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사는 40대 유모씨는 최근 아이폰을 사서 새로 개통하려다가 통신 대리점으로부터 부가 서비스 권유를 받았다. KT가 최근 새로 오픈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즌을 3개월 이용할 경우 이 기간에 해당하는 이용료(월 9900원)를 별도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손해는 아니지만 나중에 해지는 쉽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왠지 찜찜했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유료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OTT 마케팅 전쟁이 시작됐다. 웨이브·티빙·시즌 등 OTT를 서비스하는 국내 업체들이 유료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OTT 시장 선점 전략의 일환이나, 자칫 시장 혼탁은 물론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T 뿐이 아니다. ‘푹+옥수수’인 웨이브도 유료 가입자 확보를 위해 비슷한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7만원대 이상 이용자의 경우 웨이브나 음원 서비스인 플로 중 하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웨이브에서는 이를 유료 가입자로 정산한다. 고객은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지만 기업은 유료 가입자로 판단하는 것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계약 내용에 따라 SK텔레콤이 웨이브에게 이용자 당 일정 금액을 정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유료 가입자로 집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미지=닐슨 코리아)
(이미지=닐슨 코리아)

이런 마케팅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 전문 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KT 시즌은 지난해 12월 기준 순 이용자 276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11월(올레tv 모바일) 기준 이용자(214만 명)보다 29.3%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시즌의 OTT 시장 내 순위는 6위에서 4위로 올라갔다. 

국내 OTT 업체들이 이렇게 유료 가입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IPTV 및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의 경우 서비스 사업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OTT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CJ헬로(LG헬로비전)를 인수한 LG유플러스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 등 이통사들이 유료방송 M&A에 나선 것도 빠른 시간내 가입자 확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유료방송 시장은 IPTV 등 홈 플랫폼에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2030세대의 경우 실시간 채널 감상보다는 자신이 편한 시간대에 시청할 수 있는 VOD(주문형비디오)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OTT는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블루오션인 셈이다. 가입자가 1명이라도 많아야 OTT 업체가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콘텐츠와 계약을 맺을 때 좀 더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에 나설 수 있고, 해외 자본 등으로부터 투자 받는 것 역시 용이해진다. 넷플릭스 등 해외 OTT와의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지상파나 CJ 등 국내 방송사들이 각자의 OTT를 통해 독자노선을 추구할 경우 시장 초기에는 가입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만큼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시장도 없다”며 “결국 초기 시장 선점이 관건인데 어떤 방식으로든 가입자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일단 유료 가입자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마케팅 전략은 시장 혼탁은 물론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OTT 등 구독형 온라인 서비스의 경우 무료 사용자의 원치않는 유료 전환, 해지 절차를 감춘 UI, 해지 방어를 위한 미끼상품 유도 등에 대한 불만 사례가 많다. 이에 근본적으로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결국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등 해외 OTT와 국내 OTT가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모든 콘텐츠 업체들이 하나로 합쳐 한 플랫폼에서 서비스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구도로는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하철에 전시된 KT 시즌 광고 (사진=백연식 기자)
지하철에 전시된 KT 시즌 광고 (사진=백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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