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가 온다③] 고객의 '수' 아닌 '빈도'에 주목하라
[구독경제가 온다③] 고객의 '수' 아닌 '빈도'에 주목하라
  • 이승훈 뉴플라이트 전략총괄 대표
  • 승인 2020.05.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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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의 구독경제 이야기 #3
제대로 된 고객 정의가 구독경제 성공의 열쇠

내 고객의 숫자가 얼마나 되느냐는 항상 중요하다. 신문이 발행 부수를 늘리기 위해 출혈 마케팅을 감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발행 부수가 많으면 이를 기반으로 광고 수입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구독 경제에서는 숫자보다 ‘고객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가’가 더 중요하다. 구독 경제에서의 고객이란 ‘기업과 정기적인 관계를 맺는 고객’을 의미한다. 

이미 과거 제조/판매 경제에서 고객과의 관계는 구매 주기에 따라 결정됐다. 치약은 한 달, TV는 5년이 구매 주기였다. 그래서 고객과의 관계가 기업의 흥망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독경제가 구체화되면서 이 새로운 고객 관계의 개념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보자. 요즘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마켓컬리와 쿠팡을 새벽배송의 관점에서 비교해보자. 마켓컬리는 많은 고객들이 호응으로 가입자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지난해 4월 200만명을 달성했으니 아마도 최근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더욱 크게 증가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 회원 수가 한두 번의 경험 이후 사용을 중단한 필자와 같은 고객이 포함된 것이라는 점이다. 

글로벌투자기관 크레딧스위스는 올해 구독경제시장이 53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nbsp;1인 가구 중심의 사회구조와 4차 산업혁명이 만나면서 구독경제의 활용도가 폭넓어진 결과다.<br>

200만을 달성하던 시점에 하루 최대 주문 건수가 3만3000건이었으니 당시 마켓컬리의 구매 빈도는 60일에 한번이 될 것이다.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고객이 두 달에 한번 구매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200만이라는 회원 수는 마켓컬리가 추구하는 사업의 개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쿠팡은 어떨까? 쿠팡의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00만명이다. 이 숫자 역시 마켓컬리의 200만과 같은 의미에서의 회원 수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없다. 과거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 사업자들이 자체 회원 수를 모두 2000만이라고 발표했던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쿠팡은 여기에 한 차원 다른 회원 수를 갖고 있다. 바로 로켓와우란 유료 회원제 멤버십이다. 월 2900원을 내면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을 별도 배송비 없이 받을 수 있는 이 서비스는 2019년 5월 기준 25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10월에 시작해 무료체험 기간을 90일, 30일 등으로 줄여가면서 모은 250만명의 회원은 쿠팡의 충성 고객이다. 쿠팡에서 자주 쇼핑을 하다 보니 무료 배송에 대한 니즈가 생겼고 그래서  쿠팡와우를 ‘구독’하게 된 것이다. 지금 쿠팡의 가장 큰 목표는 아마 이미 확보한 250만명의 고객을 유지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들이 바로 구독고객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구독 고객의 정의를 다시 살펴보자. ‘기업과 정기적인 관계를 맺는 고객’이라는 개념은 이 맥락에서 기업이 취해야 할 행위를 알려준다.

쿠팡은 커머스 사업자로서 상품을 조달하고 배송을 관리하며 고객관리의 맥락에서 로켓와우 고객을 늘리는 노력을 할 것이다. 물론 이 노력에는 신규 구독 확대도 있지만 해지를 줄이는 노력도 있다. 구독이라는 개념이 ‘성립’되었기에 쿠팡은 고객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구독의 성립은 바로 성을 지키기 위해 해자를 파는 것과 같다. 

성을 둘러싼 해자. 구독고객은 해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해자는 과거 중세 성곽을 둘러싼 연못으로 성을 빙 둘러 해자를 크게 만들어 두면 적이 성을 공략하기 어려워진다. 높은 성벽과 함께 해자는 적이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구독고객은 경쟁기업에 대해 해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쿠팡이 꾸준히 쿠팡와우 고객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을 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연 119달러를 내면 아마존 프라임 대상 상품에 대해 익일 배송을 무료로 제공한다. 대상상품이 이제 거의 50%에 육박한다고 하니 조금 과장하면 거의 대부분의 상품 배송을 아마존이 보증한다. 여기에 넷플릭스와 유사한 영상 서비스, 멜론과 같은 음악서비스, 그리고 아마존의 전자책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한다. 또 최근에는 신선식품 실시간 배송을 혜택에 추가했다. 

해자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분명히 아마존 프라임 운영 그 자체만으로는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거래를 통해서 그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구독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정의하는 것이다. 나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추구하는 노력도 잘못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도 아마존도 명확하게 자신을 쇼핑의 중심 수단으로 선언한 고객을 모으고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구독의 혜택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해자를 더 넓게 만드는 것은 경쟁자를 무력화하는 가장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승훈 가천대학교 교수/뉴플라이트 전략총괄 대표

모니터그룹, 에이티커니, 마케팅랩 등에서 경영컨설턴트로 근무한 후 SK컴즈 싸이월드 사업본부장, 네이트닷컴 본부장, SK텔레콤 인터넷전략본부장, 무선포털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인터파크 대표, CJ그룹 경영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가천대학교 IT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뉴플라이트 전략총괄 대표로 재직 중이다. '플랫폼의 생각법', '중국 플랫폼의 행동방식'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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