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승인하는 조건으로 CJ헬로 알뜰폰 분리 매각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분리 매각을 검토한 이유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알뜰폰을 인수할 경우 그동안 유지해왔던 ‘1통신사, 1MVNO(알뜰폰)’ 정책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에 CJ헬로 알뜰폰 인수를 허용하면서 주요 5G·LTE 요금제(속도 제한 없이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요금제 제외) 도매제공, 5G 도매 대가 할인으로 인한 알뜰폰 사업자의 중·저가(3~4만원대) 5G 요금제 출시 지원, 데이터 선구매제 할인 도입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1통신사, 1MVNO(알뜰폰)’ 정책 대신 알뜰폰을 활성화 전략으로 바꾼 것이다. 이통3사가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망설이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를 통한 알뜰폰 지원 정책으로 이통사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즉,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 차원이다.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기 위해 신청한 주식취득 인가와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건에 대해 조건을 부과해 인가 및 변경승인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대신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에 알뜰폰 시장의 경쟁여건을 개선하고 가계통신비 경감 정책이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도매제공 대상 확대, 데이터 선구매 할인제공, 다회선 할인 및 결합상품 동등제공 등의 조건을 부과했다.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대상 브리핑에서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1통신사 1MVNO(알뜰폰)를 정부가 행정지도를 통해서 유지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고, 그래서 분리매각 (의견)이 계속적으로 나왔다”며 “이 과정에서 분리 매각할 것인가, 아니면 행태적 조건을 붙여야 되는가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는데, LG유플러스가 행태조건에 대한 제안을 했다. 분리매각보다는 LG유플러스가 제안한 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알뜰폰 시장 활성화와 이용자 이익, 그리고 가계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되겠다라고 해서 그 조건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백연식 기자)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백연식 기자)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앞으로 LG유플러스가 출시 또는 출시할 주요 5G · LTE 요금제(속도 제한 없이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요금제 제외)는 모두 도매제공 하도록 했다. 또한 종량제 데이터를 대용량으로 사전 구매하는 경우 할인이 제공되는 ‘데이터 선구매제 할인제’가 도입될 경우 알뜰폰 업체인 CJ헬로는 다양한 이를 통해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른바 독행기업의 역할이 가능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설명에 따르면 독행 기업(Maverick)은 공격적인 경쟁 전략을 통해 기존 시장 질서의 파괴자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써 가격 인하와 혁신을 주도하는 회사를 말한다.

이 이유에 대해 이태희 실장은 “기본적으로 완전 무제한은 고가 요금제다. 완전 무제한을 제외한 나머지는 일단 중저가 요금제로 구성돼있다. 기존에 계속 알뜰폰 협회나 알뜰폰 업계가 (정부에게) 요청했던 것은 완전 무제한 요금제보다는 LTE든 5G든 최신 요금제 자체를 출시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 지속적인 요청사항이었다”며 “지난 9월 (의무제공 사업자인) SK텔레콤에게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제외한) 최신 요금제를 먼저 푼 것이고, 이번에는 도매제공 의무사업자가 아닌 LG유플러스에게 그와 관련된 요금제를 모두 내놓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망도매로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의 경우 현재 5G는 의무제공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9월,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때 SK텔레콤에서 자발적으로 5G 요금제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출시가 안 된 상황이다. 이번에 LG유플러스가 CJ헬로 알뜰폰 인수 인가 조건으로 5G 및 LTE 최신 요금제를 알뜰폰을 통해 출시하게 됐기 때문에 시장 경제 논리에 따라 KT 역시 5G 및 LTE 최신 요금제를 알뜰폰에 풀게 될 것이 확실시 된다. 경쟁 활성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인수를 승인하면서 앞으로 알뜰폰 시장은 이동통신3사의 자회사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알뜰폰 1위~4위 모두 이통사 자회사(매출액, 후불 가입자 기준)가 돼 이통사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이용자에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 인수 후 이통사의 자회사 점유율은 후불 가입자 기준 63%, 매출액은 64%까지 올라간다.

또한 1통신사, 1MVNO 정책이 무너지면서 KT는 당장 지난번에 실패했던 추가 알뜰폰 등록을 시작할 수 있게 됐고, SK텔레콤은 의무제공사업자로서의 도매대가 인하가 오히려 알뜰폰 1위 기업(CJ헬로)의 모회사인 LG유플러스를 도와줄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SK텔레콤은 앞서 설명한 알뜰폰 관련 조건을 LG유플러스에 붙이는 게 LG유플러스에 유리하다라고 정부에 주장해 왔다. 알뜰폰 사업자에 이런 조건이 부과될 경우 이와 관련된 이용자는 늘 것이기 때문에 LG유플러스가 결과적으로 이통시장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알뜰폰 시장의 경우 선불가입자까지 합칠 경우에 이번에 이통3사의 자회사의 시장점유율, 즉 가입자의 점유율은 34% 정도가 된다. 2010년에 정부가 자회사에 대한 MVNO을 허용하면서 점유율 50% 제한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 50% 시장점유율 제한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하지만 이런 조건을 붙인다고 해서 3위 사업자(LG유플러스)가 부담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통3사 주도로 알뜰폰 시장이 재편된다면 그 전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LG유플러스를 대상으로 하는 알뜰폰 요금제 출시 기간은 영구적으로 할 수는 없다. 정부는 이번 인수합병(M&A) 건에 대한 조건부를 기본적으로 3년간 유지를 하고, 3년 이후에는 알뜰폰 시장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서 이와 붙여진 조건을 유지할 것인지, 폐지할 것인지, 변경할 것인지를 새로 정하기로 했다. 

이 실장은 “당연히 낮은 요금제의 알뜰폰이 나오면 KT나 SK텔레콤이 따라온다. 그래야 이용자 이익이 좋아지고 가계통신비가 절감된다”며 “그로 인해 알뜰폰의 조금 더 경영 여건이 좋아지고 경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익이 되겠구나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LG유플러스 안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CJ헬로 알뜰폰 분리매각을 할 경우 이를 인수할 사업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정부에 인수의사를 밝힌 사업자는 없었다. 정부는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실장은 분리매각 문제와 행태조건을 붙이는 문제에 대해 굉장히 고심을 했기 때문에 이번 승인 결정이 조금 더 늦어진 것도 있다고 인정했다. 

이번 건은 합병이 아닌 인수다. 몇 년 후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합병할 경우, 이번 인수처럼 공정위 및 과기정통부의 승인은 물론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도 받아야 한다. 그 땐 어떤 조건이 부과될까.

이 실장은 “인수와 합병의 차이는 절차상 방통위의 동의절차가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 차이일 뿐이다. (알뜰폰 분야 같은 경우) 인수나 합병의 조건이 똑같다”며 “합병을 하더라도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이번 알뜰폰에 부가된 조건은 그대로 있게 된다”고 대답했다. 즉, 합병 승인을 받을 시 알뜰폰의 경우 이번과 다른 부가 조건은 없을 전망이다. 

이 실장은 이번 M&A 건에 대해 “공정위와 협의를 했다. 조건상에 있는 금지행위 같은 경우에도 공정위와 상의를 해서 (조건을) 담았다. 유료방송이나 통신 분야의 경우 지금 M&A가 계속 일어나고 있고 조만간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심사가 있다. 내가 알기로는 KT도 M&A를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시장이 굉장히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정부가 알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는 공정위와 좀더 협의를 긴밀히 해서 이런 M&A가 조금 더 빨리 정리가 되고 빨리 결정날 수 있게 노력을 하도록 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사진=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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