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형 영상콘텐츠 서비스 간 경쟁은 전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치열하다.

넷플릭스 외에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상륙하지 않았지만 ‘디즈니플러스(Disney Plus)’, ‘애플TV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이 미국 시장을 둘러싸고 경쟁 중이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디즈니 플러스는 5개월만에 5000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넷플릭스도 3000만에 가까운 신규 가입자를 확보, 왕의 위엄을 과시했다.

중국에서는 ‘아이치이’, ‘요우쿠’, ‘텅쉰슬핀’ 등 3개 사업자가 경쟁 중이다. 월 사용자수만 9억64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유료 사용자는 3개 사업자 모두 합쳐 7,400만명으로 시장에 비해 아직 크지 않고 시장 비중도 어떤 콘텐츠를 서비스하는가에 달라진다. 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기 보다 인기 영화나 드라마가 추가되면 한달간 유료로 전환하는 것이다. ‘구독’보다는 월 단위 구매모델이라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사업자들은 고객과의 영구적인 관계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심지어 경쟁자가 인기 콘텐츠를 독점 방영하는 동안에는 서로 돕기도 한다. 구독 고객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OTT서비스 구독취소 비율(자료=Parks Associates)
미국 이용자중 OTT 서비스 구독취소 비율  [자료: Parks Associates]

 

반면 넷플릭스의 고객 해지율은 공식발표는 없지만 연 10% 이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수치는 다음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나 ‘훌루’ 등 경쟁자에 비해 엄청나게 낮은 것이다. 넷플릭스의 경쟁자들 역시 중국 사업자처럼 출시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인기를 끌 때만 잠시 가입했다 해지하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미국 영상서비스 시장에서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직은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점이 고객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가.

넷플릭스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구독을 관리하고 있다. 즉 어떤 수준의 가치를 제공해야 고객이 구독을 유지할 지 고민하면서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관리는 전체적 관점이 아니라 개별 고객 관점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고객 각자가 비용에 비해 가치가 높다고 느끼도록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이 구독서비스 고객관리의 정석을 보여주는 점이다.

 

먼저 넷플릭스는 개별 영상 에피소드 정보와 이를 시청하는 소비자 정보를 수집한다.

얼마나 많은 고객이 봤는지, 끝까지 봤는지, 에피소드간 시청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언제 어디서 어떤 디바이스를 사용했는지, 더 나아가 어떤 장면에서 되감기와 정지가 이뤄졌는 지까지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이 모든 정보는 콘텐츠 추천은 물론 새로운 영상의 기획과 제작, 구입 여부에도 반영된다.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넷플릭스는 고객에게 어떤 콘텐츠를 제공해야 구독이 유지될 지를 고민한다. ‘고객확보’ 보다 ‘고객 유지’에 경영의 방점이 찍혀져 있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넷플릭스가 주목하는 고객은 가끔 넷플릭스를 이용하지만 그 가치를 충분히 느끼지못하는 고객이다. 이들은 뭔가 다른 조치를 하지 않으면 곧 서비스를 떠날 고객들이다. 모아진 데이터들은 이러한 고객들을 계속해서 구독에 묶어 두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데 쓰인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고민은 선제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미 해지를 결심한 고객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보편적인 ‘사후 고객관리’라면 넷플릭스는 사업운영 전체가 고객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데 맞춰져 있다.

과거 이동통신사를 바꿀 때 겪었던 해지과정의 고통을 떠올리면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떠나려는 고객을 강제로 막아서는 것과 고객이 떠날 생각을 막는 것과의 차이는 매우 크다.

즉 매달 ‘해지’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고객의 머리 속에서 해당 단어를 지워버리는 넷플릭스의 노력은 개별 이용자 단위의 관리로 내려갔기에 비용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충분한 데이터를 모으고 1억8000만 구독자 단위의 미세관리가 넷플릭스의 구독관리의 핵심이다. 이러한 노력은 높은 해지율과 높은 신규가입자 확보비용이라는 과거의 모델에서 낮은 해지율과 높은 가입자 유지비용이라는 새로운 모델로의 변신을 의미한다. 이 모델은 사업자에게 엄청난 수익구조의 개선을 가져다준다. 

구독에 있어서 운영의 시작은 고객에서 시작한다. 고객의 지속적인 구독을 위해 상품개발, 마케팅, 홍보도 바뀔 수 있다. 고객이 경쟁사의 인기 제품을 원한다면 이 역시 서비스에 포함시키는 것이 구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운영원칙이다. 이제 상품은 잊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집착해야 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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