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이 출시됐다.

회비는 월 4,900원으로 가입자가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월 20만원까지는 기본 적립 외에 최대 5%의 포인트를, 20만원부터 200만원까지의 결제액에 대해서는 1%를 추가 적립한다. 단골스토어 충전과 쇼핑혜택을 합하면 최대 8.5%까지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

또 멤버십에 가입하면 네이버 웹툰/네이버 시리즈를 볼 수 있는 쿠키 20개, 네이버 VIBE 음원 300회 듣기 이용권, 시리즈ON 영화/방송 감상용 캐시 3300원, 네이버 클라우드 서비스 100GB 이용권, 오디오북 대여 할인쿠폰 등 5개의 혜택 중 4가지를 선택해 받을 수 있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은 성공할 수 있을까? 좀 이른 감이 있지만 현 상황에서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평가하면서 구독의 성공요소를 생각해보자.

구독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3가지가 있다.

가장 중요한 첫번째는 고객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당연한 말처럼 보이지만 모든 구독이 이를 구현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가 신문구독을 한다면 뉴스를 보기 위한 것이란 명확한 목적이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을 바탕으로 관계가 만들어진다. 아마존은 쇼핑이, 넷플릭스는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MS오피스는 이를 활용해 문서작업을 하기 위한 것이다.

구독에는 아주 명확한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이 관계설정의 이유가 된다. 목적이 모호하면 고객은 영구적인 관계 설정의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고 그 구독은 해지될 위험이 있다. 즉 구독이 성공하려면 고객의 삶에서 서비스와 관계를 맺는 강력한 영역과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네이버 플러스는 ‘모호성’이 보인다.

멤버십 가입후의 관계는 네이버 페이 이용시의 적립금, 음악, 웹툰, 클라우드 등 다양한 네이버가 가진 서비스들의 집합으로 만들어졌고 내가 무슨 이유로 네이버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찾을 수가 없다.

유일하게 찾은 이유는 20만원까지 네이버 페이로 쇼핑할 경우 포인트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금전적 혜택이다.

하지만 금융의 영역에서 구독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이자 혹은 포인트는 경쟁자도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이버의 포인트 정책은 네이버플러스의 구독 이유가 될 수 없고 관계의 목적이 되기도 힘들다.

구독성공의 두 번째 요인은 고객과의 관계 강도가 충분히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성공한 구독 서비스들은 ‘무제한’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음악을 듣던, 영상을 보던, 쇼핑을 하던 구독에서 무제한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은 고객과의 약속 수준을 올리기 위함이다.

구독의 건너편에 서있는 ‘구매’는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는다. 단지 그 순간 대가를 지불하고 상품을 인도받을 따름이다.

하지만 구독의 경우는 기업과 고객 간 약속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약속의 강도가 약하면 그 의미도 쉽게 사라진다. 그러므로 성공한 구독 서비스 사업자들은 ‘무제한’을 내세워 이에 걸 맞는 고객의 약속을 요구한다.

고객은 내가 최대한 많이 쓴다면 얼마나 활용할 지를 두고 구독의 가치를 저울질한다. 넷플릭스의 구독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하루 2~3시간씩만 봐도 14500원은 분명히 남는 장사”란 계산이 머리 속에 있는 것이다. 이는 아마존도, MS도 마찬가지다.

다시 네이버 플러스로 돌아가보자.

월 4900원을 낸 대가로 제공되는 혜택을 보면, 각기 최대 몇 천원 수준이다. 웹툰, 음악듣기, 영화보기 등 모든 혜택을 더하면 4900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개별 혜택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고객이 모르는 네이버만의 원가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개별 서비스에 대한 의사결정이 아닌 합산가치를 고객이 계산해야 한다. 만일 음악도 적당히 듣고, 웹툰도 조금 보고, 영화도 어쩌다 보는 고객이라면 몰라도 네이버와 중요한 약속을 한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4,900원을 내고 받는 결제혜택은 약속이 아니라 그냥 계산이다.

경영학에는 ‘매몰비용(Sunken Cost)’과 ‘몰입의 상승(Escalation of Commitment)’이라는 표현이 있다. 구독의 유지는 내가 한 약속이 충분히 의미 있고 강할 때 잘 작동된다.

구독 성공의 마지막 요인은 서비스 마인드다. 상품을 만들어 팔고 마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로의 변화가 바로 구독이다. 내 상품을 가져가면 다시는 보지 않았던 고객이 이제는 언제나 모셔야 하는 고객이 된 것이다.

이 서비스 마인드를 잘 반영하려면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고객의 불만을 듣고 서비스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바꾸고 고쳐야 한다. 기업이 구독으로의 전환을 결심하는 순간 제조업에서 서비스 마인드로 완전히 변신해야 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들은 단 한 번도 서비스 기업이 되어 본 적이 없다. 반면 신생 대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본질적으로 서비스 기업이다. 서비스 기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고객의 소리를 듣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네이버는 분명히 서비스 기업이기는 하지만 고객과의 접점이 많지는 않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검색이기에 대부분 알고리즘으로 대응하고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고객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는다.

네이버 플러스는 이 같은 네이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네이버 플러스 가입고객의 불만은 어디에 말해야 할까? 나는 다른 서비스는 필요 없고 음악만 듣고 싶다고 한다면 네이버는 어떻게 대응할까? 혹여 제공되는 콘텐츠 서비스들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면 누가 나서 이를 해결하려 할까?

지금의 상황에서는 아무도 나설 것 같지 않다. 이를 보면 네이버가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에서 성공한 경험이 없는 것도 결코 이상하지 않다.

구독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고객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만들어야 하고 그 관계는 서로가 헤어질 때 아쉬움이 있을 만큼 단단하고 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속력은 구독 사업자가 서비스 마인드를 갖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싸이월드 시절, 찾아오는 불만 고객을 한 사람씩 만나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들어주던 고객서비스 팀장 같은 대상이 구독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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