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구독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낸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콘텐츠나 상거래가 아닌 실물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구독이란 변화가 너무 크기에 쉽게 선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감하게 이를 시도해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다.

윈도우나 오피스 등의 상품을 판매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컴퓨터 운영체계의 지배자였다. 그리고 그 지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 지배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1]를 만들어왔다. ‘단선적 시장’의 공급자 역할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를 월 단위로 서비스하고 있다.

구독으로의 전환을 결정한 원인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성장의 정체를 넘어 하락이라는 기존 모델의 한계가 명확하게 보인 점, 둘째는 사용자와의 관계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음을 절감했기 때문이었다.

윈도우를 통해 PC영역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구축했지만 스마트폰의 세상이 열리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2류 기업으로 전락해버린다. 모든 관심은 모바일로 쏠렸고 IT혁신의 상징은 애플과 구글이 됐다. 뒤늦게 모바일의 중요성을 깨닫은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를 인수하고 추격을 시도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대가 저무는 듯했다.

 

이때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반격이 시작된다. 두가지 종류의 구독서비스를 내놓은 것. 하나는 개발자를 대상으로 ‘클라우드’라는 인프라와 개발환경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이고 또 하나는 오피스라는 프로그램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구독서비스이다.

모든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운영을 위해서는 이를 위한 장비와 기반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클라우드 이전에는 이 모든 것들을 개발자가 소유해왔다. 소유는 안정적이지만 변화에 취약하다. 이제는 거의 모든 개발자들이 소유보다는 공유가 올바른 선택이라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공유는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게 때문이다.

이 개발과 운영 장비, 기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만큼 돈을 내는 방식으로 구독하는 게 바로 클라우드 시스템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개발자는 비용을 절감하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다. 소비자는 그 개발자의 산출물을 누린다. 클라우드를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환경이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IT 영역에서 기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주장하고 있다. 클라우드의 이용자는 주로 개발을 하는 공급자들이기에 실제 사용자들인 소비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무런 연결점을 갖지 못한다. 삼성의 갤럭시폰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은 그 게임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환경과 클라우드에서 개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 과거 PC시대에 인텔이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를 외치던 상황과 유사하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은 고객과의 연결점이 남아있다. 바로 윈도우와 오피스, 그리고 개발도구들이다. 이 소프트웨어들을 통해 실 사용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선택이 구독이라는 변화를 만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구독은 간단하다. 오피스라는 모두의 생산성 도구를 구입이 아닌 월단위 구독 모델로 전환한 것. 가격을 보면 싸지도 비싸지도 않다. 고객이 오피스에 지불할 만한 수준의 가격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높은 가격 부담 때문에 자연스레 불법복제를 찾던 고객들을 정식 고객으로 끌어들일 만한 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최대 6명이 사용할 수 있는 가족 버전은 연간 12만원이니 월 만원으로 정식버전을 전 가족이 사용 가능하다. 혼자만 사용한다면 그 가격은 연간 9만원으로 할인된다. 여기에 원드라이브의 1TB(테라바이트)의 저장공간을 추가로 제공한다. 이미 구글 드라이브나 네이버 드라이브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이동 조건이다.

또 하나 매력적인 것은 윈도우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파일의 공유가 매우 쉽다는 점이다. 원드라이브는 윈도우 탐색기에 자동으로 생성, 마치 내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는 것처럼 존재한다. 어디서나 원드라이브를 호출하면 로그인 방식으로 다른 컴퓨터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원드라이브와 구글 드라이브를 동시에 사용해보면, 구글과 달리 원드라이브는 윈도우와 한 몸인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구글드라이브 클라이언트를 이용하면 유사한 느낌을 가질 수 있지만 여전히 한집안 식구가 주는 편안함과는 차이가 있다. 윈도우가 가진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나타나는 순간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와 오피스 구독을 통해 개발자와 사용자 영역을 각기 장악해 나가고 있다. 언젠가 이 두 개의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하는 IT 기반 플랫폼으로 합쳐질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랫폼이 재탄생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이승훈 가천대학교 교수/뉴플라이트 전략총괄 대표

모니터그룹, 에이티커니, 마케팅랩 등에서 경영컨설턴트로 근무한 후 SK컴즈 싸이월드 사업본부장, 네이트닷컴 본부장, SK텔레콤 인터넷전략본부장, 무선포털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인터파크 대표, CJ그룹 경영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가천대학교 IT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뉴플라이트 전략총괄 대표로 재직 중이다. '플랫폼의 생각법', '중국 플랫폼의 행동방식'의 저자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