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해 정부의 첫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승인을 계기로 올해 M&A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인터넷서비스(OTT) 역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정부 승인으로 M&A 신호탄 울렸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13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30일에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건은 이제 방통위의 승인만 남게 됐다. 방통위 역시 동의할 것이 확실시 되며 두 부처의 방송 분야 조건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때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이 마무리될 경우 유료방송 시장은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이 1위, LG유플러스 계열(LG유플러스+CJ헬로)이 2위, 통합 SK브로드밴드가 3위로 재편된다.
 
KT 계열의 점유율이 31.1%로 독주 체제였다면 내년 초에는 LG유플러스·CJ헬로 합산 점유율이 24.5%,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산 점유율이 23.9%가 돼 3사의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만약 SK텔레콤이 현대HCN이나 CMB 중 한 회사를 인수할 경우 LG유플러스 계열을 앞지르고 2위, 두 회사를 모두 인수한다면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합산 규제 일몰 후 사후 규제 이슈로 발목이 잡혀있는 KT 또는 KT 스카이라이프가 딜라이브를 인수한다면 KT 계열은 SK텔레콤의 추가 M&A 결과와 관계 없이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한다. SK텔레콤이 현대HCN을 인수를 확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LG유플러스는 전략 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경우 합산 규제 일몰로 인한 사후 규제안을 최근 마무리했다. 두 부처의 합의안인 ‘유료방송 규제개선 방안’은 지난달 18일 국회에 보고됐다. 과방위 의원들이 사후 규제안에 동의하면 합산 규제 이슈는 마무리되고 KT는 내년 이후 딜라이브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KT는 합산 규제의 연장을 우려해 이미 국회에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케이블TV 인수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에 따라 KT가 직접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료방송 구조 개편 효과는 2020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며 "2020년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 완료는 유료방송 산업의 구조 개편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후속으로 KT의 딜라이브 인수,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현대 HCN 및 CMB 인수까지 동시에 진행돼 통신3사 중심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될 경우 마케팅비 축소, 서비스 요금 인상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정위는 3년 전과 달리 올해 진행된 두 건의 M&A에 대해 조건부 승인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승인 내용을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백연식 기자)
공정위는 3년 전과 달리 올해 진행된 두 건의 M&A에 대해 조건부 승인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승인 내용을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백연식 기자)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역습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해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웨이브’를 출범했고, KT도 기존 자사 ‘올레TV모바일’을 개편한 새 모바일 OTT ‘시즌’을 출시했다. CJ ENM과 JTBC도 OTT 설립을 위한 합작법인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은 애플, 월트디즈니 등이 가세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올해에는 국내 진출도 예상된다. 특히 디즈니의 OTT 디즈니 플러스에 국내 이통사들은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유료구독형 OTT 시장 현황(MAU 기준)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은 푹+옥수수(웨이브)가 44.7%, U+모바일TV가 24.5%, 올레TV 모바일이 15.8%, 티빙이 7.8%, 넷플릭스가 4.7%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KT는 유료방송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넘기며 가입자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OTT의 경우 이통3사 중 가장 순위가 떨어진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KT는 지난해 초 LG유플러스, CJENM과 OTT 협력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적 있다.
 
웨이브나 티빙의 경우 해외 콘텐츠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SK텔레콤은 지상파 콘텐츠에 디즈니 플러스의 콘텐츠가 더해지면 국내 OTT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판단,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기자들에게 “최근 (디즈니 플러스 협상을 위해) 디즈니와 만났다”며 “재밌는 것을 가져왔는데 아직 말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제휴해 IPTV 가입자 수 증가에 재미를 봤는데 디즈니플러스까지 유치할 경우 유료방송 시장에서 무서운 추격자가 될 수 있다.
 
이런 흐름에 글로벌 OTT 업체 넷플릭스도 국내 제작 업체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CJ ENM에 이어 JTBC와도 협력을 맺은 것이다. CJ ENM과 JTBC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고 티빙(TVING)을 기반으로 한 통합 OTT 플랫폼을 론칭하기로 한 상태다. 넷플릭스-CJ ENM-JTBC 삼각 동맹이 더 강화되는 모양새다.
 
한편, OTT 시장 활성화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오리니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KT는 전체적인 콘텐츠 투자 금액인 1조원 중 상당부분을 콘텐츠 개발에 쓰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CJENM의 콘텐츠 제작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 4.99% 매입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콘텐츠 수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제휴 계약을 넷플릭스처럼 한 이통사와 체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이통3사는 디즈니와 제휴를 하기 위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며 디즈니가 협상력에서 훨씬 우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이미지 편집=백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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