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상품구독 하면 ‘렌탈’을 떠올린다. 실물 상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면에서 두 서비스는 거의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자유로운 해지 혹은 이탈’이다. 구독서비스가 자유로운 해지를 기본 요소로 하는 반면, 렌탈은 구입액을 모두 내야 해지가 가능하다는 면에서 구매자에게는 징벌적 선택이다. 따라서 현재의 렌탈을 구독사업의 일종으로 인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고객과의 관계의 유지라는 구독의 기본개념이 렌탈에서는 첫번째가 아닌 두번째 고려 요소이기 때문이다. 즉 렌탈의 첫번째 고려요소는 금융적 관점에서는 판매대금의 회수다. 그 과정에서 고객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도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판매금의 회수를 금전 거래에서 당연히 지켜야 할 것으로 가정하면 렌탈도 일종의 구독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코웨이의 사례를 든 것도 이같은 이유다. 이 관점에서 현재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렌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렌탈은 고객이 기업이냐 개인이냐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사무기기, 건설장비, 행사기기 등을 빌려주는 기업대상 렌탈은 AJ네트웍스, 롯데렌탈, 한국렌탈 등이 대표적 사업자로, 시장 자체가 이들 기업의 과점 시장이다.

개인 대상 시장으로 넘어오면 코웨이, SK매직 등 영업조직을 기반으로 정수기, 비데 등을 공급하는 렌탈사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정수기, 식기세척기 등 공급제품을 직접 제조한다. 때문에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가전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방식이 다르기에 직접적 경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동일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제조 마진, 렌탈 이자, 관리 수익 등 세 가지 면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우선 상품을 직접 제조하니 일단 기본적인 제조 마진을 남길 수 있다. 제조원가에 판매하는 기업은 없으니 말이다.

또 렌탈을 통해 일정 수준의 이자를 받는다. 당장 현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니니 소비자들은 일정수준의 이자를 수용할 자세가 되어있다. 이 상품의 판매를 한 번에 매출로 인식할지, 아니면 월 단위 렌탈비로 인식할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제조업체가 별도의 판매금을 조달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이자를 책정할 수 있고 이는 훌륭한 수익원이다.

세번째 관리 수익은 비용이자 수익이다. 코웨이는 약 1만5000명의 코디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렌탈 상품 판매 후에도 정기적으로 방문해 설치된 상품을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정수기 필터 교환과 같은 부가상품의 판매수익이 발생한다.

개당 2만원인 필터의 제조원가는 20~30% 수준일 테니 이 역시 수익이다. 이 추가 수익이 영업직원이자 관리직원인 코디의 인건비까지 충당할 만큼 충분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코디의 주수입이 판매와 관리 수수료라는 점, 그리고 코웨이가 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코디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코디’는 영업과 관리를 통해 유지되면서 코웨이에 추가로 관리 수익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이면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코웨이의 사례를 보더라도 렌탈이란 사업모델이 제조, 금융, 세가지 영역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지:현대캐피탈 홈페이지 캡쳐]

그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렌탈 모델은 어떤가.

현대자동차는 한자릿수 초반대의 영업이익률을 보인다. 자동차 판매 시점에 현대캐피탈이 개입해 수천만원의 차 값을 할부로 내는 금융상품을 렌탈이란 이름으로 판매하는 데, 이자율은 코웨이 보다 조금 낮은 2.6~3.1% 정도다. 금액이 크고 자동차란 담보가 있으므로 낮은 이자율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현대그룹의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2%대로 자금을 조달한다면 현대자동차는 렌탈을 통해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관리의 영역까지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블루핸즈’란 정비망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정비업체를 현대가 지원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현대차의 사업은 제조, 렌탈에 한정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떠오르는 할부방식도 있다. 주로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는 이 상품은 고가의 가전제품을 할부형태로 판다.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TV, 안마의자, 침대 등 고가의 제품을 렌탈로 공급하는 데, 과거 카드할부나 무이자할부와 다른 점은 뭘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카드할부보다 렌탈 이자율이 낮다면 이를 통한 구입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렌탈 이자율은 4~5% 수준이고(일부 품목은 10%까지도 올라가지만) 다양한 무료 서비스가 제공되며 AS기간이 지나도 무상수리를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렌탈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는 실구입비와 렌탈에 적용되는 소비자가가 같다는 전제가 있다.

4~5%의 렌탈 이자율은 권장소비자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으로 유통과정의 할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즉 실판매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자율은 평균 10~20%까지도 올라간다. 뜯어보면 고율의 금융상품과 가전제품의 판매가 결합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비자협회가 안마의자의 렌탈 이자율을 비교한 결과에도 이같은 상황이 드러난다. 2016년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안마의자 6개 제품의 렌탈료를 이자율로 환산한 결과에 따르면 6.4%~10.2%의 이자를 부담하는 셈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대출을 받아 가전제품을 구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렌탈은 제품의 판매와 대출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해 이 같은 번거로움을 해결해준다. 이자율 수익을 포기하고 서비스 관리 모델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지만 한계가 있어 보인다.

우선 제조업자가 아니기에 AS나 추가 서비스의 제공이 쉽지 않다. 그리고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력풀을 확보하는 것도 충분한 소득을 만들어주지 못한다. 할부이자 한도에서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조사가 아닌 유통 위주의 할부 렌탈 모델은 기존 영업망을 가지지 못한 중소기업 제품에게 새로운 시장기회를 만들어 주는 새로운 유통모델로 자리잡을 듯하다. 

결론적으로 렌탈을 통한 구독모델은 코웨이처럼 영업과 관리 조직을 갖춘 기업에 적합해 보인다. 현대자동차의 구독서비스나 유통형 렌탈은 고객과의 관계가 렌탈 계약과 동시에 단절되므로 구독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도 최근 ‘현대 셀렉트’와 같은 진보된 구독 모델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렌탈은 지극히 한국적이지만 구독이라는 현재의 흐름을 수용하기에는 이미 준비된 모델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지가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구독이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어떤 방식이던 해지를 자유롭게 만들면서 고객과의 관계를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 방식의 렌탈이 출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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