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플랫폼 사업자이다. 이는 아마존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중간자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의미다.

원래 아마존은 서비스 사업자였다. 자신이 판매자가 되어 도서와 CD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상거래 모델로 시작했다. 그 아마존이 이제는 전체 거래의 약 70%를 제3자 판매자에 의존하는 오픈마켓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했다. 그리고 그 변신의 과정에는 구독이라는 도구가 존재했다.

상거래에는 신뢰가 필수적이다. 금전이 오가는 거래를 하려면 상대방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반면 보이지 않는 셀러를 믿어야 하는 오픈마켓이라는 플랫폼이라면 구매를 주저하게 된다.

아마존은 2006년부터 풀필먼트(FBA) 서비스를 통해 제3자가 판매하는 거래도 안심할 수 있는 신뢰의 도구를 만들어왔다. FBA는 물류를 아마존이 대행해줌에 따라 구매자에게는 아마존이 대신하여 신뢰를 제공하고 판매자는 자신의 고유 사업(상품기획 및 소싱)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FBA는 아마존이 셀러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멤버십 구독 서비스였던 것이다. 물론 월정액을 내는 멤버십형이 아니라 사용하는 면적이나 주문 수에 따라 비용을 내는 형태이지만 아마존과 셀러 간의 관계가 결착된다는 관점에서 명백한 구독 서비스이다. 판매자가 FBA를 사용한다는 것은 단지 아마존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것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FBA를 통해 아마존이 관리하는 상품은 아마존 프라임이란 또 다른 구독서비스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연 119달러 혹은 월 10달러를 내면 FBA 대상 상품을 무료로 배송하는, 구매자를 위한 멤버십형 구독 서비스다. 물론 무료배송이외에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아마존 프라임의 핵심 가치는 무료배송에 있다. 시작은 차익일 배송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다음날 배송을 보장하고 있다. 또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당일 배송과 2시간 내 신선식품 배송으로 혜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구독은 서비스의 진화라는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구독이라는 단어를 쓰기 위해서는 내가 모든 서비스의 공급을 통제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넷플릭스의 모든 콘텐츠는 넷플릭스가 책임을 지기 때문에 구독이 가능한 것이고 MS의 오피스나 포르쉐의 패스포트 등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들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다. 즉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엔비 등의 플랫폼은 구독 서비스 제공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플랫폼 중에서 예외적으로 구독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는 사업자가 아마존이다. 즉 양면시장의 참여자에게 각각 FBA와 프라임이라는 개별적인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를 플랫폼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요소로 설계한 것이다.

판매자는 FBA를 구독해야 프라임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구매자는 프라임을 구독해야 이미 80~90%에 달하는 FBA 대상 상품을 하루만에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양면시장의 참여자들은 구독이라는 도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늘어나 서로의 시장을 키워주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의 구독자들은 이미 1억8000만명을 돌파했고 아마존의 판매자중 FBA를 사용하지 않는 판매자는(자체배송과 FBA 혼용 판매자 포함) 이제 3%에 불과하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구독을, 포르쉐가 상품구독을 대표한다면 아마존 프라임은 멤버십 구독을 대표한다.

멤버십 구독이 타 구독과 다른 점은 구독을 통해 누리는 가치가 구독 이후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멤버가 된 후 아마존에서 구매를 전혀 하지 않으면 그 가치는 0에 수렴한다. 하지만 나의 모든 쇼핑을 아마존에 집중하면 연 119달러의 비용은 훌륭한 투자가 된다. 헬스클럽에 가입한 후 한두 번 밖에 가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유사하다.

멤버십형 구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멤버가 됨으로써 누릴 수 있는 가치가 충분히 커야 한다. 물론 멤버가 되기 위한 비용도 고민이 필요할 정도로 높다. 고객입장에서는 ‘결속’을 위한 결심이 필요한 것이다.

이 맥락에서 쿠팡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로켓와우’ 멤버십은 그 결속의 강도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쿠팡 로켓와우의 멤버십 비용은 월 2900원이다. 그 대가로 제공되는 혜택은 로켓배송 대상상품의 무료배송이 핵심이고 나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반품과 배송의 편리성이 조금 더 제공될 뿐이다.

필자는 로켓와우를 6개월정도 유지하다 최근 해지했다. 쿠팡이 내가 지난 한달동안 단 한번도 로켓와우를 이용하지 않았음을 상기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쿠팡에서 구매를 하기는 했지만 그 상품이 로켓와우 대상이 아니었다. 왠지 월 2900원이 나의 부주의로 돈이 새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해지를 만들었다. 만약 쿠팡의 혜택과 지불액 모두 크다면 이 해지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멤버십 구독은 결속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계좌가 한정된 멤버십의 가격은 높고 진입을 위해 프리미엄 거래가 이뤄진다.

그런 맥락에서 아마존의 프라임이나 FBA는 높은 결속을 만들어 준다. FBA를 위해 판매자는 자신의 물류 시스템을 포기해야 한다. 자신의 상품을 아마존의 풀필먼트센터에 일괄 배송하는 것이 이 구독의 첫 행위여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상품을 분류, 포장, 배송하던 모든 과정이 나의 눈앞에서 사라진다. 물론 당장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에 부담 없어 보이는 의사결정이지만 이를 다시 되돌리려면 큰 공사가 필요하다.

구매자 입장에서 아마존 프라임은 구매 횟수가 충분이 많아야 의미 있는 의사결정이다. 아마존은 FBA를 통해서 충분한 셀러를 확보했기에 거의 모든 상품이 프라임 대상 상품이다. 아마존을 나의 쇼핑몰로 생각한다면 아마존 프라임을 선택하지 않으면 손해인 구독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전자책, 음악, 게임중계, 그리고 가끔 이뤄지는 프라임 회원 대상 세일도 회원들이 아마존과 결속을 끊으려 할 때 막아서는 존재들이다. 지금 보고 있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영국드라마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혹은 읽고 있는 이북이 재미있다면 이 구독은 쇼핑이 아닌 다른 이유로 유지된다.

멤버십형 구독은 서비스 구독의 한 종류다. 하지만 넷플릭스 등의 구독과는 가격 형성에 있어 큰 차이점이 있다. 콘텐츠 구독이 낮은 가격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켜 이를 통해 데이터와 소싱 비용을 낮춘다면 멤버십은 일종의 ‘약속’이란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약속이 이뤄진 이후 유지되는 고객과의 결속이 구독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아마존이 비록 프라임을 통해 손실을 보더라도 이후 상품 판매를 통해 보다 큰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말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