9월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취임했다. 취임 초기 최흥식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세 금감원장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금감원장을 역임한 후 더 높은 자리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최흥식 전 원장은 채용비리에 연루돼 6개월만에 낙마했다.

이어 시민단체 출신에 국회의원을 지낸 김기식 전 원장이 2018년 4월 취임했다. 김기식 전 원장 역시 금융권의 개혁을 이끌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김기식 전 원장은 위원 시설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이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해 2주만에 사퇴했다.

그리고 선임된 것이 현 윤석헌 원장이다. 윤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금융개혁의 적임자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경질성이 불거진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감원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풍파가 심한 자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감원장은 차관급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권한은 금융위원장에 비견되는 장관급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 금감원장에 주목하면서 막중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 또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금감원장 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금감원장의 강력한 힘에 대한 반작용으로 금감원장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시선도 많다. 금감원장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정부와 여당에 전달되거나 투서가 제출되는 사례가 자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복합적인 상황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손’이 자주 작동하면서 금감원장들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윤석헌 원장이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번 선임한 인재를 섣불리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까지 좀 더 지켜본 후 경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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