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구글, 페이스북 등 대형 IT 기업들을 겨냥한 디지털세 도입이 유럽을 넘어 전방위로 뻗어나가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일찍이 견제에 들어간 프랑스에 이어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구체적인 과세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말레이시아도 IT 기업들이 생산한 상품에 세금을 부과하며 가세했다.

우리나라도 전 세계 흐름에 맞춰 디지털세 도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세에 반발한 미국이 IT 기업을 넘어 제조업 분야로 디지털세 도입을 확대하려 하면서 삼성,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에 미칠 영향도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세 관련 논의를 주도하는 경제협력기구(OECD)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중이고 해외 주요국의 동향 등 외부 요인 파악이 우선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국내 도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0년부터 구글 등 대형 IT 기업들이 생산한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에 세금을 6%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 12월 30일 싱가포르 현지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이번 제도 시행으로 현지 소비자들이 IT 기업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시 추가적인 세금을 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디지털세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형 IT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법인세와는 별개로 기업들이 현지에서 낸 매출에 대한 세금을 추가적으로 걷고자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의 디지털세는 기존에 프랑스 등이 추진한 과세와 조금 다르다. 기존 디지털세가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라면 말레이시아에서는 소비자도 세금 부담을 일정 부분 지게 된다. 

이에 말레이시아 재무부는 지난 12월 31일 서비스 제공업체(IT 기업)와 현지 소비자 간 이중 과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부 안을 마련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세 관련 논의는 유럽연합(EU)이 디지털세 세제안을 발표한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됐다. 연간 수익이 7억5000만 유로(약 9700억원) 이상이거나 유럽에서 5000만 유로(약 649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는 기업에 대해 과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반영해 프랑스가 가장 먼저 연간 전체 수익 7억5000만 유로 이상, 프랑스 내 수익 2500만 유로(약 320억원) 이상인 IT 기업들에 대해 프랑스 내 연간 매출액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이어 이탈리아도 올해 1월부터 이탈리아 내 연간 매출액이 550만유로(약 72억원) 이상인 기업에 세금 3%를 걷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영국도 전 세계 매출 5억 파운드(약 7600억원) 이상, 영국 내 연간 매출액 2500만 파운드(약 380억원) 이상 기업에 세율 2%를 적용한 과세안을 오는 4월부터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디지털세, 제조업 분야 확대 적용?... 국내 도입은 ‘시기상조’

우리나라도 디지털세 관련 논의가 뜨거워지자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대응에 들어간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세제실 안에 디지털세 대응 테스크포스(TF) 팀을 설치해 디지털세 관련 국제 논의 참여와 국내 영향 분석 등을 통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OECD는 올해 1~2월까지 회원국들의 의견서를 취합한 뒤 연내로 최종 합의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빠르면 OECD가 올해 6월부터 디지털세를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IT 기업들은 고정 사업장, 즉 서버가 위치한 지역에서만 법인세를 내면 됐다. 이에 국내에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그간 과세에서 자유로웠던 구글코리아 등도 세금 징수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국의 강력한 반발로 디지털세 적용이 제조업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은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디지털세 적용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국내 기업인 삼성, LG 등도 과세 대상에 들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OECD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디지털세 공청회’에서 미국이 논의의 주도권을 쥐고 유럽 측이 제조업에 대한 디지털세 부과에 큰 반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간 디지털세 도입을 논의한 유럽연합(EU)을 상대로 미국이 철강, 알루미늄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세 도입이 우리나라가 놓인 특수한 환경과 미국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국내에 진출한 IT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점도 있지만 반대로 삼성, LG 등이 해외에 진출한 국가에서 세금을 내게 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선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세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다 OECD에서 최종 합의가 될지 여부도 미지수기 때문에 우선은 우리나라 입장을 명확히 정리해 전달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