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차원에서 가치가 1조 달러를 넘어선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세 회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구독방식으로의 변화를 통해 현재의 자리에 올라섰고 아마존은 구독경제의 대표주자로 이미 자리잡았다. 애플마저 ‘구독’에 뛰어든다면 어떤 서비스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애플은 이미 ‘구독’에 착수했고, 이를 구체화하려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핵심상품인 아이폰을 중심으로 구독을 설계할 것이다. 매달 일정액을 내면 매년 새로운 아이폰으로 교환할 수 있다면 약 7억 명의 아이폰 사용자들은 이를 반길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애플의 매출구조를 예측 불가능한 기기 판매에서 예측가능한 구독 서비스로 변화시키면서 애플이라는 초대형 기업에게 ‘안정적 매출’이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이다.

물론 구독 서비스의 성공은 요금에 달려 있다. 아마존 프라임이나 넷플릭스처럼 사용자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낄 수준이라면 애플의 구독 프로그램은 분명히 성공할 것이다. 애플이 기기 판매라는 불안정한 매출구조를 안정적인 구독 구조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러한 선택이 필수적이지만 애플에게 이러한 변화가 과연 필요한지가 의문이다.

애플이 이미 실질적인 구독구조를 갖췄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전세계에 7억 명이라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갖고 있으므로 구독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고객과의 영원한 관계 맺기’를 위한 구독서비스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

미국에서 아이폰을 구입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통신사의 할부정책도 있지만 여기서는 애플이 제공하는 프로그램만 살펴보자.

하나는 ‘아이폰 페이먼트’로 애플의 금융서비스를 통해 24개월 무이자 할부를 받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으로 24개월 약정할부를 하면 6개월 이후부터 새 아이폰으로 갈아탈 수 있다. 6개월 후 새 아이폰으로 바꾸려면 비용이 들지만 12개월이 지나면 별도 비용 없이 기기변경이 가능하다. 물론 이후의 월 비용은 신규 아이폰 구입가를 24개월로 나눈 것이고 여기에 ‘애플케어’란 단말기 관리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1년마다 새 아이폰으로 바꿀 수 있다. 문제는 그 가격이 일시불 값과 거의 같아 구독관점에서 매력이 높지 않다는 것. 하지만 애플 업그레이드의 월 비용을 매력적으로 바꾸면 애플의 구독은 지금 바로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위의 그림은 현재 주력 아이폰인 아이폰11프로 256G의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의 비용이 56달러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애플은 과연 이 가격을 얼마까지 내릴 수 있을까?

애플의 연도별 매출실적 (애플은 9월 결산 법인으로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 3분기까지의 실적을 의미)
애플의 연도별 매출실적 (애플은 9월 결산 법인으로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 3분기까지의 실적 의미)

2019년 애플의 매출은 2601억달러로 아이폰의 매출이 전체의 55%인 1423억달러다. 이를 매달 50달러라는 구독료로 전환하면 연간 600달러이고 이를 필요 가입자 수로 나누면 2억3000만 명이다. 즉 아이폰 사용을 위해 월 50달러씩 내는 고객이 2억3000만 명 있다면 애플은 구독모델로 전환할 수 있다. 애플의 고객이 7억 명이라고 가정하면 약 3년마다 스마트폰을 바꾼다고 계산하면 맞다.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애플이 아이폰 구독과 애플의 서비스를 묶어 판매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애플이 음악, 영상(Apple TV+), 뉴스(Apple News+) 등을 번들로 판매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가격은 아직 미정이지만 애플이 아이폰과 서비스를 묶고 이를 애플카드와 연결하는 그림은 멀지 않은 미래에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표에 보이는 것처럼 애플의 서비스 비중은 매년 늘고 있다. 2017년 14.3%에서 작년에는 17.8%까지 성장했다.

만약 애플이 아이폰 구독비용을 기존의 반인 월 25달러로 낮추고 가입자를 기존의 두배인 5억 명으로 늘릴 수 있다면, 그리고 서비스를 주력 매출로 바꾼다면 기기 매출은 현재 시점에서 정체되더라도 애플은 서비스 매출에 의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해낸 애플이 이제 콘텐츠까지 묶어 구독 모델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고객 충성도 면에서 가장 앞선 기업이다. 필자도 아직 애플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면에서 한국이 아직 애플의 전략 시장이 아니기에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이폰을 쓰는 입장에서 새로운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 아이폰에 보관된 사진 때문에 애플의 클라우드도 사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애플이 어떤 수를 둘지 모를 일이다. 제조업이라는 불확실성을 완전히 없애고 새로운 차원의 플랫폼 기업으로 스스로를 재설계해낸다면 애플은 다시 마이크로소프트를 뛰어넘는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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